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단독] 정부, 건강보험 적립금 비율 낮춘다…文케어 실탄마련

  • 이현승 기자
  • 입력 : 2017.08.11 16:31 | 수정 : 2017.08.11 16:47

    정부가 건강보험 적립금(준비금) 비율을 최대 50%에서 15~2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처럼 보험급여비의 절반 가량을 적립금으로 쌓아두지 않고 의료수가 급여비로 지출하는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현재처럼 건강보험료의 절반 가량을 적립하는 방식으로는 건강보험 비급여를 없애는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3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11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후속조치' 문서를 보면 "현재 건강보험법상 준비금을 50%까지 적립하게 되어 있어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일본, 대만의 경우 보험급여비의 1~3개월 수준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작년 8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적립금 비율을 50%에서 15%로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5%로 하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냈다.

    건강보험은 작년 기준으로 누적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많이 거둬 덜 쓰는 구조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흑자 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흑자 규모가 계속 커지자 국회와 시민단체에선 "준비금을 쌓아두지 말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써라"라고 주문했다. 총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대주는 비율을 뜻하는 보장률은 2010년 65%에서 2014년 63.2%로 떨어졌다.

    그동안 정부는 보장성 강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법에 명시된 준비금 규정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매년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5% 이상을 최대 50%까지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준비금 적립률은 작년 기준 30% 초반이다.

    정부가 적립금 비율 하향을 검토하게 된 것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이 드는데 건보 흑자액의 절반(약 10조원)과 국가 재정으로 부담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보장성 강화 없이도 건보 적립금이 조만간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노인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은 내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23년에는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됐다. 보장성 강화로 지출이 늘어 건보 재정이 악화되면 적립금은 당초 정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그러나 준비금 비율을 낮춘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정부가 임기 내에 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준비금이 고갈되면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원 마련에 나서는 수 밖에 없다. 현행법상 정부는 내년도 보험료 예상수익의 14%는 국고에서, 6%는 국민건강증진기금(주로 담뱃세)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2022년 말까지 적용되는 한시 규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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