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87) '1조 과징금 가처분 소송' 퀄컴 대리한 세종·율촌·화우 연합군 패소

  • 최순웅 기자

  • 입력 : 2017.09.08 06:05

    글로벌 IT 업체 퀄컴의 1조원대 과징금 및 시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삼성전자, 애플, 인텔을 각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 광장, 태평양, 지평 연합군이 퀄컴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 율촌, 화우 연합군을 상대로 1승을 거뒀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 및 계열사 2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효력정지신청 사건에 대해 지난 4일 퀄컴 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퀄컴은 지난 5일 대법원에 항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 전경./ 퀄컴 홈페이지
    미국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 전경./ 퀄컴 홈페이지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했다며 QI 및 계열사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QTI),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QCTAP) 등 3개사에 과징금 1조300억원(최근 7년 관련 매출액의 2.7% 수준)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엔 휴대폰 제조사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존 계약 재협상 부당한 계약 조항 수정 신규 계약 때 계약 수정 사실을 공정위에 보고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가진 퀄컴 측이 칩셋·휴대폰 제조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 영업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조건을 내걸어 거래 상대방의 사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지난 2월 서울고법에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의 취소소송과 함께 “공정위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예상된다”며 공정위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처분을 미뤄달라는 취지다.

    이번 소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제외한 7대 로펌이 모두 참여해 법조계에선 ‘공룡 대전’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법조 업&다운](87) '1조 과징금 가처분 소송' 퀄컴 대리한 세종·율촌·화우 연합군 패소
    ◆ 공정위 각 분야 전문 변호사 선임해 승소...광장, 태평양, 지평 지원 사격

    공정위는 변호인 선임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해관계자인 삼성전자, 애플, 인텔 등이 보조 참가하면서 퀄컴과 이들 기업이 국내 7대 로펌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보조참가는 타인간의 소송중 소송결과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의 승소를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7대 로펌을 제외하고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를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통상 공정위가 행정소송을 진행할 경우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는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와 행정소송 전문, IP(지적재산권)전문 변호사로 팀을 꾸렸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본안 소송 전 1차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총력을 다한 것이다.

    공정위는 특허 IP와 공정거래 전문인 최신법률사무소의 최승재(46·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와 공정거래 전문 법무법인 KCL의 서혜숙(47·28기) 변호사, 행정소송 전문 방이엽(45·29기) 변호사 등 8명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서 변호사는 가처분 소송 진행 중에 함께 소송을 맡은 후배 변호사 3명과 KCL을 나와 바른으로 옮겼다.

    공정위 변호인단은 분야별로 퀄컴 변호인단이 주장할 수 있는 쟁점에 대해 예상리스트와 반박 논리를 만들었다.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피고는 소송에서 방패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면을 99% 막아도 옆구리를 찔리면 죽는다”며 “100%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쟁점에 대한 방어 논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처분에 승소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본안 소송에서도 완벽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변호인단은 ‘공정위 처분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퀄컴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퀄컴이 2008년 정책을 변경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관해 모뎀칩셋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실시료(로열티)를 받다가 2008년 이후 모뎀칩셋 특허 만료 등을 고려해 휴대폰 제조사와만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며 “정책 변경으로 사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변경됐다거나 이로 인해 거래비용이나 수익이 현저하게 변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처분에 따라 정책을 바꾸더라도, 이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 행정처분으로 퀄컴이 근본적인 사업 구조 변경 등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혜숙(왼쪽부터), 최승재, 방이엽 변호사/바른 홈페이지, 법률신문 법조인대장
    서혜숙(왼쪽부터), 최승재, 방이엽 변호사/바른 홈페이지, 법률신문 법조인대장
    특히 변호인단은 “이번 공정위 처분이 삼성, 애플 등 특정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조참가한 삼성은 광장(3명)을, 애플은 태평양(6명), 인텔은 지평(5명)을 각각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삼성은 광장의 안용석 변호사(55·15기) 등 3명, 애플은 태평양 홍기태 변호사(55·17기), 오금석 변호사(53·18기) 등 6명, 인텔은 지평 김지홍 변호사(45·27기) 등 5명을 변호인단으로 꾸렸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 단계부터 서울고법 공개심문까지 공정위를 지원 사격했다. 광장은 지난 7월 14일 서울고법의 공개 심문에서 "삼성전자는 모뎀칩셋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4세대(4G) LTE칩 개발에도 성공했지만 퀄컴 때문에 자사 제품에만 사용하고 있다”며 “이로인한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퀄컴이 애플이 이룩한 혁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평은 “퀄컴이 휴대폰 제조업체에 대한 모뎀칩셋 공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조 업&다운](87) '1조 과징금 가처분 소송' 퀄컴 대리한 세종·율촌·화우 연합군 패소
    ◆ 세종, 율촌, 화우 변호사 21명 투입했지만 패소

    퀄컴은 세종, 율촌, 화우 변호사 21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세종은 임영철(60·13기)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8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임 변호사는 1996년 13년간의 판사생활을 마감하고 공정위의 법무심의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공정위 심판관리관, 정책국장, 하도급국장 등으로 6년간 재직했다.

    율촌은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인 최정열(53·17기) 대표변호사와 공정거래 전문 박성범(51·21기) 파트너변호사 등 총 7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저작권법, 상표법 교수, 특허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지재권 부문의 전문성을 쌓았다. 박 변호사도 공정위 카르텔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인텔, 퀄컴,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을 대리한 경력이 있다.

    화우는 윤호일(74·사시 4회) 대표변호사 등 5명의 변호사로 팀을 꾸렸다. 미국 로펌 ‘베이커 앤드 매켄지(Baker & McKenzie)’에서 16년간 일한 윤 변호사는 공정위 비상임위원, 경쟁정책 자문위원 등을 거친 공정거래 전문가로 꼽힌다.

    변호인단은 퀄컴의 영업비밀 등이 담긴 소송기록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3일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기록 열람 등의 제한 신청도 함께 냈다. 재판부는 이를 감안해 지난 7월 10일 보조참가자를 빼고 연 심문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같은달 14일 공개 심문기일에서는 보조참가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영업비밀 내용이 제외됐다. 퀄컴 변호인단은 이 자리에서 "공정위 처분은 매우 과격하고 전면적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화우는 “이번 시정명령이 퀄컴의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라는 내용”이라며 “이동통신 산업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극단적 조치인데도 공정위는 업계에 어떤 비용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분석 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세종 임영철(왼쪽부터), 율촌 최정열, 화우 윤호일 대표변호사/각 홈페이지 캡처
    세종 임영철(왼쪽부터), 율촌 최정열, 화우 윤호일 대표변호사/각 홈페이지 캡처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퀄컴이 공정위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와 퀄컴이 프랜드(FRAND) 확약을 어겼는지 여부였다. 퀄컴 변호인단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퀄컴의 사업모델 핵심구조를 근본적, 전면적으로 변경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프랜드 확약에 대해서는 “퀄컴이 프랜드 확약 해석에 대한 의견을 수차례 공정위에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그 정도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정명령을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프랜드 확약은 표준필수특허(SEP) 보유자가 특허이용자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랜드 확약은 전세계적으로 지정된 표준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려면 SEP 지정기술을 사용해야하는데, SEP 보유자가 라이선스 보유로 시장을 독점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퀄컴은 이동통신 2세대(CDMA), 3세대(WCDMA), 4세대(LTE)에 걸쳐 가장 많은 SEP를 갖고 있는 사업자다.

    퀄컴은 보조참가한 삼성전자, 애플 등에 대해서도 공개 심문에서 날선 비난을 했다. 변호인단은 “피신청인들의 사업규모가 퀄컴의 10배 이상”이라며 “공정위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적으로 이 사건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퀄컴이 주장하는 손해는 휴대폰 제조사와 기존 라이선스 계약을 수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실시료 감소 등 금전적 손해로, 원칙적으로 금전보상이 가능한 것이므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퀄컴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처분의 효력을 긴급히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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