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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막힌 철강업계, 중국 구조조정 호재에 웃는다...러시아 공략도 본격화

  • 조지원 기자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08.11 13:56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에 당분간 미국 수출을 포기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포스코 주력 수출제품인 열연강판에 61%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권 회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주가는 연일 오르더니 지난 8일 주당 34만8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포스코를 포함해 미국으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고 있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현대제철 주가는 지난해 11월 9일 주당 4만65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뒤 8월 9일 6만900원으로 31% 상승했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9월 21일 주당 782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8월 9일 1만4450원으로 85% 올랐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제품 수출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요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오른 이유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철강 산업 구조조정으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에도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5000만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감축하겠다고 한 뒤 지난 5월까지 목표의 84%를 달성했다. 중국의 구조조정 효과가 미국의 무역 제재 영향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 규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미국에 수출하는 경로를 다변화하는 한편 러시아 등 대체 시장도 모색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철강업계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에서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오래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중국 구조조정 영향으로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무역 제재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조선일보DB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조선일보DB
    ◆ 중국 구조조정 영향으로 연말까지 제품 가격 상승 전망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5월까지 중국내 4239만톤 규모의 철강 생산능력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세운 연간 목표치 84.8%를 5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중국 내 철강 유통 재고는 점차 줄어들어 지난 7월 기준 920만톤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잠시나마 개선되는 분위기다.

    공급이 줄어들면서 중국 철강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열연 가격은 지난 5월 1톤당 464달러에서 지난 7월 578달러로 24.5% 올랐다. 같은 기간 철근(21%), 후판(20%), 냉연(25%), 아연도금강판(14%) 등이 각각 두 자릿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내 철강 가격이 세계 철강 시장에 바로 영향을 주는 만큼 국내에서도 철강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 구조조정 영향으로 수요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54조8000억원에서 59조3000억원으로 높였다.

    철근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등 다른 업체들도 중국 구조조정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수입산 철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산 철근 가격이 비싸지면서 수입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파트‧주택 건설 사업 증가로 철근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철근 유입이 줄어들자 국내업체들의 철근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2분기 철근 판매량은 299만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8% 증가했다. 2007년 이후 최대 판매량이다.

    중국 정부가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 철강 경기 회복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종이 턴어라운드를 넘어 본격적인 상승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열연강판 /조선일보DB
    열연강판 /조선일보DB
    ◆ 대체시장 러시아 개척 나선 업체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은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돌파할 대체시장으로 러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철강수요 증가율은 1.8%로 인도 6.1%, 미국 2.9%, 터키 2.9%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내년 러시아 철강 수요는 3900만톤으로 올해보다 2.8%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20개 주요 산업의 수입 대체화 프로젝트를 선정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핵심 사업은 제약, 무선전자, 항공, 조선 등으로 다양한 철강재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에 포스코는 올해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 포스코RU유한회사를 신설했다. 포스코RU는 포스코의 철강 제품을 러시아 시장에 수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러시아산 철광석과 석탄 등 철강 원료를 수입하고 제3국 원료 트레이딩도 한다.

    세아제강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경유 가스관을 통해 한국에 공급하는 남·북·러 3각 경제협력 프로젝트 재개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관사업이 진행되면 러시아에서 한국까지 1000㎞가 넘는 가스관이 매설된다. 해당 사업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이밖에 동국제강은 자사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의 러시아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세워진 현대제철의 러시아 SSC(스틸서비스센터)는 지난해 680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SSC는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해외 판매 자회사로 주로 현대·기아차와 거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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