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88) 판사 출신 개인 변호사, 김앤장 누르고 "한국피자헛 어드민피 과징금 처분 정당" 판결 이끌어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9.21 06:05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로부터 가맹점서비스 수수료인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를 받은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공정위는 행정사건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개인변호사를 선임하고 한국피자헛이 가맹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어드민피를 받는 것은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피자헛의 법률 대리인은 김앤장이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지난달 17일 피자헛이 “시정명령과 5억 2600만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국피자헛의 어드민피 부과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공정위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공정거래 사건의 경우 전속고발권을 갖는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역할을 하며 서울고법 판결은 2심이다.

     피자헛 매장. /연합뉴스 제공
    피자헛 매장. /연합뉴스 제공
    한국피자헛은 2003년 1월부터 가맹점에 구매, 마케팅, 영업기획, 품질관리 등과 관련한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맹점서비스 수수료’(어드민피)를 매월 받아왔다. 피자헛은 처음에는 월 매출액의 0.34%를 어드민피로 부과했으나 2004년 1월부터 0.6%로 수수료율을 인상한 뒤 2004년 12월 0.55%로 소폭 인하해 2012년 4월까지 같은 요율을 유지했다. 이후 한국피자헛은 내부 임원회의를 거쳐 수수료율을 0.8%로 올리고 사내 메일 시스템 등을 통해 가맹점 사업자에 공지했다. 한국피자헛은 2012년 4월부터 신규로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가맹계약을 갱신하는 기존의 가맹점 사업자들과 어드민피 지급 관련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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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앤장, 묵시적 의사 합치 존재 주장했지만 패소

    한국피자헛을 대리한 김앤장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박순성(56・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한애라(45・27기), 송진호(40・31기), 김홍기(44・32기), 강대우(43・40기), 양충열(35・40기), 민한기(31・43기) 변호사가 투입됐다.

    김앤장은 묵시적 의사 합치를 근거로 어드민피 부과는 가맹사업자에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어드민피 부과는 가맹사업자들과 충분한 사전협의 및 동의절차를 거친 것으로서 가맹사업자들이 정보공개서, 가맹상담,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사전에 어드민피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위쪽 좌측부터 박순성 변호사, 한애라 변호사, 송진호 변호사. 아래쪽 좌측부터 김홍기 변호사, 강대우 변호사, 양충열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위쪽 좌측부터 박순성 변호사, 한애라 변호사, 송진호 변호사. 아래쪽 좌측부터 김홍기 변호사, 강대우 변호사, 양충열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김앤장은 또 공정위가 가맹계약서 기재의 형식적인 측면만 강조해 가맹계약서 기재사항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은 가맹사업법 규정의 취지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어드민피는 가맹사업법에 규정된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들에게 제공한 가맹점 지원업무의 대가’ 중 하나이며, 가맹계약 체결 당시 부서별 제공 서비스와 각 서비스에 따른 비용을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 특정하더라도 비용이 변경될 때 마다 계약서를 변경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이밖에도 어드민피 부과 내용이 포함된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한 사실, 가맹사업자들에게 어드민피를 의미하는 ‘SCM Adm’이라고 적힌 대금청구서를 발송한 점, 가맹사업자들은 이를 지급해왔다는 점 등 묵시적 합의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앤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와 가맹점사업자는 거래 당사자간 지위나 사업 능력에서 큰 차이가 있고, 가맹점사업자는 원고로부터 경영 및 영업활동 전반에 대해 통제를 받는 등 원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거래관계에 있으므로 계약이나 거래조건의 결정에서 불리한 조건이나 금액 부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태"라며 “최초 가맹비, 고정수수료, 원재료비, 콜센터비용, 광고비 이외에 가맹계약서의 근거 없이 매출액 대비 일정금액을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정위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는 가맹계약을 체결하려는 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않아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내용이 바로 계약 내용에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가맹점 서비스 수수료'가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고 원고가 가맹사업희망자에게 제공한 자료들에도 어드민피가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이고, 산정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했다.


    [법조 업&다운](88) 판사 출신 개인 변호사, 김앤장 누르고 "한국피자헛 어드민피 과징금 처분 정당" 판결 이끌어
    ◆ 판사 출신 변호사 선임한 공정위...법원 “거래상 우월적 지위 이용" 인정

    공정위는 대전고법 판사 시절 행정소송 등을 담당해 행정 사건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최지수(48・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2001년 판사생활을 시작한 최 변호사는 육군 법무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대전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고법 고등판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개업했다.

    최 변호사는 한국피자헛 본사의 어드민피 부과에 대해 “프랜차이즈 사업상 본사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라며 공정위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원고가 가맹사업자들에게 가맹금으로 인정되는 어드민피를 부과하면서도 이를 가맹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가맹사업법 제 11조 제 2항 제 4호의 가맹계약서 기재사항 등과 관련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최지수 변호사./변호사 최지수 법률사무소 제공
    최지수 변호사./변호사 최지수 법률사무소 제공
    최 변호사는 가맹사업법 제도 취지도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가맹사업법은 가맹계약서상 기재 사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상대적으로 거래상 불리한 지위를 가진 가맹점사업자를 사전에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드민피 기재가 없더라도 가맹점 사업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김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가맹사업법의 취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가맹본부의 구매팀, 품질관리팀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대가로서 사전에 어드민피 개념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판단한 공정위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한국피자헛이 가맹사업자들에게 어드민피가 포함된 대금청구서를 발송했고 이에 따라 가맹점 사업자들이 수수료를 지급해 온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만으로는 어드민피 부담에 관해 가맹점 사업자의 동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월적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의 거래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의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고 이를 강제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만약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들을 위해 구매대행, 마케팅, 전산지원, 고객상담실 운영 등에 지출한 비용이 가맹점 사업자들로부터 받는 최초 가맹금이나 고정수수료에 포함되지 않아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할 필요성이 있다면 해당 내용을 반영해 수정한 가맹계약서를 사용해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전에 협의 등 법적 근거를 부여받기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드민피 부과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가맹점 사업자에게도 이익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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