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주류부문(롯데주류)의 맥주 제2공장이 이달 들어 본격 가동되면서 롯데발 맥주 대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장(부회장)은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에 이어 스탠다드 맥주 ‘피츠’ 출시로 롯데그룹의 맥주사업 1단계가 완성됐다”며 “올해 매출 목표량은 클라우드 900억원, 피츠 700억원으로 연 16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 20년 숙원…M&A 없이 직접 제조 나서 업계 관계자들 놀라게 해
롯데에 있어 맥주사업은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1999년 ‘카스’를 만든 진로쿠어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롯데는 입찰에 참여하는 등 맥주시장에 20년 가까이 관심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인베브에서 KKR로 주인이 바뀌었다가 2014년 다시 매물로 나온 OB맥주 인수전에도 롯데가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롯데가 택한 방식은 달랐다. M&A 대신 직접 맥주를 제조·판매하는 그린필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장은 “M&A를 검토했던 것도 사실이나 OB맥주를 인수하는 방안은 결국 외국계 사모펀드로 돈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부유출이라 판단했다”며 “M&A 거래금액을 대신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생각해 직접 투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가 맥주 제조에 뛰어들자 국내외 대다수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무리한 도전을 했다’는 반응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M&A 과정 없이 그린필드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놀라워했다.
롯데가 맥주사업에 본격적으로 첫 발을 뗀 것은 2012년.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면허를 획득하고 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맥주 제조에 나섰다.
롯데가 맥주를 개발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기존 국산맥주에서는 볼 수 없는 ‘깊고 풍부한 맛’ 이었다.
당시 영국의 칼럼리스트 다니엘 튜더가 ‘한국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쓴 글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80년간 지속돼 온 양강체제의 맥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과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맥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에 의해서 시작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든 맥주가 주를 이루었었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이란 발효원액에 추가로 물을 타지 않는 방식으로 맥주 본연의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독일, 영국, 북유럽 등 정통 맥주를 추구하는 나라의 프리미엄급 맥주가 채택하고 있는 공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맥주 시장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좋은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전환됐다. 하이그래비티 공법이란 높은 알코올 도수로 발효해 병입 과정에서 추가로 물을 타는 공법이다.
맥주는 과거부터 맛과 원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술이다. 1516년 4월 23일 독일 바이에른공국 빌헬름 4세가 맥주에 맥아, 홉, 물, 효모 이외의 원료를 넣지 못하도록 하는 양조 법령 ‘맥주 순수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다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채택했고 맥주 순수령도 지키며 유럽의 정통 맥주 스타일을 구현하고자 했다”면서 “이렇게 출시된 롯데주류의 첫 번째 맥주가 알코올 5도의 ‘클라우드’”라고 설명했다.
국내 라거맥주로는 유일하게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든 맥주이자, 유럽산 최고급 호프를 제조과정에서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멀티 호핑 시스템’을 적용해 국산맥주와 차별화된 맥주와 거품, 풍미를 선보였다는 것이 롯데주류의 설명이다.
클라우드는 또 맥주순수령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100% 올 몰트 맥주(All Malt Beer)이기도 하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가 맥주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표현한 의지를 담아 맥주순수령이 선포된 날과 같은 날짜인 2014년 4월 23일을 출시일로 선택했다.
클라우드는 출시 100일만에 2700만병, 6개월만에 6000만병, 2년만에 3억 2000만병을 판매, 프리미엄 맥주로 인정받으며 시장 3위에 안착했다. 2015년에는 5만kl 규모의 맥주 공장을 10만kl로 증설하며 시장 확보에 힘썼다.
◆ “향후 시장점유율 15% 가져갈 것”
클라우드로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롯데주류가 2017년 6월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를 출시했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알코올 도수 4.5도의 라거 맥주로 공법와 원료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맥주다. 작년 9월부터 약 15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총 10차례의 시음 테스트를 진행하며 최종 레시피를 확정지었다.
피츠 수퍼클리어가 추구하는 맛은 ‘끝까지 깔끔한 맛’이다.
맥주 발효 시 온도 관리를 일정하고 견고하게 유지하지 못하거나 좋은 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이미(異味)’, 일명 잡미를 없애고 최적의 깔끔함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고발효 효모인 ‘수퍼 이스트(Super Yeast)’를 사용해 발효도를 90%까지 끌어올려(일반 맥주 발효도 80~85%) 잔당을 최소화해 피츠 수퍼클리어만의 깔끔한 맛을 구현했다.
또 클라우드에 사용한 공법인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그대로 적용해 롯데맥주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제품명 피츠(Fitz)는 ‘꼭 맞다’, ‘적합하다’ 등의 뜻을 갖고 있는 ‘Fit’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해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어떤 음식과도 최상의 궁합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맥주라는 의미를 담았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특유의 깔끔한 맛과 전방위 영업, 마케팅 활동이 맞물려 출시 한달만에 1천5백만병(330ml 기준)을 판매됐다. 한달 판매량을 속도로 환산하면 1초에 약 6병으로 하루에 50만병씩 팔린 셈이다.
특히 8월 중순부터 맥주 2공장이 정상가동 되면서 이러한 판매 추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들이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페스티벌, 스포츠클럽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며 지속적이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케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로 맥주 시장에서 여전히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스탠다드 시장(국내 맥주시장의 약 60% 추정)에 본격 진입함으로써 프리미엄 시장과 스탠다드 시장을 모두 가져가며 향후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한다는 것이 롯데주류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