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로 대규모 이주가 예정된 데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대거 전세로 돌아서고 있어 ‘전세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재건축과 재개발로 이주해야 하는 수요는 5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전체 이주 물량의 40%가 넘는 2만여가구가 몰려 있다. 6000가구에 육박하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5930가구)를 비롯해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개포주공4단지(2840가구)가 이주 대상이다.
둔촌주공아파트가 지난달부터 이주를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강동구 전세가가 최근 두 달 사이 6.61% 상승하는 등 벌써 들썩이고 있다. 이 아파트의 이주는 6개월에 걸쳐 차례로 진행된다. 둔촌주공아파트 인근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셋값은 두 달 전 5억7000만원에서 최근 6억3500만원으로 6500만원이 올랐다. 강동롯데캐슬퍼스트 전용 84㎡의 전셋값도 5월 말 5억3000만원에서 최근 5억8000만원으로 5000만원이 뛰었다.
개포주공4단지가 오는 16일부터 이주를 시작하고 곧 관리처분을 신청하는 개포주공1단지도 올해 안에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주공4단지는 전셋값이 1억원 내외로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싼 인근 지역의 연립이나 오피스텔, 다가구 주택 등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북에서도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가 잇따를 전망이다. 서대문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5440가구로 가장 많고 동대문구(4552가구)와 성북구(4151가구), 은평구(2920가구), 양천구(2064가구), 동작구(2003가구) 등의 순으로 이주 수요가 남았다.
8·2 부동산 대책도 변수다.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로 대출 한도가 줄면서 매수를 미루고 전월세로 눌러앉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월세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과 전세물건 부족 등이 겹치면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의 매매수요가 줄면 전월세 재계약이 늘게 되고 결국 전월세금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