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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車부품]③ 완성차 노조 파업·최저임금 상승에 '시름'

  • 변지희 기자

  • 입력 : 2017.09.13 06:15

    "완성차업체 노조야말로 '슈퍼 갑(甲)'입니다. 완성차 노조가 파업하면 부품업체도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되는데, 언제부터 차 생산을 시작할 지 몰라 거의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중국·미국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월급을 얼마나 더 받겠다고 그러는건지…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것 아닙니까?"(자동차 부품업체 A사 관계자)

    현대·기아자동차 생산직 근로자는 평균 연봉 1억원에 가까운 고임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올해까지 6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지만 귀족 강성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8번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3만8000여대의 생산 차질, 약 8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생겼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달 22일 부분 파업을 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완성차 노조 파업으로 부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도 임단협 협상 난항으로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부품업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과 최근 통상임금 판결로 부품업체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연장, 주간연속 2교대제 8시간+8시간 근무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노조 새 집행부 선거로 파업을 중단한 상태지만 집행부가 꾸려지고 나면 파업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5년 말 기준 완성차 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3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 폴크스바겐(7841만원)을 웃돈다.

    현대차 임단협./연합뉴스
    현대차 임단협./연합뉴스
    ◆ 완성차 파업하면 최하위 협력업체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져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벌였다. 24차례의 파업과 특근거부 등으로 14만2000여대, 3조1000억원의 손실이 생겼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인도에 밀려 글로벌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5위에서 밀려난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올해는 6위를 지키기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7위인 멕시코가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216만2548대로 199만3755대를 생산한 멕시코와 16만여대 차이에 불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해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노조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는 5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차 협력업체는 2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절대적인 피해 규모는 협력업체가 완성차 업체보다 적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힘든 금액"이라고 밝혔다.

    파업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면 최하위 협력업체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한다. 완성차 업체가 1차 협력업체에 손실 비용을 분담하도록 요구하면 1차 협력업체는 다시 2차, 3차 협력업체에 그 비용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차 협력업체들은 위기가 생겨도 이를 극복하고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멈추더라도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안줄 수는 없으니 청소라도 시켜야 하고,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경비도 지출해야 한다"며 "완성차 노조가 언제 파업을 멈출지, 그동안 생산하지 못한 물량은 얼마만큼 몰아서 생산할지 몰라서 항상 대기상태"라고 토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완성차업체 판매 부진,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호소문을 냈다./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제공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완성차업체 판매 부진,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호소문을 냈다./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제공
    ◆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판결도 악재

    최저임금 인상도 부품업체에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최근 결정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5개 완성차 업체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2%로 일본의 도요타(7.8%), 독일의 폭스바겐(9.5%)보다 높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임금 부담 때문에 이미 한 공장은 비정규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람을 줄이는 것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데 그러면 생산량을 맞출 수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임금이 1% 인상되면 월 기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1500만원 증가한다”며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부품업체들의 걱정도 깊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는 지난달 31일 기아차 근로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총 1조원대 임금청구 소송에서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원금과 이자 포함 총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아차는 이번 판결에 따라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회계상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올해 3분기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는 2007년 이후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내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기아차에 대금지급 의존도가 높은 1차 협력 업체들의 경우 자금회수에 지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바로 영세한 2차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5000여개의 부품업체 중 존폐를 다투는 회사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액의 소급분을 받는 정규직 노조와 달리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중소 협력업체까지 소송분쟁이 확산되면 노사간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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