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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억 주식 사달라" 신동주의 '반격?'…롯데지주, 덕분에 지주사 요건 충족 수월해져

  • 안재만 기자
  • 입력 : 2017.09.13 15:47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옛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반대해 롯데쇼핑(023530)등 4개 계열사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하면서 당장 7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자금 조달만 해결하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 충족의 부담을 한층 덜게 돼 더 빨리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날 SDJ코퍼레이션은 신동주 회장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005300), 롯데푸드(002270), 롯데제과(004990)등 4개사에 대해 보유 주식의 97%를 매입해 달라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SDJ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지주의 중국 사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매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250만5000주(8%), 롯데제과 56만2370주(4%), 롯데칠성 3만5070주(2.8%), 롯데푸드 2만6899주(2%)를 보유하고 있다. 각 계열사가 신 회장에게 청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롯데쇼핑 5623억원, 롯데칠성 514억원, 롯데제과 1113억원, 롯데푸드 165억원 등이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연합뉴스 제공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연합뉴스 제공
    ◆ 롯데쇼핑 등 4개사, 외부 차입 통해 자금 마련할 듯…은행·증권사와 논의 개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4곳은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 등을 통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재무 담당 직원들이 은행, 신용평가사, 증권사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금 마련의 목적까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롯데그룹이 자금 조달을 열심히 추진 중”이라며 “다만 롯데그룹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니 대부분 보수적인 반응을 내비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재 4개사가 보유한 현금 여력은 넉넉하다. 6월 말 기준 롯데쇼핑은 2조6000억원, 롯데칠성음료는 3030억원, 롯데제과는 3455억원, 롯데푸드는 1003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상반기 들어서만 현금 보유량을 각각 108%, 174% 늘렸다. 분할 및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내린 판단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외부 차입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2조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면서 “유통업 특성상 유동 현금이 많아야 해 현금 보유량 또한 많아 보이는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롯데그룹 4개 계열사는 10월 1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합병 주주총회 이후 롯데그룹 4개 계열사 모두 주가가 내려가 있어 신동주 회장 외의 개인투자자도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소액주주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상법상 주주총회 전날까지 서면을 통해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만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 어차피 사업회사 지분 늘려야…“장내매수 부담 줄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4월 3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회장이 지난 4월 3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표면적으로는 롯데그룹이 ‘불의의 일격’을 맞은 듯 보이지만, 크게 보면 어차피 밟아야 할 절차를 밟는 것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대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10월 신설되는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분 확보가 한층 수월해졌다. 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가 되려면 2년 이내에 상장사 지분 20% 이상, 비상장사 지분 40% 이상을 맞춰야 한다. 현재 분할비율대로 분할 및 합병하면 롯데지주의 롯데쇼핑 등 4개사에 대한 자회사 지분율은 삼성증권 추정 기준으로 2~13%에 그친다.

    신동주 회장의 주식을 매입하는 주체는 4개 계열사의 존속법인(지주회사 법인)이다. 이곳은 사업회사 4개사를 떼어내고 합병해 지주회사가 된다. 즉 신 회장이 매각한 주식은 지주회사에 남고, 자사주 보유분만큼 추후 신설회사(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가 배정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자금 모집에 대한 과제가 발생하지만, 추후 장내 매수 등으로 지분을 늘려야 하는 부담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셈”이라고 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상법상 주주의 권리 중 하나일 뿐이며, 이와 관련한 득실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신동주 회장의 지분 처분 가능성을 예상해왔다”면서 “대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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