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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DP 中 꼴찌 구이저우서 본 시진핑의 탈빈곤 코드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9.25 08:30

    유기농⋅전자상거래⋅생태관광으로 농촌 발전...구이저우 성장률 26분기 연속 중국 3위권
    1400년 역사 벼⋅오리⋅물고기 생태농법...농촌 전자상거래 육성 모범지역으로도 부각

    중국 서부의 구이저우(貴州)성은 ‘두 얼굴의 중국’을 보여준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3247위안(약 565만 1900원)으로 하위 3위권(31개 성과 시 가운데 29위)에 있는 반면 경제 성장률은 올 2분기까지 26분기 연속 상위 3위권을 지키고 있다. 2002년 이후 14년간 두자리수 성장을 해오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18일 개막하는 19차 공산당 대회(19大)를 앞두고 7월26일 장관·성장급 지도간부회의에서 금융리스크 억제, 환경오염 방지 등과 함께 향후 5년 3대 국정 방향으로 제시한 탈빈곤 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난 16~18일 구이저우에서 진행된 한중일 지방정부 3농(농촌 농업 농민) 포럼은 유기농 전자상거래 관광 등 3가지 코드가 낙후한 중국 농촌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1)1400년된 유기농...생존위한 생태 농법이 친환경으로 부각


    벼 오리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구이저우의 자방 계단식 논에서 주민이 잡은 잉어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 볏집으로 만든 건 여름철 더위와 겨울철 추위를 막아주는 물고기 집 /총장현(구이저우)=오광진 특파원
    벼 오리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구이저우의 자방 계단식 논에서 주민이 잡은 잉어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 볏집으로 만든 건 여름철 더위와 겨울철 추위를 막아주는 물고기 집 /총장현(구이저우)=오광진 특파원
    포럼 마지막 날 첫 일정으로 진행된 구이저우 총장(從江)현 자방(加榜)향 방문 길은 길었다. 구이저우성의 성도(省都) 구이양(貴陽)시에서 고속철도로 90분, 다시 버스로 3시간을 달리자 1400년된 생태 농업의 현장이 나타났다.

    해발 700m의 산지에 촘촘히 펼쳐진 자방 계단식 논 두렁으로 들어가니 논 한 가운데 볏집으로 만든 천막 모양의 작은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총장현 관계자는 여름엔 그늘을 만들고, 겨울은 추위를 막아주는 물고기집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주민이 논에서 잡은 잉어를 보여줬다. 모내기 후 초기 한두달 정도는 새끼 오리를 함께 풀어 키운다. 이 관계자는 오리가 크면 물고기를 잡아먹고 벼를 상하게 해 논에서 빼낸다고 전했다.

    물고기와 오리는 해충과 잡초를 제거해준다. 배설물은 비료 역할을 한다. 농약을 쓸 필요없는 유기농법이다. 친환경 농법을 인정받아 2011년 중국에서 4번째 세계 중요 농업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 농민들이 벼 물고기 오리 복합 농법을 하게 된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다. 물고기와 오리는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게 한 일석이조 방식이다. 생선이나 농가에서 키우는 돼지 등 육류 모두 염장(鹽藏)해서 먹는다. “소금과 술을 약간 넣고 몇개월만 밀봉하는 식으로 염장하면 1년이상 두고도 먹을 수 있다.”(웨젠링 총장현 농업국장)고 한다.

    총장현은 논두렁 옆에 현장 방문단을 위해 염장한 생선과 익힌 찹쌀을 갖다놓고 시식하게 했다. 알이 꽉 찬 생선이 일품이다. 동행한 동료 특파원은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이라는 다큐멘타리에서 소개된 유기농 음식이라며 연신 젓가락을 음식에 댔다.

    논마다 대나무 관이나 고무관이 보였다. 물고기를 키울만큼 필요한 풍부한 물을 논에 대준다. 총장현 관계자는 “이 곳에는 ‘산도 높고 물도 높다’는 말이 있다”고 들려줬다. 하지만 지키는 원칙이 있다. 계단식 논도 고도에 제한을 둬 수자원을 남용하는 일을 막는다. 1400년전부터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법을 키운 것이다.

    총장현 주민들은 이렇게 수확한 쌀과 찹쌀 뿐아니라 염장한 생선도 유기농 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소득을 올린다.현장 방문단의 점심 장소인 총장현 영빈관에 들어서니 각종 쌀이 포장돼 진열돼 있다. 중국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구이저우의 1400년 된 유기농법이 주목받고 있다.

    ◆(2) ‘구이저우 농촌 전자상거래 배우자’ 중국 전역서 시찰

    구이저우 총장현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과 생선 돼지고기 술 등이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텐먀오를 통해 중국 전역에 팔리고 있다.  /텐먀오 캡처
    구이저우 총장현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과 생선 돼지고기 술 등이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텐먀오를 통해 중국 전역에 팔리고 있다. /텐먀오 캡처
    총장현의 쌀과 생선은 중국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인 톈마오(天猫)를 통해서다. 알리바바가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농촌 전자상거래가 귀저우성의 농촌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귀저우성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지난해 1월 만든 전자상거래업체 구이농(貴農)닷컴의 가오수강(高樹剛) 부총경리(부사장)는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초까지 총장현 쌀과 생산 등을 파는 전문 코너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 부총경리는 첫해 16억 5000만위안(약 2805억원)에 달한 거래액이 올해 80%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구이양에서 40km 떨어진 시우원(修文)현은 구이농닷컴 덕분에 작년에 전체 키위 농가 소득을 1000만위안(약 17억원) 늘렸다. 가오 부총경리는 “시우원의 키위 농가는 과거 소형 트럭으로 인근 지역을 돌며 도로변에서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자상거래를 통해 손쉽게 중국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됐다”고 전했다.

    구이저우는 산지가 전체 면적의 93%으로 산지농업이 발달해있다. 700만무(畝, 1무는 99.174 평방미터)의 차(茶) 산지가 있고 훠룽궈(火龍果)는 12만무로 생산면적 규모가 중국 1위다. 600만무에 이르는 중약재 생산단지도 있다. 전자상거래가 산지농업으로 수확한 생산품의 새 판로를 열고 있는 것이다.

    구이저우의 농촌 전자상거래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다. 한중일 지방정부 3농포럼이 개막한 16일 구이저우의 구이딩(貴定)현에서는 중국 농촌전자상거래 탈빈곤 경험교류회가 열렸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구이저우 TV와의 인터뷰에서 “구이저우의 빅데이터 산업 발전이 탈빈곤에 기여하고 있다”며 “구이딩현은 1농가 1QR코드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네이멍구(内蒙古)와 허베이(河北)성 등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전자상거래로 농촌의 빈곤인구를 줄이는 구이저우성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이저우의 빈곤 발생율은 2011년 33.4%에서 2016년 10.6%로 떨어졌다. 최근 5년간 구이저우 농촌의 빈곤인구(연수입 2300위안⋅ 약 39만원 이하)는 776만명 감소했다.

    왕양(汪洋) 부총리는 이날 교류회에 참석, “전자상거래 덕에 탈빈곤이 적극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며 관련 인프라 확충, 브랜드 육성, 전문 인재 양성 등을 주문했다.

    ◆(3)해발 700m 계단식 논 보며 달리는 마라톤 대회...소수민족 문화 관광 수입원 부각

    구이저우의 계단식 논 /총장현(구이저우)=오광진 특파원
    구이저우의 계단식 논 /총장현(구이저우)=오광진 특파원
    총장현에선 ‘청개구리가 한 번 뛰면 3개 논을 넘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좁은 면적의 산 비탈에서도 논을 만들었다. 총장현은 25km에 걸쳐있는 자방향의 계단식 논을 끼고 달리는 국제 하프마라톤 대회를 지난해 9월 개최했다. 마라톤 대회를 새 관광 수입원으로 개발하는 중국 농촌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구이저우성 정부는 200km에 걸쳐 계단식 논이 형성된 총장현에 5년간 민간자본을 포함 20억위안(약 3400억원)을 투입해 ‘계단식 논 관광 지대’를 만들 계획이라고 구이저우 도시보가 최근 보도했다.

    한중일 지방정부 3농포럼에 참석한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한국 기자단과 만나 “구이저우는 자연과 소수민족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농촌을 발전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구이저우의 살아있는 빙마용으로 불리는 바샤 묘족들이 장총을 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총장현(구이저우)=오광진 특파원
    구이저우의 살아있는 빙마용으로 불리는 바샤 묘족들이 장총을 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총장현(구이저우)=오광진 특파원
    인구 3500만명의 구이저우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49개 민족이 살고 있어 다양한 민족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총장현에서 차로 다시 3시간 달려 도착한 ‘살아있는 빙마용(兵馬俑)’으로 불리는 바샤(岜沙) 묘족(苗族)마을.

    중국에서 유일하게 총기 소유가 허용된 곳이라고 현지 가이드가 설명했다. 태어날 때부터 나무를 키워 죽으면 그 나무 밑에 수목장을 하고 낫으로 이발하는 등의 풍습이 보존돼 있다. 구이저우의 생태⋅문화 관광은 농촌의 주요 소득원으로 관광 수입을 키우는 중국 정부의 탈빈(脫貧) 정책 방향과 맥이 닿는다.

    1인당 GDP 中 꼴찌 구이저우서 본 시진핑의 탈빈곤 코드
    시진핑 주석은 2020년까지 빈곤인구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탈빈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5년간 매년 1000만명 이상을 빈곤층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탈빈 정책의 핵심에 농업 농촌 농민으로 대표되는 3농 문제 해결이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강하려면 농업이 강해야 하고, 중국이 아름다우려면 농촌이 아름다워야 하고, 중국이 부자가 되려면 농민이 부자가 돼야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17일 중국 구이저우에서 열린 한중일 지방정부 3농 포럼에 참석한 선이친 구이저우 성장(왼쪽부터), 안희정 충남 지사, 이종헌 한중일 협력 사무국 사무총장 /조선비즈
    지난 17일 중국 구이저우에서 열린 한중일 지방정부 3농 포럼에 참석한 선이친 구이저우 성장(왼쪽부터), 안희정 충남 지사, 이종헌 한중일 협력 사무국 사무총장 /조선비즈
    한중일 지방정부 관계자 400여명이 참가한 한중일 지방정부 3농포럼은 한중일 지방정부 농업 교류협력를 강조하는 ‘구이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선이친(谌贻琴) 구이저우성 대리성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안희정 지사가 제안해 2015년부터 한중일 3개국이 돌아가면서 열고 있는 이 포럼을 ‘멀리 내다보는 탁월한 식견’(遠見卓識)이 있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이 플랫폼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깊고 광범위한 교류 협력을 통해 더 풍부한 성과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의 이종헌 사무총장은 “사드로 한중 양자간 관계가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서로에게 육성 필요가 있는 농업 같은 분야에서 다자간 관계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오수강 구이농닷컴 부총경리는 한국의 농협중앙회와 양국의 농산물 상호 유통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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