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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백’이 돌아왔다… 복고 열풍 타고 명품백도 역주행

  • 김은영 기자

  • 입력 : 2017.09.13 07:00

    루이비통 ‘스피디 백’, 프라다 ‘나일론 백’ 등 20년 전 ‘잇백’ 귀환
    핀터레스트 나일론 백 검색률 185% 증가
    킴 카다시안, 켄달 제너 등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 즐겨 착용해 유행 예감
    과시적인 명품이 아닌 쿨한 길거리 스타일로 재해석

    빈티지 루이비통 가방을 착용한 소피아 리치(맨 왼쪽)와 카일리 제너/사진=인스타그램
    빈티지 루이비통 가방을 착용한 소피아 리치(맨 왼쪽)와 카일리 제너/사진=인스타그램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루이비통 스피디, 프라다 나일론 백…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잇백(it bag)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잇백이란 ‘갖고 싶은 바로 그 가방’을 뜻한다. 주로 로고가 두드러진 디자인으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잇백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건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다. 킴 카다시안,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등 잘 나가는 ‘패션왕’들이 앞다퉈 잇백을 들고나오면서, 한물간 명품 백을 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할리우드 스타들, 루이비통 ‘스피디 백’, 프라다 ‘나일론 백’에 열광

    올해 초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의 협업으로 SNS를 뜨겁게 달군 루이비통은 예상치 못한 이슈로 또 한 번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진원지는 모델 켄달 제너의 파파라치 사진이었다. 모델이자 패셔니스타로 명성이 높은 켄달 제너는 루이비통이 2003년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해 내놓은 앙증맞은 흰색 스피디 백을 들고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루이비통의 미니 스피디 백과 패니 팩을 맨 켄달 제너, 오른쪽 패니 팩 켄달의 할머니가 쓰던 것이라고./사진=핀터레스트
    루이비통의 미니 스피디 백과 패니 팩을 맨 켄달 제너, 오른쪽 패니 팩 켄달의 할머니가 쓰던 것이라고./사진=핀터레스트
    켄달 제너의 동생인 모델 카일리 제너도 체리 문양이 들어간 스피디 백을 들었다. 그는 그래피티 스피디 백, 포쉐트 메티스, 베르니 미러 알마 등 20여 년 전 인기를 끈 루이비통의 가방들을 바꿔 들며 잇백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루이비통의 스피디 백은 방수 캔버스를 이용해 만든 가방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길거리에서 3초에 한 번꼴로 볼 수 있다고 해 ‘3초백’, ‘국민백’, ‘지영이백’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스피디 백과 함께 돌아온 반가운 가방이 또 있다. 바로 프라다의 포코노 백, 일명 나일론 백이다. 이 가방 역시 킴 카다시안, 켄달 제너, 클로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즐겨 들면서 화제를 모았다. 낙하산에 쓰는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포코노 백은 까만 원단에 역삼각형 로고가 박힌 심플한 디자인으로, 도시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 복고 열풍타고 20년 전 잇백 귀환

    최고급 신상 핸드백을 거침없이 들고 다니던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 난데없이 20년 전 핸드백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해답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복고 문화가 융성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패션이 멋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윗세대에겐 한물간 명품이지만, 젊은 세대에겐 모든 것이 풍요롭던 시대가 남긴 유산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21살인 켄달 제너는 자신이 맨 루이비통 패니 팩(fanny pack∙허리에 둘러매는 가방)을 두고 “할머니가 쓰던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프라다의 빈티지 패니 팩을 맨 모델 아드와 아보아(왼쪽)와 프라다 토트백을 든 킴 카다시안/사진=인스타그램
    프라다의 빈티지 패니 팩을 맨 모델 아드와 아보아(왼쪽)와 프라다 토트백을 든 킴 카다시안/사진=인스타그램
    로고 패션의 부상도 잇백의 부활과 맥을 같이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브랜드나 로고를 숨긴 로고리스(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가 대세였지만, 최근 들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구매력 높은 젊은 층이 증가하면서 로고 패션이 부상하는 추세다.

    구찌의 경우 GG 로고가 강조된 디오니소스 백, 마몽 백, 실비 백 등이 인기상품으로 부상하면서 브랜드의 ‘환생’을 이끌었으며,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휠라 등도 로고를 앞세운 디자인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로고가 강조된 90년대 잇백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80년생인 직장인 강지은 씨는 잇백의 부활이 의아하면서도 반갑다. “돈을 벌고 처음 산 명품이 루이비통 스피디 백이었어요. 당시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스피디 백을 들었죠(웃음).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옷장 속에 처박아 뒀었는데 다시 돌아오다니, 정말 꺼내 들어도 될까요?”

    ◆ 돌아온 잇백, 길거리 감성의 쿨한 스타일로 재해석

    잇백의 부활을 감지한 프라다는 지난 6월 열린 2018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유산인 나일론 백을 재해석한 가방들을 선보였다. 특히 허리춤에 걸친 나일론 패니 팩(fanny pack∙허리에 둘러매는 가방)은 최근의 힙색(hip sack) 열풍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6개월간 핀터레스트에서 ‘나일론 백’의 검색률은 185%나 증가했다.

    2018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스트리트 감성의 패니 팩으로 재해석된 루이비통 모노그램 백(왼쪽)과 프라다 나일론 백/사진=각 브랜드
    2018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스트리트 감성의 패니 팩으로 재해석된 루이비통 모노그램 백(왼쪽)과 프라다 나일론 백/사진=각 브랜드
    루이비통도 모노그램 로고가 선명한 스피디 백과 백팩, 패니 팩 등을 대거 선보였다. 새롭게 해석한 잇백은 과시적인 명품이 아닌, 길거리의 감성을 접목해 쿨하게 스타일링하는 게 포인트다. 이를테면 정장에 패니 팩을 사선으로 걸쳐 매거나, 트랙 수트에 스피디 백을 매치하는 방식이다.

    이쯤 되면 머지않아 서울의 가로수길이나 명동 거리에도 왕년의 잇백을 든 멋쟁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옷장 속에 방치된 ‘잇백’을 꺼내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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