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도전자들]④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AI와 상호작용하는 시대…메시징 솔루션 1위 목표”

입력 2017.08.14 06:05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 현장. 삼성전자, HP, 화웨이, 소니 등 2300개 글로벌 테크 기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회에서 10만8000명의 방문자는 행사 공식 앱 ‘MY MWC’로 소통했다. 앱을 내려받은 사람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앱 내 메시징(In-app messaging)’ 기능 덕분에 업계 관계자, 바이어, 전문가들이 보다 쉽게 교류할 수 있었다.

MWC 앱에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한 곳은 김동신 대표(사진·37)가 이끄는 한국 스타트업 센드버드(SendBird)다. MWC뿐만 아니다. 최근 텐센트로부터 12억달러(한화 1조3600억원)를 투자 받은 인도네시아 1위 O2O 업체 고젝(GO-JEK), 홍콩 유명 소셜 미디어 사이트 나인개그(9GAG), KB금융, LG유플러스, 넥슨 등이 센드버드의 고객사다. 앱 내 메신저, AI(인공지능) 챗봇 적용 기업이 늘면서 세계 각국에 고객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센드버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파일을 내려 받으면 간단히 메시징·채팅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들이 센드버드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센드버드 본사에서 만난 김동신 대표. / 박원익 기자
엔씨소프트 출신인 김 대표는 2007년 창업한 소셜 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일본 모바일 게임사 그리(GREE)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 2013년 센드버드를 창업했다. 센드버드는 2014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창업 투자·육성업체) 테크스타스의 프로그램을 거쳤고, 2015년 말엔 한국 스타트업 중 두 번째로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YC)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4일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센드버드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 AI 기업과 생태계 조성…“추가 투자 유치 준비”

센드버드의 사업 모델을 설명해 달라.

“엔터프라이즈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간 거래) 기술 회사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형태로 고객사 앱에 메시징·채팅 기능을 탑재한다.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클라우드 인프라도 제공한다.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 메시징·채팅 기능을 넣고 싶을 때 우리 회사에 요청한 뒤 홈페이지에 접속해 간단하게 추가할 수 있다. 고객 분포를 따져보니 153개국에 퍼져 있더라.

직원은 총 21명으로 미국 본사에 7명, 한국 지사에 14명이 근무한다. 누적 투자액은 55억원 정도다. 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AI 업체들과 협업을 많이 하는데.

“센드버드가 AI의 운영시스템(OS)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체적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지만, 고객사들이 우리 서비스랑 AI 서비스를 연계해서 많이 쓴다. 메시징이라는 건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채널인데, 요즘엔 AI와도 메시지로 상호작용을 많이 한다.

우리가 로봇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AI 기업과 연계해 관련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본다. AI 엔진을 탑재한 로봇에는 고객, 데이터, 두뇌 세 가지가 필요하다. AI 업체들은 두뇌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고객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AI 기업들과 같이 일하기 좋은 궁합이다. 우리는 AI 엔진을 골라 사용할 수 있는 고객들의 창구가 될 수 있다.”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이유는.

“회사 창업할 때부터 꿈이 있었다. 임팩트 있는 일을 하려면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하는데, 첫 회사였던 파프리카랩의 경우 한국 법인이고 팀원이 다 한국에 있다보니 제한이 있더라. 센드버드 창업할 때 ‘테크 회사들의 수도인 실리콘밸리에서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당시 4명이 공동 창업했는데, 3명은 파프리카랩을 같이했던 사람들이고 지금도 여전히 같이하고 있다. 조직과 주주는 동일한데, 2014년 말 미국법인으로 전환했다. 미국에서 투자받으려면 이런 형태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실리콘밸리는 어떤 점이 다른가.

“고객이 훨씬 많아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다는 게 첫 번째다.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투자 수익을 얻으려 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1조원짜리 기업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훌륭한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미국 진출 준비할 때 스탠퍼드 대학 근처 스타벅스에 간 적이 있는데, 옆 자리에서 팀 쿡 애플 CEO가 혼자 일하고 있더라. 드롭박스 창업자, 에어비앤비 창업자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업 관련 조언을 받은 적도 있다. 물론 사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살아남은 기업들이라 전반적인 수준이 높다. 기준을 맞추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센드버드 미국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 박원익 기자
◆ 테크스타스·와이콤비네이터 거친 창업 베테랑

-테크스타스와 와이콤비네이터(YC)를 모두 경험했다. 비결이 있나.

“테크스타스 프로그램은 2014년 영국에서 했고, YC는 2015년 말 선정돼 작년 초 졸업했다. 매년 YC에 지원하는 스타트업이 6000~7000개이고 그 중 100개 정도가 (투자 대상으로) 선정되니 확률이 1% 조금 넘는 수준인데, 운도 따랐다.

지원할 때 보면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서류나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미국인들은 관계 지향적이지 않다. 우리 회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청사진을 미리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서론을 줄이고 결과 중심, 목적 지향적으로 서류를 준비해야 승산이 있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시장, 고객, 제품, 기술을 다 얘기해야 하는데, 10분 안에 다 하려면 두괄식으로 간결하게 핵심만 말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YC 투자받는 스타트업 절반 이상이 재수, 삼수다. 우리도 재수했다.”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도움을 줬나.

“YC의 경우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파트너로 있다. 트위치(아마존이 1조원에 인수)를 창업한 저스틴 칸이 저희 담당 파트너였는데, 저스틴 칸은 최근 우리 회사에 직접 투자도 했다. 벤처캐피털의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어 캐피탈 회장, 마크 안드레센 안드레센 호로위츠 제너럴 파트너도 YC를 통해 만났다. 이런 사람들에게 듣는 조언은 돈 주고도 사기 힘든 경험이다. 나중에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기 부여도 되고 영감을 많이 얻는다.

여기서 한국인은 소수 인종이다. 미국 학력,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사업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테크스타스, YC와 같은 좋은 액셀러레이터 덕에 신뢰 구간으로 빨리 넘어올 수 있었다.”

-초기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나.

“데모데이(demoday·사업 아이디어 발표회) 할 때쯤 되니 투자자들이 먼저 연락해 오더라. 미국은 법적으로 온라인 서명이 쉽게 된다. 한 투자자가 밤 11시 반에 이메일 보냈길래 12시쯤 답장했더니 1시 반에 서명된 계약서가 왔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통장에 투자금이 입금됐더라. 만나지도 않은 투자자였다.

실리콘밸리에선 커피숍에서 얘기 나눈 후 그 자리에서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계약서가 표준화 돼있기 때문에 따로 협상할 게 많지 않다. 투자금액과 기업가치(밸류에이션)만 맞추면 된다. 투자자들이 초기 투자(seed)의 경우엔 많은 곳에 소액 투자를 하기 때문에 미팅 시간도 짧고 결정 과정도 빠르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이면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

◆ 게임에서 메시징 솔루션까지…“김택진 대표에게 영감 받아”

게임, 육아 정보, 메시징까지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시도했다.

“첫 회사 파프리카랩은 원래 웹 2.0 사업으로 시작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어려운 상황을 맞았는데, 한 투자자분이 ‘엔씨소프트 출신이니 소셜게임 사업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사업모델을 바꿨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고, 2012년 그리에 매각할 수 있었다.

2013년 파프리카랩에서 같이 일했던 분들이랑 의기투합해 센드버드의 전신인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했다. 육아로 힘겨워하는 아내들의 문제를 풀어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육아 정보 앱에서 엄마들끼리 댓글로 대화하더라. 대화를 돕기 위해 메시징 기능 넣으려고 찾다가 마땅한 것이 없어 결국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고, 2015년에 사업모델을 메시징 솔루션으로 완전히 바꿨다.”

김동신 대표와 센드버드 직원들이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와이콤비네이터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센드버드 제공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2007년 창업 당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다. 젊은 친구들이 창업 안 한다, 도전 안 한다고 많이 얘기하셨다. 내가 좋아하고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보니 기술 제품 만드는 것이었다. 소비자 반응 볼 때 동기 부여가 많이 되더라.

젊은 나이에 창업해서 빨리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위험을 가장 낮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항상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CEO는 리스크 줄이는 걸 계속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 첫 사업에 성공해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다. 이 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큰 조직에서 생활하려면 다른 형태의 노하우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조직 경험이 있으신 분들한테 배운다.”

-센드버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장과 제품의 궁합이 맞아 떨어지는 지점(product market fit)이 있는데 거기에 도달해 성장하고 있는 단계다. 시행착오 기간을 줄인 게 관건이었던 것 같다. 사업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피드백 얻어 제품 출시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애초 목표로 했던 타깃 고객이 YC를 거치며 바뀌었고 가격 정책, 마케팅, 영업하는 방식도 다 바꿨다. 실리콘밸리에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 시장이 성숙기에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하는 졸업생들이 많다. 조언을 통해 시행착오 기간을 많이 줄였다.

쇼핑몰 앱에 채팅 기능이 들어가는 등 메시징 산업 자체가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큰 고객이 많은 글로벌 시장에 나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우리 홈페이지 보고 외국 고객사가 먼저 연락한 적도 있다.”

◆ AI와 상호작용하는 시대… “3년 안에 메시징 솔루션 넘버원될 것”

-경영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리 미션은 ‘모든 형태 휴먼 인터랙션의 디지털화’다. 연인, 친구, 직장 동료끼리 메시지를 통해 대화하고 상호작용 하는데, 보다 편하게 이 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는 기계, AI와의 상호작용도 더 많아 질거다. 이것도 포함된다.

고객을 향한 끝없는 집요함, 최상을 넘어서 등 7가지 핵심 가치가 있는데, 이 가치와 부합하는 분들을 회사에 모시려고 한다.”

센드버드 메시징 솔루션 적용 구조도. / 센드버드 제공
-센드버드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메시징 솔루션 시장 넘버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 관련 업계 글로벌 톱3에 들어가는 수준까지는 왔다. 3년 안에 글로벌 넘버원 지위를 공고하게 할 계획이다. 대규모 시청자가 온라인 상에서 채팅할 경우 우리는 동시접속자 100만 명까지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다. 우리만 가진 기술이다.

장기적으로는 메시징의 패러다임을 확장해 화상, 육성 등 여러 형태의 상호작용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비 창업가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버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될 때까지 버티고 어떻게든 되도록 하는 자세다. 목표를 버리지 않고 집요하게 창의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가가 마음을 급하게 먹는데, 훌륭한 기업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버틴다는 것은 매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계속 걸어나간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면 시장과 고객이 먼저 알아줄 때가 온다.”

김동신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엔씨소프트에서 일했다. 2007년 소셜 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 2012년 일본 모바일 게임 업체 그리에 회사를 매각했다. 2013년 센드버드의 전신인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했다. 육아 정보 커뮤니티 사업에서 2015년 현재의 형태로 사업 모델을 변경했다. 센드버드는 테크스타스 런던(2014년)과 와이콤비네이터(2016년)에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치며 세계적인 메시징 솔루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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