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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의 스마트경영] 탈원전 논란을 풀기 위한 전제조건

  • 김홍진 전KT사장

  • 입력 : 2017.08.11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탈원전 논란을 풀기 위한 전제조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손정의 회장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허리에 차고 후쿠시마 지역을 수시로 드나들며 피해를 살피고 현지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원전 폐쇄를 주장하며 흥분하던 모습이 선하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고, 정치 지도자와 금융인들을 만나 태양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계획을 설파하기도 했다.

    몇 달 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동아시아 3국이 힘을 모아 고비사막에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원전 피해의 직접적인 경험이 탈원전을 주장하게 만든 것이다.

    문대통령이 스스로 탈원전을 지시할 만큼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을 지원해온 환경단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원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만 일반 시민의 시각으로 찬반 양측의 논리적인 모순이나 부족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책 결정과정의 절차와 타당성은 차치하고 탈원전 주장의 핵심은 안전이고, 원전 유지 주장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내세우는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우려를 잠재우는 노력과 토론을 하기를 권한다.

    원전을 지지하는 400여명의 전문가들이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제는 성명을 통한 압력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수준의 답을 내놔야 한다. 지난 정부와 다르게 환경단체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결정의 칼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론만 내세워서는 원전을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설득력있는 수치나 이론을 제시해야 한다. 안전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기술과 투자 방안을 내놔야 한다. 막연히 원전이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원전 해체비용과 사후 관리 비용까지 포함한 구체적 수치를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무슨 질문을 하든 안전 타령만 할 게 아니라 경제적인 주장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태양광에너지가 원전보다 저렴하다거나 전기값의 인상이 5년내에는 없을 것이라는 단견적인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오히려 안전과 지구를 지키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하자고 하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 원전기술을 전수해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하면서 전세계 원전수출 가능 7개국 중 가장 앞선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 진출을 포기해야 하는가에 답해야 한다. 중국은 166조원 규모의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해도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고 하는데 이건 아니다.

    원전 기술이 가장 앞섰던 미국과 프랑스가 세계시장에서 밀려나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국내 공사 기회가 없어 인력과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탈원전을 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그 산업을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IT 등 다른 산업에서도 수출을 위해 내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탈원전을 결정하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수백 개 기업과 수 만 명의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답해야 한다. 일자리를 내세우는 정부로서도 한편으로 이런 식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데 대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

    막연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하듯이 발전효율을 감안한 풍력, 태양열 지도라도 그려놓고 토론해야 한다. 전국에 태양열 패널이나 풍력발전이 설치되었을 때 도시의 미관이나 국토의 경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남들이 사하라, 고비, 모하비 등의 사막을 활용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양 진영이 자신들의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우려에 대해 답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공론화위원회 같은 법적 권한도 없는 조직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반대 세력의 우려에 대해 답을 내놔야 한다.

    인기투표 하듯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위험한 실험이다. 탈원전을 결정하려면 위원회의 거수 결과가 아니라 데이터를 놓고 전기료는 얼마나 오를 것이니 안전과 미래를 위해 감수하자든가, 원전 수출을 어떻게 대체 하겠다든지, 원전 생태계에 있던 기업과 인력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책과정의 정당성과 신뢰를 놓고 엄청난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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