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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폐기되는 ‘인공 바보들(Artificial Dumbs)'

  • 새너제이, 샌프란시스코=황민규 기자
  • 입력 : 2017.08.14 06:00

    로봇 개발 과정에서 인간과의 소통에 방점이 찍히는 이유는 최근 수년간 세계 각지에서 폐기되는 로봇의 수가 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각종 로봇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인간과의 소통 문제로 ‘스위치 오프(전원 장치 끔)’ 운명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최대의 건축 및 가정용품 유통점 중 하나인 로우즈(Lowe’s)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매장에 자율적으로 이동하면서 고객들의 쇼핑을 도와주는 ‘로우봇(LoweBot)’을 도입한 바 있다. 펠로우 로봇(Fellow Robots)이라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이 제작한 이 로봇은 고객을 자동으로 인식해 다가가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파악해 제품이 있는 곳으로 고객을 안내한다. 또 이동하면서 위치 정보기반의 특별 할인 이벤트를 스크린에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역에 위치한 로우즈(Lowe’s)에 도입된 고객 안내용 로봇 ‘로우봇(LoweBot)’이 고장 난 채로 매장 한 구석에 방치돼 있다./ 황민규 기자
    지난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역에 위치한 로우즈(Lowe’s)에 도입된 고객 안내용 로봇 ‘로우봇(LoweBot)’이 고장 난 채로 매장 한 구석에 방치돼 있다./ 황민규 기자
    하지만 로우봇은 도입된 지 6개월도 안돼 창고로 향했다. 고객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제품으로 고객을 안내했고 고장도 잦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코틀가에 위치한 로우즈 관계자는 "처음에는 고객들이 로우봇을 신기해하며 말도 걸고, 제품을 찾아달라고 말도 걸었다"며 "하지만 머지않아 매우 답답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바리스타'로 주목을 끌었던 샌프란시스코 메트레온에 위치한 '카페X' 역시 지난해 반짝 주목을 받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신기하고 가격이 싸다는 건 장점이지만, 로봇이 커피 머신을 다뤄 내놓는 커피이기 때문에 큰 장점은 모르겠다"며 "자판기와 큰 차이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학계, 업계에서는 단순한 기능을 갖춘 로봇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것보다는 로봇 안에 인간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 로봇이 이질감 없이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든다는 것이다.

    김재홍 ETRI HMI연구그룹장은 “로봇이 (정해진) 말만 하거나 사전에 저장된 동작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동수 KAIST HRI연구센터 소장도 “이제는 더 이상 로봇을 만드는 것 자체가 고급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시장도 제대로 읽어야 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기술 수준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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