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85) 지평, MRI 과다진료비 병원 상대 보험사의 청구권 첫 인정 판결 이끌어

  • 정준영 기자
  • 입력 : 2017.08.22 06:10

    법무법인 지평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이하 삼성화재)을 대리해 진료비를 과다청구한 의사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촬영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처럼 속인 병원을 상대로 보험사가 환자의 채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7월 27일 삼성화재가 관절치료 전문병원 A병원 원장 서모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 소송 재상고심에서 “서씨는 163만여원을 반환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삼성화재는 A병원이 축구를 하다 무릎을 다친 환자에게 MRI 촬영을 한 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 40만원을 청구하는 등 2010년 10월~2011년 11월 비급여항목으로 챙긴 1116만원 가운데 환자 28명 몫 733만원이 부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피해 환자들과 관련해 병원이 진료비 과다 청구로 챙긴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2012년 소송을 냈다. 보건복지부의 MRI 관련 요양급여 산정기준에 따르면 관절질환, 즉 외상으로 인한 급성 혈관절증, 골수염, 화농성 관절염, 무릎관절 및 인대의 손상 등은 2010년 10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됐다.


    [법조 업&다운](85) 지평, MRI 과다진료비 병원 상대 보험사의 청구권 첫 인정 판결 이끌어
    ◆ 법률사무소 정현, 대법원 파기환송 끌어냈지만 결국 고배

    서씨는 법률사무소 정현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정현은 송인욱(41·사법연수원35기) 변호사, 김용태(35·변호사시험3회) 변호사를 투입했다. 정현은 변호사 5명 규모 소형 로펌으로 송 변호사는 서울북부지법 민사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 노인법률지원변호사단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정현 송인욱(왼쪽), 김용태 변호사/법률사무소 정현 홈페이지 캡처
    정현 송인욱(왼쪽), 김용태 변호사/법률사무소 정현 홈페이지 캡처

    정현은 “환자들이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진료내용이 요양급여 대상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술 후 또는 경과 관찰을 위한 추가 촬영이거나 퇴행성·만성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 대한 촬영이어서 복지부 고시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심은 그러나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비급여금액 MRI 진단료 상당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해, 지급하지 않아도 될 MRI 비급여금액과 MRI 요양급여 환자부담분의 차이만큼 손해를 입었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정현은 2심에서 손해배상 청구의 주체를 문제 삼았다. 정현은 “서씨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는 보험사가 아닌 환자들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법리에 따르면 본래 보험사는 환자에게, 환자들은 병원에 각각 부당이득 반환을 순차적으로 청구해야 한다.

    정현은 “보험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환자들의 채권을 대신 행사한 것인데, 보험사가 환자들과 맺은 계약은 실손의료보험으로 권리를 대신 행사하려면 별도 약정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도 보험사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만큼 제해야 하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보험금 지급은 서씨가 진료비 내역이나 영수증에 적은 비급여대상 여부를 확인하며 이뤄졌을 뿐 보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서씨의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이상 보험사가 환자 채권을 대신해 주장한 것인지 여부는 달리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서씨 측 주장을 배척했다.

    서씨 측은 대법원의 첫 판단에서 반전을 맞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016년 상고심에서 “서씨는 환자들과 진료계약을 맺었을 뿐 환자들이 가입한 보험사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거나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진료비 청구 대상을 제한한 관련 법령이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보험사가 입은 손해와 병원의 진료비 부당 청구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은 “보험사가 가입 고객을 대신해 주장하는 권리는 피해자들이 병원 측으로부터 부당이득을 돌려받을 권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보험사가 수십명의 가입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반환청구를 하는 것보다 병원을 상대로 다투는 것이 유효·적절한 권리 행사를 위해 필요하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재상고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법조 업&다운](85) 지평, MRI 과다진료비 병원 상대 보험사의 청구권 첫 인정 판결 이끌어
    ◆ 지평, 보험사의 병원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권 최초 인정 판결 이끌어

    삼성화재를 대리한 지평에서는 1심부터 소송그룹의 김영수(47·연수원33기) 파트너 변호사가 나섰고, 대법원 상고심·재상고심에서는 한국증권법학회 회원으로 금융·보험 관련 전문가로 통하는 배성진(47·연수원28기) 파트너 변호사 등도 합류했다.

    지평 김영수(왼쪽) 파트너, 배성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홈페이지 캡처
    지평 김영수(왼쪽) 파트너, 배성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홈페이지 캡처
    지평은 “서씨가 요양급여기준을 어기고 진료비로 비급여금액을 청구해 위법하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가짜 진단서·소견서로 보험금을 지급토록 한 책임도 있다”고 했다.

    1·2심 재판부는 삼성화재 측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보험사가 요양급여 기준 위반을 사유로 병원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보험사가 가입 고객들에 대해 갖는 보험금반환청구권을 보호대상 권리로 삼아, 병원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주장할 환자들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씨 측은 보험사가 환자들을 대신해 부당이득 반환을 주장하려면 환자들이 부당 지급된 보험금을 직접 보험사에 돌려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무자력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지평 측 손을 들어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보험사와 피해자들의 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보험 가입 고객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가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다”면서 “과다청구 진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유효·적절하게 회수하려면 환자들이 무자력일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를 수긍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환자가 의료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하는 한국의 ‘비급여’ 항목 비중은 36.8%(2014년 기준) 수준으로 OECD 평균(19.6%)보다 높다. 특히 MRI의 경우 촬영 부위별로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들을 상대로 병원이 비급여 항목으로 청구하는 금액은 매달 수백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배성진 변호사는 “기존까지 병원과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놓이지 않은 보험사들로서는 환자에게 직접 소송을 내 부당이득을 돌려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 판결로 병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인 환자들의 소송 부담이 가벼워질 뿐 아니라 병원들의 탈법행위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MRI 진단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번 판결로 향후 병원의 막무가내식 비급여 청구 관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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