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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사태가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시키는 이유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9.13 16:40 | 수정 : 2017.09.13 16:57

    스티븐 므누신 美 재무장관 “유엔 제재 안 따르면 달러시스템서 중국 배제” 경고
    기축통화 달러 무기화 부각...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확대 겨냥 强위안 행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중국이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달러시스템에서 배제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중국이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달러시스템에서 배제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장면 1 “중국이 유엔의 새로운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미국의 금융시스템과 달러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결의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12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한 내용의 일부다.

    장면 2 “미국의 경제와 금융봉쇄가 경제와 민생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결제에서 위안화 유로화 엔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구성된 바스켓통화로 달러를 대체하겠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7일 미 달러 지불시스템의 피해자라며 새로운 국제지불시스템 도입이 국제 통화와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달러 기축통화를 무기로 사용하는 미국의 행보와 그여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독립적인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을 부각시키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미국은 민간 지불결제시스템인 칩스(CHIPS⋅Clearing House Interbank Payment System)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운영하는 페드와이어(Fedwire) 를 통해 달러화를 결제하고 있다. 칩스는 국제결제, 페드와이어는 국내 결제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칩스의 경우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1조5000억달러 규모를 결제했다.

    이들 시스템에 접근이 차단되면 달러를 이용한 국제거래도 차단된다.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를 내세워 금융봉쇄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운영에 들어가고 이를 확대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것도 미국의 금융봉쇄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당장 미국의 금융봉쇄에 저항할 수단은 없지만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될수록 CIPS를 이용한 금융회사들 늘고 이에 따른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미래엔 중국이 국제화된 위안화를 내세워 특정국이나 금융사를 상대로 금융봉쇄를 하겠다고 나설 날도 올 수 있다.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CIPS 확대 박차

    북핵 사태가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시키는 이유
    인민은행이 2015년 10월8일 4년간의 시험운영을 거쳐 CIPS를 개통하자 “위안화를 국제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고속도로가 정식으로 개통됐다. 위안화의 국경간 또는 역외 업무를 위한 중요한 금융인프라다. ”(화샤시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CIPS 개통과 함께 공상은행 HSBC 등 19개 은행들이 직접 참여했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38개 중국계 은행과 138개 외자계은행들도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2016년 7월엔 중국은행 계열의 중인(中銀)홍콩이 해외에 있는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CIPS에 직접 참여하면서 위안화 국경간 결제의 효율을 제고시켰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CIPS를 통한 결제처리 건수와 규모는 하루평균 4800건과 470억 6800만위안(약 8조 956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1800건과 75억8400만위안(약 1조 3044억원)에 비해 각각 256%,520% 급증했다.

    인민은행은 연내 업그레이드된 CIPS를 개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주이(陸家嘴)포럼에서 새 CIPS가 곧 상하이에서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찰자망은 위안화 국제결제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블랙리스트 지목 중국계 은행 늘까...10여년전 북핵 연루 악몽 오버랩

    갈길이 먼 위안화 기축통화. 국제 지불결제 통화 비중.(노란색이 위안화, 2016년말 기준)/SWIFT
    갈길이 먼 위안화 기축통화. 국제 지불결제 통화 비중.(노란색이 위안화, 2016년말 기준)/SWIFT
    중국은 CIPS 가동이전에는 국제은행간 금융통신협회(SWIFT)에 과도하게 의존해 리스크가 컸다고 관찰자망은 지적했다. 미국의 금융봉쇄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2005년 마카오에 있는 중국계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가 대표적이다.

    미국 재무부는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진행하던 당시 SWIFT의 데이터를 분석해 BDA를 자금세탁 우려 은행으로 제재하면서 BDA에 예치된 북한 김정일의 통치자금 25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286억 원)를 동결시켰다.

    2007년 미국 재무부가 동결된 자금의 북한 송금을 허용했지만 정작 중국 내 은행들은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을 걱정해 송금에 협조하지 않을만큼 달러 기축통화에 기반한 미국의 금융봉쇄는 중국계 은행들에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중국이 2009년부터 위안화 무역 결제를 시작하고 2012년부터 CIPS를 추진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를 서두른 배경이기도 하다. SWIFT에 따르면 위안화는 6월말 현재 세계 6위 지불결제 통화이자, 세계 3위 무역융자 통화이고, 세계 5위 외환거래 통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안화 기축통화가 여전히 먼 미래 인 상황에서 올 6월말 북핵 관련, 중국의 단둥(丹東)은행을 미국 재무부가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12년 전 BDA 사태가 다시 부각됐다.

    므누신 재무 장관은 단둥은행 규제를 발표한 직후 브리핑에서 “계속 이런 행위(북한과 연루된 자금세탁)를 찾아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사했고, 이어 12일에도 미국의 금융시스템 차단을 대중국 제재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미국 정부에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을 비롯해 농업은행, 건설은행, 초상은행, 단둥은행, 대련은행, 교통은행 등 12곳의 제재 명단을 전달하고, 북핵 대응을 주제로 한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행보는 위안화 국제화를 통한 CIPS 확대가 중국 금융의 주요 과제임을 중국 지도부에 더욱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들어 위안화 가치가 절상으로 돌아서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줄자 위안화 국제화에 장애물이 됐던 규제를 서둘러 폐기시키고 있다.역외에서 위안화를 예치한 은행들에 2016년 1월부터 부과했던 지급준비금 규제를 해제한 게 대표적이다.

    ◆위안화 강세는 위안화 국제화 촉매제

    위안화 강세를 용인한 배경중 하나도 위안화 국제화에 좋은 여건을 만들 수 있어서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늘면,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고, 이는 위안화 국제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11일까지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를 기준환율 기준으로 11일 거래일 연속 절상시켰다. 2005년 7월 위안화 환율 개혁 이후 12년만의 최장기간 절상이다.

    위안화 가치는 연초만해도 연내 달러당 7위안대로 절하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6.5위안 아래로 내려가 2016년 5월12일 이후 16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위안화 절상은 인민은행이 환율의 경제 펀더멘털 반영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올 5월 위안화 환율 결정시스템을 개정한 이후 속도를 내왔다.

    위안화 절상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수출 등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절상 추세가 주춤해지고 있지만 방향성은 절상으로 잡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인민은행은 13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5382위안에 고시하면서 이틀 연속 절하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올들어 달러 대비 5.7% 절상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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