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투어 O2O(온·오프라인 연계) 맞춤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H&B)스토어가 급성장하면서 LG생활건강(051900), 아모레퍼시픽(090430)등 화장품 업체들이 대응책으로 유통 채널 개선에 나선 것이다.

H&B스토어는 기존 화장품 업체 유통망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상태다. 주요 고객인 20~30대 여성층의 화장품 소비 패턴이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H&B스토어 시장 규모는 2013년 5900억원에서 3년만인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브랜드 매장, 편집숍 등에서 자사 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편집숍 아리따움의 지난해 매출액(4440억원)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신장했다. 올 상반기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12%, 40% 감소한 3518억원과 685억원에 그쳤다. 색조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의 영업이익(83억원) 감소폭은 66%에 달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매출도 1444억원으로 9.4% 줄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H&B 스토어 시장은 5배 이상 성장할 잠재성이 있다고 본다”며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H&B 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6%에서 2020년 5.7%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정기 배송 등 O2O 서비스 출시

LG생활건강이 지난달 스트라입스와 협업해 출시한 ‘그루밍박스’.

20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정기 배송 전문업체인 ‘스트라입스’와 손잡고 격월로 남성용 화장품을 보내주는 ‘그루밍박스’ 서비스를 내놨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6월 자사 온라인 직영몰인 아모레퍼시픽몰(AP몰)에서 3개월 단위 정기 배송 서비스인 ‘뷰티 프로포즈’를 출시했다. 스킨케어나 헤어·바디, 이너뷰티 제품을 매월 정해진 날짜에 보내준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는 지난달부터 매장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재고 확인을 거쳐 1~2일 이내로 배송해주는 ‘스윗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찾아가는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리따움은 추가 배송비를 내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1~3시간 내에 배송받을 수 있는 ‘플라잉’과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픽미’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또다른 색조 브랜드 에스쁘아는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해본 뒤 매장에서 결제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도어 드랍’을 운영 중이다. 이달부터 온라인몰까지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했다.

화장품업계는 정기 배송과 배달 및 픽업 서비스의 강점으로 편리성을 꼽았다.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의 선택과 구매, 이용 과정을 줄여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쁘아 관계자는 “품절된 제품일 경우 수시로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거나 문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이같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온 디맨드(On-Demand·수요 중심의 시스템 혹은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타 업체와 비슷한 서비스 ‘한계’…“SNS형 큐레이션으로 해답 찾아야”

하지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차별화를 위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배송 및 픽업 서비스는 전자상거래 업체와 홈쇼핑 업체에서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편의점과 연계해 소비자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주문한 상품을 원하는 점포에서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미미박스의 ‘겟잇뷰티 박스’.

정기 배송 서비스의 경우에는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인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접었다. 같은 서비스를 오랜 기간 이용하다보니 쉽게 질리고 개월 또는 연단위로 계산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한달에 한번 구독료를 내면 매월 화장품 5~6개를 담아 보내주는 형식으로 이름을 알렸던 미미박스는 2015년 전자상거래로 사업을 전환했다. 도로시박스와 훈녀박스, 보보박스 등은 출시 후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화장품업계에선 ‘SNS형 큐레이션 커머스’를 주목하고 있다. SNS형 큐레이션 커머스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정기 배송 서비스와 달리 소비자들이 직접 고른 상품에 대해 전문가가 개인화된 피드백을 제공해준다.

SNS형 큐레이션을 도입한 대표적인 업체는 미국의 ‘트렁크 클럽(Trunk Club)’이다. 처음 가입시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상담 또는 설문 조사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한다. 이후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고려한 스타일을 제안하고 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소비자는 제품들을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만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

일본 화장품 정보 사이트 ‘해피카나'. 5만장의 얼굴 이미지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소비자에게 맞는 화장법과 화장품, 구매 사이트 등을 추천한다.

일본 최대 화장품 정보 사이트 ‘해피카나’는 5만장의 얼굴 이미지 빅데이터를 딥러닝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소비자에게 맞는 화장법과 화장품, 구매 사이트 등을 추천한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큐레이션 커머스 시장은 규모 확대는 물론 경쟁 심화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홈쇼핑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트라입스 관계자는 “타 업체들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들의 직업과 성향 등을 분석해 화장품 외에도 셔츠, 악세서리 등 구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