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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아이디어 용광로’ 테크크런치 해커톤…한국계 엔지니어가 이끈 팀 우승

  • 샌프란시스코=박원익 기자
  • 입력 : 2017.09.19 11:02 | 수정 : 2017.09.19 14:58

    “큰 상점에 들어갔는데, 도와줄 직원을 찾지 못한 적 있으시죠? ‘알렉사 쇼핑 도우미(Alexa Shop Assist)’를 이용하면 됩니다. 알렉사, 쇼핑 도우미에게 물어봐 줘. 프리우스용 엔진 오일은 어디 있지?”

    “5번 통로에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해커톤(hackathon·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한 곳에 모여 제한된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이벤트) 현장. 무대에 오른 알렉사 쇼핑 도우미 개발자 로렌스 장(Lawrence Chang)과 아마존 AI(인공지능) 비서 알렉사가 나눈 대화다. 알렉사와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직원 도움 없이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로렌스 장은 한인 교포 2세다.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해커톤 2017’에서 알렉사 쇼핑 도우미(Alexa Shop Assist)팀이 프레젠테이션을 펼치고 있다. / 박원익 기자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해커톤 2017’에서 알렉사 쇼핑 도우미(Alexa Shop Assist)팀이 프레젠테이션을 펼치고 있다. / 박원익 기자
    더 놀라운 건 이 프로그램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식별하고 일정 기간 기억(mapped)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렌스 장이 (가상의) 5번 통로 쪽으로 이동해 “뭘 사야 하지?”라고 후속 질문을 하자 “0W-20 오일”이란 답이 돌아왔다. 별도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특정 소비자 목소리와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해 프리우스용 엔진 오일을 살 수 있도록 정확히 안내했다.

    ◆ 엔비디아 직원 4인방 의기투합… “우승 예상 못 해”

    알렉사 쇼핑 도우미는 실리콘밸리 AI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엔비디아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로렌스 장을 비롯해 제임스 쉬(James Xu), 디네시 탕가벨(Dinesh Thangavel), 저스틴 차이(Justin Tai) 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4명이 팀을 이뤘다 .

    이 팀은 실제 겪은 쇼핑 경험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같은 대형 소매 유통업체의 상품 가짓수가 많아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알렉사 쇼핑 도우미 기술 구조도(위). 엔비디아 직원들로 구성된 알렉사 쇼핑 도우미팀이 우승을 차지했다(아래) / 테크크런치 영상 캡처·박원익 기자
    알렉사 쇼핑 도우미 기술 구조도(위). 엔비디아 직원들로 구성된 알렉사 쇼핑 도우미팀이 우승을 차지했다(아래) / 테크크런치 영상 캡처·박원익 기자
    아마존 에코 등 알렉사를 구동할 수 있는 기기를 오프라인 매장 곳곳에 배치해 두면 소비자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다. ‘아마존 고(Amazon Go)’를 필두로 한 글로벌 유통업계 무인화, 자동화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람다 함수 두 개, 화자 인식(speaker recognition), 문맥 전환(context switching) 응답 트리(tree·자료구조)를 사용해 구현했다.

    이날 해커톤 행사에선 총 102개 팀이 참여해 프레젠테이션만 3시간 이상 진행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 팀의 결과물은 심사위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최종 우승. 상금으로 5000달러(한화 570만원)를 획득했다. 2위는 비디오 채팅을 활용해 수화를 문자로 바꿔주는 ‘에이에스링크(ASLink)’, 3위는 대중 연설 교정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피치코치(SpeechCoach)’에 돌아갔다.

    우승자 발표 후 무대 뒤편에서 로렌스 장과 만나 소감을 묻자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 ‘아이디어 용광로’ 해커톤…10세 어린이도 참여


    프레젠테이션 시작 직전까지 결과물을 점검하고 있는 개발자들. / 박원익 기자
    프레젠테이션 시작 직전까지 결과물을 점검하고 있는 개발자들. / 박원익 기자
    참가자들은 주어진 시간(무박 2일, 24시간) 동안 프로그래밍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개발자들은 프레젠테이션 직전까지 데모 작업물 점검에 온 힘을 쏟았다. 밤새 작업하고 지쳐 바닥에 널브러져 쉬는 사람, 1분 발표용 대본을 외우는 개발자, 레드불 비타민워터 등 에너지음료를 쉴새 없이 들이키는 이도 눈에 들어왔다. 테크크런치 로고 앞에서 셀카를 찍고, 행사장에 울리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테크크런치 상징색인 녹색 조명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등 자기만의 방법으로 행사를 즐기는 개발자도 적지 않았다.

    참여자들의 인종과 연령이 다양한 만큼 눈에 띄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았다. 알렉사를 이용해 경마 게임에 돈을 걸 수 있는 프로그램, 가상화폐로 인터넷 핫스팟(hotspot)을 살 수 있게 만든 앱, 이용자가 가짜 뉴스에 피드백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주차 위반을 막고 차 위치를 찾아내는 앱, 영상으로 바디랭귀지를 분석해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호응을 얻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해커톤에 참가한 개발자들. 해커톤은 개발자, 디자이너, UX 설계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관계자들이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이벤트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은 물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해커톤을 통해 아이디어와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고 있다. / 박원익 기자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해커톤에 참가한 개발자들. 해커톤은 개발자, 디자이너, UX 설계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관계자들이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이벤트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은 물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해커톤을 통해 아이디어와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고 있다. / 박원익 기자
    미국을 주기적으로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대규모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솔루션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10살짜리 인도계 초등학생이 발표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유럽 출신 개발자들도 보였다. 이벤트 스폰서로는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 아마존 알렉사, 통신업체인 버라이즌, 공간정보업체 에스리(ESRI)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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