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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車부품]④ 만도·한온시스템 선방 이유...'다변화가 살 길'

  • 변지희 기자

  • 입력 : 2017.09.14 11:56 | 수정 : 2017.09.15 09:13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중국에 동반 진출한 부품업체들에 총 2500억원 규모의 금형설비 투자비를 일괄 선(先)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부품업체가 완성차 업체에 부품 대금을 청구할 때는 인건비, 재료비, 설비투자비 등을 합산해 지급을 요구한다. 이 중 설비투자비의 경우 매년 감가상각을 계산해 5~6년에 걸쳐 지급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부품사들까지 위기에 몰리자 현대·기아차가 중국 현지에 동반 진출한 부품업체들에 설비투자비를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선지급으로 중국 현지에서 수개월째 부품 대금을 못받고 있는 부품사들은 유동성 확보로 일단 숨통을 틀 것으로 전망된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부품 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의 금융 지원을 환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추석쯤 설비투자비 지급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일시적인 자금 지원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지원으로 고비를 넘길 수 있겠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계에서는 고객을 다변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 현대차 등 특정 완성차 업체의 의존도를 낮추는 게 궁극적으로 살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자동차 강판부터 제조·판매, 운송·금융까지 전 과정에 계열사를 두는 ‘수직계열화’ 뿐 아니라 계열사 이외의 다른 부품업체들에는 현대·기아차와만 거래하도록 하는 ‘전속거래’를 통해 성장해 왔다. 현대·기아차는 수직계열화, 전속거래를 통해 신속한 차량 개발 및 생산, 원가 절감 등의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부품업체 입장에서도 전속거래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정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현재는 현대·기아차도 부품업체들의 고객 다변화를 독려하고 있고 부품업체들도 GM 등 여러 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로부터 단가 인하 요구를 받게 되면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2차, 3차 업체로도 전가돼 부품업체들이 저수익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형성된다. 수익성이 낮아져 연구개발(R&D) 능력이 떨어지면 자생력을 갖추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인 덴소도 도요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지만 매출 다변화를 통해 도요타 의존도를 51%까지 낮췄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 델파이도 마찬가지다. 델파이는 1999년 제너럴모터스(GM)에서 분사했지만 분사 이후에도 델파이의 GM 의존도는 60%였다. 이를 통해 한때 부품 업계 글로벌 2위까지 올랐지만 GM의 사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2005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지속적인 고객 다변화를 통해 GM 의존도를 17%까지 낮췄고, 지난해에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선정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100개 중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변지희 기자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변지희 기자
    ◆ 고객 다변화한 만도, 한온시스템 올 2분기 ‘선방’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올 2분기에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와 한온시스템은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만도는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을 생산한다. 한온시스템의 주력 제품은 공조장치와 컴프레서 등이다. 만도와 한온시스템은 현대·기아차 납품 비율이 각각 56%, 52%에 달하지만 지리(Geely), 장청(Greatwall), 창안(Changan) 등 중국 로컬 브랜드나 GM,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에도 납품하는 등 고객 다변화가 상대적으로 잘 돼있는 편이다.

    올 2분기 한온시스템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한 1조37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다. 만도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16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지만 매출액은 0.6% 증가한 2조8235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931억원, 5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13.9%씩 감소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만도도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 급감에 악영향을 받았지만 지리(Geely) 등 중국 로컬업체에 대한 매출을 확대하고 인도·브라질·멕시코 등에서 성장하며 중국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과 만도의 실적은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절대적인 부품업체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다. 자동차 범퍼와 도어 등 차체용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차 주요 협력업체 성우하이텍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4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6%나 감소했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2분기의 영업이익은 93.8% 감소한 28억원에 불과했다. 성우하이텍의 현대차 의존도는 85%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납품 비중이 98.5%인 덕양산업은 올 상반기 2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현대차 창저우 공장./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창저우 공장./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모비스, 현대제철도 현대차 의존도 낮추기 나서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 주요 부품사들도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법인인 중 하나인 상하이모비스는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에 에어백을 납품할 예정이다. 김서홍 상해모비스 법인장은 “현대ㆍ기아차 이외의 회사에 대한 매출 비중은 현재 한자릿수지만 장기적으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100만톤 이상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의 3배 수준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량을 늘려 현대ㆍ기아차 판매 부진의 여파를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고객과 제품 다변화를 통한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해외 고객사별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업체 가운데 중국 비중이 큰 현대케피코, 현대파워텍 등의 실적이 급감했다. 현대케피코는 자동차엔진제어장치, 연료분사장치 등을 생산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99%, 중국 매출 비중은 38%에 달한다. 올 2분기 현대케피코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0.7% 급감한 81억원에 불과했다. 매출액은 4033억원으로 같은 기간 18.5% 감소했다.

    변속기 등을 생산하는 현대파워텍의 현대차그룹 납품 비중은 85%, 중국 매출 비중은 20%가량이다. 현대파워텍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960억원과 57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5%와 52.2% 감소했다. 현대파워텍은 2009년까지만 해도 생산량 100%를 현대·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납품했다. 이후 미국 크라이슬러 등으로부터 수주하는 등 매출처 다변화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납품 비중이 85%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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