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황우석 논란' 박기영 나흘만에 자진사퇴...임종석·조국·조현옥·문미옥, 인사 책임론 '부상'

  • 박정엽 기자
  • 입력 : 2017.08.11 19:28 | 수정 : 2017.08.11 20:15

    박기영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 화합 발전의 계기되길"
    朴인사 미스테리 ①누가 추천했나 ②靑, '황우석 오점' 왜 못 걸렀나
    안경환·조대엽 낙마 넘어간 靑, 인사 난맥상 책임론 못피할 듯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관할하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임명 나흘만인 11일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에 깊숙하게 연관된 박 본부장 인사 파동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 내에서 누군가 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퇴의 글을 통해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입장하며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입장하며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 본부장은 지난 10일 황우석 사태에 관련한 자신의 책임에 대해 사과했지만 나빠지는 과학기술계와 국민 여론을 버티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 본부장을 감싸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박 본부장의 임명에 대한 반발 여론은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퍼졌다. 지난 10일 박 본부장의 입장 표명 장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었던 모습이 상징적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는 박 본부장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타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런 경우에는 특성상 자진 사퇴 밖에 (길이) 없다"고 했다. 거취 문제 선택권을 박 본부장에게 넘겼지만, 주말 이전에 박기영 본부장을 둘러싼 논란을 마무리하고 싶은 뜻을 드러내 박 본부장을 압박했다.

    ◆ 文대통령, 여권 모두 외면한 박기영을 자세히 옹호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상 반복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을 위해서는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이번에는 꼭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의 낙마 때 인사 실패를 책임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있다.

    박 본부장 인사 파동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의혹은 누가 박 본부장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에 강하게 추천했느냐이고, 둘째 의혹은 박 본부장 추천 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가 '황우석 사태'라는 오점을 왜 걸러내지 못했냐다.

    박 본부장 추천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는 추천자를 묻는 질문에 "누가 했는지 관심 없다"고 답했다. 정부여당에서도 박 본부장 추천자라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박 본부장 불가론이 커지는 가운데 여권에서 박 본부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임명권자의 '입'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박기영 본부장의 직속 상관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만 박 본부장을 감쌌다. 그나마도 적극적 옹호보다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지못해 박 본부장 인사 배경을 반복해 말한 것이 전부다.

    더불어민주당도 박 본부장을 방어하지 않았다.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지난 7일 이후 박 본부장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추 대표측은 당 지도부가 아닌 해당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응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과기정보방통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방어는 커녕 적극적으로 부적격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하고 있다. 이 상임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박 본부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의 당내 입지를 살펴보면 이런 여당의 대응은 자연스럽다. 박 본부장의 당내 입지는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23번을 받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안에 따라 당선 안정권에 들었던 박 본부장은, 이후 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려났다. 당내 입지가 매우 좁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오히려 청와대 안팍에서는 인사와 관련된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박 본부장의 임명을 적극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인사 과정에서 대상자의 검증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황우석 사태에 대해 오래전부터 비판적 입장이었다. 조 수석은 황우석 사태 직후인 2007년 4월 서울대 전 학부생 대상 표절방지 및 연구윤리 집중교육용 교양강좌 신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황우석 사태 때 학부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교수들이 이번 강좌 개발로 그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박 본부장 인선에 가장 적극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등을 지내며 당시 대통령 정보통신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 본부장과 같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공식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IT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참여정부 시절 가장 높았고 그 점에서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은 공도 있었다"고 감쌌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은 여러모로 주목받았는데 박 본부장이 임명된 뒤 나온 여권의 어떤 옹호론보다 설명이 길고 자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라며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의 위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 과기혁신본부가 충분한 위상과 힘을 가지고 역할 다하게 하는 것은 새 정부의 큰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차관급 인사를 고집하다가 자신의 신뢰 자산을 잃는 '소탐대실'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여당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인사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임한 지 100일이 안 된 문 대통령이 고작 차관급 인사 난맥을 다 책임질 수는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의 참모중 누군가가 이 같은 인사 실패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 무너진 '시스템인사', 추천위 책임론 나올 듯...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도 도마 위로

    청와대의 '시스템 인사'는 인사추천위원회로 상징된다. 인사추천위원장은 임종석 비서실장이다. 임 실장과 함께 대상자 및 추천 인사를 취합하는 조현옥 인사수석, 대상자를 검증하는 조국 민정수석은 고정적인 인사추천위 멤버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의 주장에 따르면 시스템 인사는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개인도 인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박 본부장 인사 파동을 보면 인사추천위에 속한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박 본부장 인사는 강행된 것으로 보인다. 설령 문 대통령이 박 본부장 임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해도, '조작 논문' 공저 전력과 공직자로서 그를 방조한 책임이 있는 박 본부장은 걸러졌어야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0일까지는 "인사추천위는 정상적으로 가동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11일 오전부터 "인사추천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인사 시스템 붕괴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인사추천위원회에 들어간 임 실장과 조현옥, 조국 수석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국민소통수석실과 과학기술보좌관을 포함한 정책라인에서도 책임질 부분이 있다. 박 본부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사 발표 열흘 전에 박 본부장이 이미 내정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박 본부장의 과거 전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지 않았다. 청와대가 '황우석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특히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이 제 역할을 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과학기술계 몫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문 보좌관은 박 본부장 임명 철회 여론을 이끌고 있는 각종 과학기술 관련 노조 및 연구자 단체와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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