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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車부품]① 부품업체 모인 인천 남동공단 "사드보복, 앞으로 더 걱정"

  • 변지희 기자

  • 입력 : 2017.09.11 06:05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나면서 협력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취약한 2차, 3차 협력업체들은 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의 핵심 산업이자 고용 등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위기 상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5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등록된 완성차 1차 협력업체 중 14곳이 모여있는 곳이다. 남동국가산업단지 내에 있으면서도 조합에 등록되지 않은 곳과, 차로 10여분정도 거리에 떨어진 인천 연수구, 부평구에 있는 곳까지 모두 합치면 인천에 있는 1차 협력업체만 약 50여곳에 달한다.

    남동국가산업단지는 단지 끝에서 다른 한 쪽 끝까지 직선 거리로만 약 4㎞, 빠르게 걸어도 약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이 길 곳곳을 다니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채 10여명이 안됐다. 길에는 간간히 트럭 두어대가 지나다녔다. 물류와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활기찬 곳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라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내 판매량이 반토막나면서 부품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올 1~7월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작년 같은 기간(87만8375대) 대비 43% 감소한 50만96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조31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3%나 감소했다.

    인천에 있는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한국GM보다 현대·기아차나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에 부품을 납품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각 업체는 엔진 가스켓, 호스 클램프부터 썬바이저, 도어패널 등 다양한 부품을 만든다.

    이들 협력사의 현대차그룹 의존도는 낮게는 20%부터 높게는 80%까지 이른다. 센터페시아 등 내장 부품을 주력 생산하는 한국ITW의 경우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차에 직접 납품하는 비율이 69%이며 8%는 덕양산업에 납품하는데, 덕양산업은 생산량의 98.5%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조달한다. 덕양산업은 올해 상반기 적자전환했다.

     5일 오전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변지희 기자
    5일 오전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변지희 기자

    ◆ 중국 내 부품 공장, 1주일에 이틀만 가동하는 곳도 있어

    이날 찾은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꽉 닫힌 공장 문 만큼 입도 꾹 닫는 모습이었다. 최근 불거진 베이징현대의 부품대금 지연 사태로 예민한 듯했다. 한 부품업체 경비요원은 담당자가 기자를 만나려 하자 "대표님이 알면 큰일난다"며 만류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50대50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판매량 급감 이후 부품업체들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부품 공급 차질로 최근 베이징 1~3공장과 창저우 4공장 가동을 한때 멈춘 바 있다. 외국계 부품사인 베이징루이제, 창춘커다바오 등이 잇따라 부품 공급을 중단했는데, 한국 부품업체들도 수개월째 납품대금을 못받고 있다.

    이같은 베이징현대의 가동 중단 사태에는 베이징기차의 무리한 요구도 한몫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의 사드 배치 후 중국에서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자 베이징기차가 한국 부품업체의 납품 단가를 20% 이상 낮출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현대차에 요구했다. 자동차 판매 급감에 따른 손실을 부품조달 비용 인하를 통해 메꿔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베이징기차는 특히 한국과 외국계 부품업체들의 납품 단가가 높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중국 현지 기업들로 부품업체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기차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현대차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사드 배치 이후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으로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 만약 값은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할 경우 완성차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져 판매량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들의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날 만난 부품업체 직원은 "중소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 눈치를 보느라 대금을 못받아도 부품 공급을 끊을 수 없다"며 "현대·기아차 아니어도 먹고 살 수 있는 글로벌 업체들이나 부품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현대·기아차와 함께 진출한 한국 부품 업체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등록된 회원사만 145곳에 이른다. 인천에서 만난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공장은 일주일에 이틀만 가동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며 “2차, 3차 협력업체들은 부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중국 창저우 4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가 중국 판매용 소형차인 위에나를 생산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현대차 중국 창저우 4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가 중국 판매용 소형차인 위에나를 생산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 지금보다 하반기가 더 걱정…판매 급감 장기화 우려

    현대·기아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하지 않은 업체들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들 업체는 활기찬 모습은 아니어도 차분하게 업무에 집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드 보복 장기화를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품업체 한 직원은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지 않아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고 직원들도 동요 없이 일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수출용 제품을 만드는 공장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 정도 줄었다. 지금까지는 버틸만 했지만 중국 내 현대 기아차 판매량 급감이 장기화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부품을 납품하면 보통 1주일 단위로 대금을 받고, 만약 밀린다 하더라도 2주~1달 이내에 받는 게 대부분"이라며 "베이징현대가 거의 부도 위기로 상황이 심각한 게 아닌가 싶다. 사드보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서 하반기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문제로 불거진 상황을 개별 기업이 돌파구를 찾기엔 역부족”이라며 “위기가 길어질수록 특히 2차, 3차 협력업체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판매 부진 장기화를 걱정하는 또다른 이유는 중국 내에서 현대·기아차 경쟁력 자체가 이미 약화됐다는 분석 때문이기도 하다. 사드 보복이 완화 국면으로 가더라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만난 관계자는 "중국 로컬 업체들의 품질은 현대차의 95%까지 따라온 반면 가격은 현대차보다 훨씬 싸다"며 "현대차가 중국 진출한 초반에 택시용 차량을 공급해서 이미지는 저렴한 반면 가격은 비싸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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