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종합

'잠재 탈모인구’ 20~30대 공략하는 가발업체 하이모

  • 박정현 기자

  • 입력 : 2017.08.14 06:10 | 수정 : 2017.08.14 15:04

    작년 여성 고객수 44% 늘어... ‘하이모 레이디’ 백화점도 입점

    이달 11일 오전 방문한 서울시 서초구 양재역 인근의 맞춤용 가발업체 ‘하이모’ 매장. 옷 가게처럼 사람들이 가발을 써보고 거울을 보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기다란 복도가 눈 앞에 나타났다. 복도를 따라 양옆으로 문이 굳게 닫힌 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가면 손님 1명을 위한 가발 착용실이 차려져 있다. 탈모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는데서 가발을 쓰고 벗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가발 착용실을 독방 형태로 갖춰놓은 것이다. 이 덕분에 하이모 고객들은 매장을 들어서는 때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본모습’을 보일 일이 없다. 탈모가 대다수 남성에게 숨기고 싶은 고민이라는 점을 감안해 하이모는 점포를 낼 때 ‘1층’ 상권을 무조건 피한다. 일반 매장과 정반대다. 전국 하이모 매장수는 일반 50곳, 여성용 11곳으로 모두 직영점이다.

    1인용 가발 착용실에서 가발 맞춤 상담 중인 모습/하이모 제공
    1인용 가발 착용실에서 가발 맞춤 상담 중인 모습/하이모 제공
    하이모 매장에서 가발을 제작하려면 1인용 가발 착용실에서 가르마 방향, 두상 형태를 측정하고 머리카락 색깔이나 모발 상태에 따라 가발 스타일을 정하면 된다. 하이모는 중국과 미얀마에 있는 공장에 이 데이터를 보내 맞춤형 가발을 생산한다. 머리카락을 한올씩 뜨개질하듯이 사람 손으로 엮어서 만들기 때문에 가발 1점을 만드는데 한달 이상이 소요된다.

    맞춤 가발을 착용하는 하이모의 고객은 1인용 가발 착용실에선 전속 상담사로부터 손질하는 법, 가발을 ‘티 안나게’ 쓰는 법, 가발로 머리 모양을 가꾸는 법 등을 배운다. 바깥에선 쉽게 벗지 못했던 가발을 이 공간에선 훌훌 벗어던지고 그동안 조금씩 자란 ‘진짜’ 머리도 다듬는다.

    지난해 보험 혜택 탈모 환자 중 20~30대가 45%

    우리나라 탈모 인구수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에서 탈모 질병이 인정돼 보험 혜택을 받은 탈모 환자는 21만3000명이다. 업계에서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탈모 환자와 잠재적 탈모 인구까지 더하면 국내에서 탈모 증세를 겪는 인구는 최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탈모 환자의 증가와 함께 가발을 찾는 소비자도 늘면서 하이모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62억원으로 전년의 692억원보다 10% 늘었다. 5년 전인 2012년 매출 599억원에 비하면 27%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8억원을 기록해 전년(30억원)대비 160% 늘었다.

    탈모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많이 발생할 것이란 인식과 달리 지난해 보험 혜택을 받은 탈모 환자 중 20~30대 비중이 45%(9만5400명)으로 40~50대 비중인 38%(8만1200명)보다 많았다.

    하이모의 20~30대 고객수도 최근 4년 동안 매년 6%씩 증가했다. 탈모로 모발량이 줄어든 탈모 환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가발을 쓰고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탈모 초기부터 병원 치료와 병행하면서 가발을 착용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가발을 쓴 모습을 이어가려고 한다.

    이런 젊은층의 수요에 맞춰 하이모는 20대 모델을 기용해 ‘내 머리’처럼 자연스럽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 남성층을 공략하기 위한 하이모의 남성용 맞춤가발 모습/하이모 제공
    젊은 남성층을 공략하기 위한 하이모의 남성용 맞춤가발 모습/하이모 제공

    하이모 관계자는 “20~30대층은 탈모 초기부터 부분 가발을 맞추는데 일단 가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높고 주변 눈도 신경 쓰이기 때문에 장기 고객이 되곤 한다”며 “고객들 사이에선 ‘한 번 쓰면 영원히 벗을 수 없는 아이템’이란 말이 나온다”고 했다.

    ◆ 여성용 매장 ‘하이모 레이디’ 개장... 여성 소비자 늘어나

    하이모의 전체 소비자 중에서는 남성(85%)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여성용 가발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여성용 매장 ‘하이모 레이디'는 현재 11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이모에 따르면 여성 고객수는 2015년 전년 대비 12%, 2016년에는 44%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해 있는 ‘하이모 레이디’ 매장 전경/하이모 제공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해 있는 ‘하이모 레이디’ 매장 전경/하이모 제공
    하이모는 기존의 일반 점포와 달리 ‘1층’에도 여성용 매장을 낸다. 지난 2015년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하이모 관계자는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가발 매장에 드나드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하지 않는 편”이라고 “여성 전용 매장을 운영하자 더 편한 마음으로 방문하려는 여성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