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 연령대의 자살률이 줄었지만 유독 10대의 자살률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옥외 광고.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망 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사망한 10대의 수가 2015년 4.2명에서 2016년 4.9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5.5명에서 2015년 4.2명으로 꾸준히 줄어들던 10대 자살률이 1년 새 16.5%나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6년 들어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6년 전체 자살률(-3.4%)을 비롯해 70대(-13.5%)와 80대(-6.6%), 30대(-1.8%)의 자살률이 유의미한 감소 추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연령대의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유독 10대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률과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 가정의 해체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웹툰이나 드라마 등 10대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에서 자살 관련 내용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청소년의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권일남 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명지대 교수)은 “10대들이 느끼는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는 그대로인 반면 청년 실업 등의 여파로 학업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은 급감한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과거처럼 열심히 공부만 잘하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었던 ‘동기’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60대 이상 노년층의 자살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06년 80대 이상 자살률은 112.7명이었지만 10년 뒤인 2016년 78.1명으로 줄었다. 무려 30.7%나 감소한 수치이다.

이는 2011년 자살예방법이 통과되며 맹독성 제초제인 ‘파라콰트’의 생산과 유통이 금지돼 농촌 노인들의 음독자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독거 노인들을 찾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노인 자살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률을 낮춘 것은 결국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관심의 결과” 라며 “현재 노인 계층에 집중된 관련 예산을 10대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사업에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민국의 1일 평균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5.8명이며, 2016년 기준 자살률은 24.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12명) 보다 2배 이상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