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정책 키맨에게 묻다]④ 정무위 최운열 "한국은행, 정부 밖 기관 아냐…금리인상 나서야"

  • 이현승 기자
  • 유병훈 기자
  • 입력 : 2017.08.13 09:30 | 수정 : 2017.08.13 10:42

    “비정규직 처우개선 위해 정규직 희생 필요”
    “정부, 기업 상품개발·가격결정에 개입 말아야”
    “인터넷은행 지분한도 제한 필요 없다…은산분리 완화해야”

    한국은행의 책무에 '고용 안정'을 추가해야 할 지를 두고 논란이 크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10월 한국은행 책무에 물가, 금융 안정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냈다.

    국회에선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한은이 가진 정책수단은 금리 조정 하나인데 이것 만으로 물가, 금융 뿐 아니라 고용 안정까지 이룬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최운열 의원은 “한은의 궁극적인 역할은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최운열 의원은 “한은의 궁극적인 역할은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지난 2002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위원은 "한국은행의 궁극적인 역할은 한국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고용인만큼, 중앙은행이 고용지표를 보고 통화정책을 통해서 고용문제 해결을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8·2 부동산 대책에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당연히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금리인상 시동을 걸었는데 개방경제인 한국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환율 충격이 크게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만난 최운열 의원은 일부 경제 정책에 한해 민주당의 당론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 정부의 법인세 증세안은 후퇴했다"고 말하거나 "고용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최 의원은 목소리 높였다. 그는 "환경·안전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하지만 상품개발이나 가격 결정은 완전히 자율화해야 자본주의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에 정규직보다 임금 더 주는 시스템 필요”

    ㅡ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석달이 됐는데, 정부는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나.
    “전체적인 방향은 잘 잡았지만 하나하나의 정책을 보면 아쉬운 것들이 있다. 예컨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zero)화가 그것이다. 물론 비정규직은 줄어들어야 하지만 방법론이 실현 가능해야 한다. 모든 부문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해 감당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존 기득권 계층의 희생이 전제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영진들과 정규직들이 임금을 일정 부분 삭감한다든지, 8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포기한다든지 식의 희생을 전제로 하면서 같이 더불어 살아야한다. 비정규직도 같이 살자고 얘기해야 하는데, 희생이라는 전제조건없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ㅡ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양면성이 있는 문제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고용주인 영세상공업자나 자영업자는 임금 지불 능력이 부족해서 갈등이 생긴다. 정부가 임금을 보전해주지 않고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근로자를 해고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일자리 정부인데 역설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ㅡ정부가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올리기로 했는데 어떻게 보나.
    “정부의 법인세 증세안은 후퇴했다. 내가 발의한 법인세 증세안은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한 법인세율을 정상화 하기 위해 과표 500억원 이상 구간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 올리는 내용이다. 과표 구간 200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119개 뿐 인데, 500억원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대상 기업이 훨씬 늘어난다.”

    ㅡ정부가 필요한 돈을 고소득자나 대기업 같은 일부 계층에게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맞냐는 의견도 있다.
    “일부 계층만 재원을 부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필요한 재원과 조달 금액을 보면 감당이 안된다. 면세자는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현재 근로소득자의 48%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영세계층이 세금을 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1원이라도 세금을 내면 1원을 더해서 복지로 돌려주더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장기적 방향이 돼야 한다. 국민의 48%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고소득층에게만 부과하려 한다면 조세저항이 생긴다.”

    ㅡ문재인 정부는 소득불평등 해소에 관심이 많다.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인가.
    “한달에 15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 700만명 정도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3~4년간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160~170만명이다. 합하면 거의 1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여행은 생각도 못할텐데, 인천국제공항을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것이 양극화의 현 실상이다. 큰 기업 경영자들은 작년 연봉이 67억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수치를 보는 월 150만원의 비정규직들이 대한민국 불평등 지수가 높지 않다고 하면 믿겠나.”

    ㅡ소득불평등은 왜 심해졌을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매우 심해졌다. 1997년 이전에는 고속성장하면서도 불평등 지수가 낮았다. 경제가 5% 성장률을 기록하면 가계소득도 평균 5%, 기업소득도 5%, 정부세수도 5%씩 경제 주체에게 배분이 되는 낙수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2010년 전후 낙수효과가 완전히 무너졌다. 경제가 5% 성장하면 가계소득은 1% 늘어나는데 정부 세수는 5%, 기업이익은 10%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도 급격하게 늘었다. 양대노총의 책임도 크다. 고용유연성을 높이라는 요구를 양대노총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기업 정규직의 월급이 100이라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60, 중소기업 정규직은 50,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6 정도를 받는다. 그러니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ㅡ그렇다면 고용유연화가 필요한가.
    “매우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은 일을 하면 비정규직이 더 불안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에게 돈을 더 줘야 한다. 이를 ‘동일노동 공정임금’이라고 한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근로자가 경제적으로 안정됐으면 월급을 적게 받고 오래 고용되는 정규직을,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월급을 많이 받는 비정규직을 지원하면 된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기업한테 아무리 줄이라고 해봐야 해고도 어렵고 월급도 많이줘야 하는 정규직을 왜 채용하겠나. 동일노동 공정임금은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기 때문에, 전투적 노조가 존재하는 한 이 방법 뿐이다.”

    최운열 의원은 “환경 안전 규제는 강화하되 정부가 기업의 가격결정에 개입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최운열 의원은 “환경 안전 규제는 강화하되 정부가 기업의 가격결정에 개입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ㅡ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환경·안전 등 규제는 더 강화하되 그 외의 상품개발이나 가격결정은 완전히 자율화해야 자본주의 경제가 살아난다.

    다만 완전히 시장방임하면 문제가 생기는 자연독점은 규제해야 한다. 자연독점 기업은 상품의 가격을 높여 돈을 많이 벌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적정 수준으로 경쟁하도록 적정하게 개입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그 정도에 머물러야 하며, 기업의 세부적 경영에 간섭하면 안된다.”

    ㅡ요즘 공정위원회에서 기업 내부거래 조사가 활발하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책임지는만큼, 우리 사회의 문제는 중소기업의 사정이 나아져야 해결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납품해서 사업할때 적정이윤이 보장돼야 하는데 대기업이 가격을 후려치고, 물건도 내부자금을 통해 자식회사에게만 준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세계로 나가 경쟁하고 정부는 일감몰아주기를 없애야 한다. ”

    ㅡ재벌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됐다.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법안을 많이 발의했는데 언론의 비협조와 기업의 반발, 옛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된게 거의 없다. 앞으로 어떻게든 통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 100대 국정과제’가 있는데 모두 실현하려면 법을 약 500여개 개정해야 한다.”

    ㅡ본인이 발의한 법안 중 시급한 것이 있다면.
    “1호 법안이 전속고발권 폐지였다. 한국 사회는 기업이 잘되는 것을 못본다. 기업의 주인이 국민이 아닌 오너(owner)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돈을 벌면 주주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너의 몫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너 개념을 바꿔야 국민도 쉽게 친기업이 된다. 의원 100명을 앉혀놓고 현대차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80%가 정몽구 회장이라고 한다. 언론도 그렇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감옥에 있으니, 이 회장이 감옥에서 나와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것이다.”

    ㅡ정부가 내수 확대를 위해 단기적 또는 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작년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이하 1급 공무원들의 임금을 20% 깎고 국회의원도 동참하자고 했다.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민간에게 양보를 요구해 대주주나 오너들의 월급을 20% 깎고, 경제수준에 비해 높은 월급을 받는 양대노총 정규직의 임금도 낮추자는 것이다. 분석해보니 1000명을 고용한 기업이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도 인력을 더 채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기득권의 희생을 위한 사회 전체의 캠페인이 필요하다.”

    ◆ “한국은행, 금리인상 나서야…은산분리 완화 필요”

    최운열 의원은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최운열 의원은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ㅡ한국은행 재직 경험이 있다. 중앙은행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나.
    “국민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고용인만큼, 중앙은행이 고용지표를 보고 통화정책을 통해서 고용문제 해결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은행의 궁극적 역할은 한국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하지만, 정부 밖에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한은 총재라면 수시로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라고 하지만,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ㅡ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는데, 부동산 대책을 보완할 목적으로 한은이 금리를 조절해야 할까.
    “당연히 선도적으로 해야한다. 참여정부 때 한은 금통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했는데 당시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굉장히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놔뒀고 나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달 후 한은이 금리를 인상했다.

    정부가 중앙은행에 압력을 넣으면 안되지만, 토론을 통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금 한은은 보수적이고 뒷북을 친다. 미국은 이미 금리인상의 시동을 걸었는데, 개방경제인 한국이 금리인상을 따라가지 않으면 환율 충격이 크게 올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금리가 올라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

    ㅡ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왜 그렇다고 보나.
    “정치인의 잘못이 크다. 금융은 서비스 제공을 댓가로 수수료를 받는 업종인데 한국 정치인이나 국민은 금융을 서비스업이 아니라 공짜 서비스로 이해한다. 한국의 예대금리차는 세계에서 제일 낮은 편인데 은행이 이익을 내면 의원들은 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호통을 친다. 정치권이 ‘카드수수료 낮춰라, 예대금리 낮춰라’라고 말하는게 한국 금융이 안되는 큰 이유다.

    10년전 은행권의 순이익은 연 20~30조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5조원 정도다. 그런데도 15조원이라는 절대 숫자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니 은행이 계속 고용을 축소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데, 한치 앞만 보고 예대마진이나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라고 하면 고용을 못한다.”

    ㅡ은산분리 완화는 필요하다고 보나.
    “현재의 은산분리 규정은 1984년 만들어졌다. 고도성장으로 인해 자본이 없으니 산업자본이 은행을 운영하면 해당 기업에만 대출할까봐 우려해 은산분리를 도입한 것이다. 지금은 자금이 초과공급 상태다. 환경이 바뀌면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산업은 활성화시키고 문제가 생기면 감독으로 시정하는 장치를 마련해야지, 산업 자체를 죽여버리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사실 인터넷은행는 지분한도도 필요없다. 그 대신 인터넷 은행 사업을 하려면 대주주가 은행에 버금가는 건전성 규제를 받도록 하면 된다.”

    최운열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한도 규제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최운열 의원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한도 규제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ㅡ지난 1년의 의정활동을 스스로 점수 매기면?
    “대학교에서 정년까지 다 마치고 온 만큼 전혀 후회가 없다. 의정활동이 굉장히 재밌다. 바깥에서는 얘기만 하고 제도를 바꿀 힘이 없었는데, 국회의원은 입법권이 있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입법과정 중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관례상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만장일치제만 다수결로 만들면 된다. 합의가 되도 한 사람만 반대하면 입법이 안된다. 그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회는 생산성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발의한 여러 법률이 계류 중이다. ”

    ◆ 최운열 의원은…경제민주화 주장한 금융 전문가

    1950년생인 최 의원은 초대 코스닥위원장, 한국증권연구원장, 한국은행 금통위원을 지냈다. 광주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조지아대를 거쳐 2015년까지 서강대에서 경영학과 교수, 부총장 등으로 일했다.

    지난 2015년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면서 ‘주류학자의 참회록’이란 제목의 강의를 했는데 화제가 됐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과 낙수효과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내용이었다.

    최 의원은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아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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