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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말고 일본"…속 끓는 차·배터리·화장품업계

  • 전재호 기자

  • 한동희 기자
  • 입력 : 2017.09.05 13:47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전기차 배터리·화장품·관광업 등 중국 시장을 놓고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 일본 등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약 60포인트에 달해 한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 일본이 가장 많이 수혜를 보는 상황이다. 수출경합도는 해외 시장에서 두 나라의 경쟁 품목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100포인트에 가까울수록 수출상품 구조가 유사하다는 의미다.

     중국·이탈리아 합작사인 ‘아이코나 상하이’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2011년에 선보인 전기차./조선일보 DB
    중국·이탈리아 합작사인 ‘아이코나 상하이’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2011년에 선보인 전기차./조선일보 DB
    ◆ 中,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또 제외…일본산은 포함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는 지난 1일 올해 들어 8번째로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을 발표하고 95개 완성차 업체의 273개 전기차 모델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SDI(006400), LG화학(051910)등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하나도 없었다. 공신부는 작년 12월 29일 발표한 명단부터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을 제외해 왔다. 올해 1~8차 보조금 목록에 포함된 차량 모델은 2538개인데,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은 모두 빠졌다.

    반면 일본산 배터리 탑재 차량은 올해 중순 발표한 5차 보조금 명단부터 포함됐다. 일본의 AESC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일부는 5차부터 이번 8차까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일본 산요에너지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도 7차와 8차에 포함됐다. 산요에너지는 2009년에 산요와 합병한 파나소닉의 관계회사다.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와 현지 컨설팅 업체 ‘WAYS’ 등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2012년 0.66GWh에서 작년에 28.04GWh로 대폭 늘었고 2021년에는 151.6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자국 업체를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방침과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차별 때문에 한국의 대(對) 중국 전기차 배터리 수출은 매년 줄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수입액은 2012년 15억7598만달러에서 작년에 10억191만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더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산 전기차 배터리 수입액은 작년에 6억5856만달러로 한국보다 적었지만 전년(5억8071만달러)보다 13.4% 늘었다. 또 지난 4월 파나소닉이 중국 다롄 지방에 짓던 차량용 배터리 공장이 완성돼 중국 시장에서 일본업체 배터리의 점유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자동차, 화장품도 줄줄이 일본에 시장 내줘

    중국이 한국산 제품에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가하면서 자동차, 화장품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수출경합도는 2015년 기준 57.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32.7)이나 독일(29.8)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한국 업체의 수출이 줄면 일본 업체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구조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의 중국 판매량은 50만964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5% 감소했다. 일본 업체들이 이 빈자리를 메웠다. 7월까지 도요타와 닛산의 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각각 11%, 11.2% 늘었고 혼다는 판매량이 23.2%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2012년부터 일본 업체의 점유율을 빼앗아 왔는데, 사드 여파로 다시 뺏기는 상황이다.

    일본 화장품 업계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8만1263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3% 줄었다. 이 기간에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78만800명으로 1년 전보다 6.8% 늘었다.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 에이블씨앤씨 등 국내 화장품 업체는 올해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일본 주요 화장품 업체는 2분기 면세점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드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국시장은 과거와 같은 높은 수출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 시장 다변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소비재 시장은 반한 감정 등으로 진출이 어려울 수 있는데, 고급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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