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동주택에 무인택배함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굳이 모든 공동주택에 무인택배함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데다, 설치 후에는 입주자들에게 관리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에 설치된 무인택배보관함.

지난달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동주택에 무인택배함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무인택배함 설치는 최근 늘고 있는 택배 관련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택배원을 가장한 범죄나, 배달 실수, 택배물건 분실 등의 사고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입주민 편의도 높아지다 보니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지어질 신규 공동주택은 무인택배함을 설치해야 하고, 무인택배함이 설치되지 않은 기존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를 거쳐 무인택배함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 개정안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지난 11일 국토교통부에 김두관 의원의 관련 법안 발의 내용 관련해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업계는 검토의견을 통해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가운데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은 무인택배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원룸과 다세대 주택의 경우 관리실이 없어 택배 사고나 범죄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경비원이 상주하는 아파트는 무인택배함이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무인택배보관함이 없는 경우에도 경비원이 대신 받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 무인택배함을 통상 세 개 동에 하나씩 설치하는데, 비용은 2000만~5000만원 정도로 적지 않다. 입주민들은 설치 후 관리비도 부담해야 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무인택배함 설치가 입주민의 편의를 높일 수 있겠지만, 건축 안전과 큰 상관없는 생활 편의 관련 문제를 굳이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실 관계자는 “무인택배함을 설치하면 경비원과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이 줄고, 범죄 발생 확률이 줄어드는 등 입주민 편의가 높아진다”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의 (설치에 따른) 비용보다는 사회적 편익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