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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현장에서] 베이징현대 '현대속도' 재창조의 조건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9.27 07:20 | 수정 : 2017.09.27 10:55

    가성비 제고 위한 협력업체 판 재편…시대변화 대응 전기차⋅스마트카 개발 가속
    자기 혁신이 관건… “알을 외부에서 깨면 후라이가 되지만 내부에서 깨면 공작이 된다”


    베이징현대가 25일 베이징에서 합작파트너인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간 화합을 과시하는 중국 미디어 사은행사를 개최했다. 담도굉 신임 총경리(왼쪽 두번째) 설영흥 현대차 고문(4번째) 쉬허이 베이징현대 동사장(5번째) 김태윤 중국 담당 사장(6번째) 등 양측 고위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베이징현대가 25일 베이징에서 합작파트너인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간 화합을 과시하는 중국 미디어 사은행사를 개최했다. 담도굉 신임 총경리(왼쪽 두번째) 설영흥 현대차 고문(4번째) 쉬허이 베이징현대 동사장(5번째) 김태윤 중국 담당 사장(6번째) 등 양측 고위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질풍 속에서 거센 풀을 알 수 있고, 뜨거운 불에서 진짜 금을 볼 수 있다”(疾風知劲草,烈火見眞金⋅쉬허이⋅徐和誼⋅베이징현대 동사장)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난관을 기회로 전환해 극복해 나가겠다.”(설영훙 현대자동차 중국사업 담당 고문)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지난 25일 저녁 베이징 베이위앤(北苑)회의중심에서 개최한 중추절 미디어 사은행사는 최근 위기 상황을 중국에 ‘현대속도’란 신조어를 만든 고성장 신화를 재연하는 기회로 전환하자는 다짐의 자리였다. 중국 자동차 담당 기자 80여명과 한국 특파원단 20여명이 참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갈등설이 불거진중국측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와의 화합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베이징현대는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협력업체를 서둘러 늘리자는 중국측 요구와 품질관리를 위해 협력업체 구성을 점차적으로 개선하자는 현대차 입장이 맞서면서 부품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일부 납품 중단-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공장 가동은 재개됐지만 갈등설은 잦아들지 않고, 판매량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자동차가 합작관계를 깰 가능성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면서 갈등설은 더 불거졌다. 베이징자동차그룹 동사장이기도 한 쉬허이는 갈등설을 의식한 듯 “베이징현대의 과거 15년 발전은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협력을 떠날 수 없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턴어라운드는 베이징현대의 양측 고위임원들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화합을 도모했다고 담보되는 건 아니다. 플러스 알파가 요구된다. 알파 찾기는 현대차 중국 사업 위기를 야기한 압력의 본질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될 수 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받는 압력은 크게 2가지다. 값싼 토종 브랜드의 품질향상과 고품질에 가격경쟁력을 갖는 일본자동차간 샌드위치 처지가 되면서 받는 가성비(價性比) 압력이 첫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스마트카 등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시대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하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이 두번째 압력으로 다가온다. 모두 문제의 본질은 내부에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한국 배치 이후 반중(反中)정서가 극에 달했던 올 3월부터 베이징현대가 중국 승용차 판매량 10위권에서 탈락하면서 사드보복 피해가 부각됐다. 외부 요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13년 6.8%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5.1%로 낮아진 상태였다. 사드가 현대차가 중국에서 처한 위기를 부각시키긴 했지만 본질 자체는 아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해법은 뭘까. 이날 담도굉 베이징현대 신임 총경리(CEO)가 “난관을 돌파하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밝힌 빠른 속도의 개방적 혁신을 통한 현지화 초연결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화 등 신기술 대폭 도입 스마트서비스 강화 등 3개 재도약 전략은 그 일단을 보여준다.

    ◆가성비 압력...협력업체 판 바꾸기⋅홍색공급망 올라타기

    이날 행사에서 협력업체 문제에 대한 공개 언급은 없었지만 가성비 압력을 극복하는 핵심은 협력업체 재편이라는 지적이 많다. 동반진출했다는 이유로 일감을 보장하는 건 공정경쟁을 통한 비용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중국측의 주장이라고 폄하만 할 일은 아니다.

    일본의 혼다가 베트남에서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오토바이 기업에 밀려 위기를 겪던 때 중국 하이난(海南)에 생산기지를 세워 중국 부품업체를 협력업체로 대거 끌어들인 덕에 가격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려 점유율을 다시 회복한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부터 부품 완성품에 이르는 공급사슬을 중국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홍색공급망 흐름에 적극적으로 올라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당장 현대차 역시 과거 국내에서 친인척이 지배하던 대형 부품업체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협력업체 판 바꾸기’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사업 위기는 또 다시 협력업체 판 바꾸기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로선 가성비를 올리지 않고는 생존하기 힘든 현실이 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공장을 돌리고 있는 현대차의 한국계 1차 협력업체는 140여개, 2차 업체는 370여개로 파악된다. 물론 협력업체 판 바꾸기의 전제가 있다. 중국 부품업체라고 우대하는 불공정경쟁을 막는 시스템 구축이다.

    게다가 중국의 환경오염 단속이 크게 강화되면서 공장 가동중단이나 강제이전 명령을 요구받는 부품업체들도 늘고 있다. 한국 기업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지만 현대차로선 환경비용까지 감내해도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협력업체 확보가 숙제가 되고 있다.

    ◆여시구진 압력...전기차⋅스마트카⋅SUV로 대응

    현대차는 26일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안(貴安)신구에서 빅데이터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중국 소비자 맞춤형 커넥티드카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커넥티드카는 무선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다.

    이날 4억여명의 가입자를 둔 중국 2대 통신서비스 업체 차이나유니콤과 협업 양해각서에 서명한 이유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도 스마트카 개발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담도굉 베이징현대 총경리가 강조한 개방적 혁신을 통한 현지화와 초연결시대에 맞는 신기술 대폭 도입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7월부터 첫번째 전기 승용차 생산 판매에 들어갈만큼 전기차는 후발주자다.

    물론 사드 보복 탓에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승용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돼 중국 배터리로 교체하느라 일정이 늦어진 탓도 있다. 현대차는 중국내 두번째 전기차 모델 중국형 현대차 LF소나타 정부 승인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 2800만대 가운데 1.8%인 50만대를 차지한 전기차는 절대 판매량은 적지만 성장속도가 빨라 SUV에 이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고위관료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가솔린과 디젤 엔진으로 돌아가는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판매 중단 시간표를 짜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또 내년부터 중국에선 자동차 업체에 전기차 판매량을 의무 할당하는 신에너지차 크레디트 제도를 시행할 예정으로 금명간 관련 규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에너지차 크레디트 제도는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상황에서 중국내 모든 완성차업체에 비용을 크게 늘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전언이다. 가성비 제고 압력이 더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가동한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 공장에서 연내 가성비가 좋은 SUV 새 모델을 내놓기로 하는 등 SUV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SUV는 중국 승용차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만큼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베이징현대는 2013년만 해도 SUV시장에서 창청(長城)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5위에 그쳤다.

    가성비와 여시구진 압력을 기회로 만드는 길은 자기 혁신에 있다. 사드보복을 이유로 외부 탓만 하다가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 수 있다. “알은 외부에서 깨면 프라이가 되지만 안에서 깨면 공작(孔雀)이 나온다.”(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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