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비즈 톡톡] '데이트폭력·스토킹 신고 의무화?' 고개 내젓는 의료인들

  • 허지윤 기자

  • 입력 : 2017.09.09 09:23 | 수정 : 2017.09.09 15:21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 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누구든지 데이트 폭력 또는 스토킹 행위가 발생했음을 알게 됐거나 그 의심이 있는 때에는 수사기관에 이를 신고할 수 있으며, 직무 또는 상담 등을 통해 데이트 폭력 또는 스토킹 행위를 알게 된 의료인, 구급대원 등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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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귀는 여성에게 한 번이라도 폭력적 행동을 한 경험이 있는 남성이 10명 중 8명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지요. 8월 16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홍영오 연구위원이 발표한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요인’ 논문에 따르면 이성 교제 경험이 있는 성인 남성 2000명 중 1593명(79.7%)이 연인에게 한 번이라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데이터 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맞지만, 데이트 폭력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의료인과 구급대원 등은 고개를 내젓고 있습니다. 의사단체들은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이고 일부 네티즌들은 “폭행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했을때 의사 등 의료인이 바로 신고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사 단체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법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지 기준이 모호하고 자칫 의료인이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며 “폭력 행위를 인지한 의료인이나 구급대원 등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구급대원 강 모 소방관은 “지금도 소방서 상황실에서는 폭력현장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관내 경찰서에 연락해 같이 출동하는 식으로 움직인다”면서 “현장에서 구급대원은 응급조치를 하고,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등 이미 의무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별도 법안을 만든다고 해서 데이트폭력 방지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광주 지역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조직폭력배 정 모 씨 등 일행이 행패를 부리며 의료진의 진료를 방해했다.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이다. / 광주 서부경찰서 제공
    지난해 광주 지역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조직폭력배 정 모 씨 등 일행이 행패를 부리며 의료진의 진료를 방해했다.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이다. / 광주 서부경찰서 제공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교실 소속 조영대 전문의는 “의료인이 환자의 ‘상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상해의 원인과 사실 관계는 의료인도 당사자의 주장과 진술 자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의료인과 구급대원 등에 항의하거나 문제를 삼을 경우에 대한 대처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전문의는 “데이트폭력 신고 의무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와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의료인과 구급대원 등에 데이트폭력 신고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민간 사인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아동,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의료인의 신고 의무는 세계적 추세이며 전문가 윤리에 해당한다”며 “폭력이나 무리하고 부당한 소송으로부터의 의료진 보호 등 세부 우려 사항에 대한 개선 노력도 하겠다”고 동참과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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