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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대책에 시장 혼선"…중도금 대출 소급적용 현장 '아우성'

  • 이진혁 기자
  • 입력 : 2017.08.10 05:50

    ‘8·2 부동산 대책’의 빈틈이 노출되면서 중도금 대출에 혼란을 겪거나 애꿎은 피해를 보는 주택 청약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애초 정부는 8월 3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는 사업장의 중도금·잔금 대출에 강화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책 발표 이전에 계약이 끝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단지 계약자들까지 8·2 대책에 담긴 금융 규제를 받게 됐다. 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를 구 단위로 묶으면서 정작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동에 사는 주민까지 내 집 마련이나 대출 등에서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선 LTV·DTI 상한은 40%로 제한된다.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가구는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LTV·DTI 비율이 10%포인트 더 강화된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기존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LTV와 DTI가 각각 30%로 적용된다. 서울 전 지역과 과천, 세종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서울 강남 4구와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 세종을 투기지역으로 선정했다.


    8·2 부동산 정책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수요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DB
    8·2 부동산 정책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수요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DB
    8·2 대책 이전 계약자, LTV 강화로 목돈 부담 수억원 더 늘 판

    금융위원회는 7일 입주자모집공고가 대책 발표 이전에 이뤄진 단지라고 하더라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일 기준으로 무주택세대에 한해서만 LTV 60%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8·2 부동산 정책 이전에 계약이 완료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신규 분양 단지라 하더라도 다주택자나 기존 1주택을 팔지 않을 경우 강화된 LTV·DTI 규제가 적용되는 분양 계약자가 생기는 것이다. 금융위는 무주택 세대를 판단할 때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8·2 대책 이전에 분양계약을 마친 청약자들과 분양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GS건설이 영등포구 신길동에 공급한 ‘신길센트럴자이’ 분양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에 대한 LTV 60% 적용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계약자들과 상담을 했는데, 7일 금융위에서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이 나와 무척 당황스럽다”며 “중도금 대출까지 LTV 40%를 적용받는다고 하니, 현장은 말 그대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라고 말했다.

    신길 센트럴자이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가 7억원 정도다. 다주택자와 기존 1주택을 팔지 않기로 한 계약자의 경우 기존에는 4억2000만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LTV 40%가 적용되면 2억8000만원이 돼 추가로 1억40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신정 아이파크위브’,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등 8·2대책 이전에 분양이 이뤄진 단지도 이런 피해가 우려된다.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의 경우 분양가만 15억~23억에 이르는 단지라 분양자들의 목돈 부담이 더 커진다. 건설업계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세대의 미계약 물량이 줄줄이 나올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1주택 이상 소유자가 투기과열지구에 주택담보대출 1건이 있으면 LTV 30%가 적용되며, 주택담보대출이 2건 이상인 경우 기존 주택 1가구의 대출을 2년 안에 갚지 않으면 추가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도금 대출 여부와 계약금을 날릴까 우려하는 글들이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구멍 숭숭 대책에 시장 혼선"…중도금 대출 소급적용 현장 '아우성'
    집값 안 오른 지역도 부동산 규제

    국토부가 구 단위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선정하면서 정작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은 동 단위 지역까지 포함된 것도 수요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마포구 아파트는 3.64% 올랐다. 하지만 동별로 집값 상승률 차가 매우 심했다. 염리동은 8.37%가 올랐지만, 중동이나 망원동은 각각 1.35%, 0.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평균 5.79% 오른 성동구의 경우, 금호동3가와 4가가 각각 9.01%, 10.26%가 올랐지만, 하왕십리동이나 도선동 같은 지역은 2%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기도로 가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남양주의 경우 지난해 11·3대책에서 청약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는데, 정작 집값이 많이 올라 문제가 된 지역은 최근 조성 중인 신도시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남양주시 아파트는 0.73% 올랐는데, 금곡동과 별내면, 별내동, 평내동이 1%대 올랐고 나머지 지역은 1%를 모두 밑돌았다.

    평내동에 사는 한 주민은 “남양주에서 그나마 투기 수요가 몰린 지역은 다산신도시와 별내신도시 정도”라며 “남양주시 전체가 청약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매수자가 사라져 이사 계획이 있는 시민들이 집을 사고팔기 힘들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의 경우 지정요건이 구 단위로 이뤄져 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8·2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만 급급해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8·2대책 이전에 분양을 받아 아직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은 아파트 단지 한 수요자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이번 8·2 부동산 정책은 빈틈이 너무 많다”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문의해도 문제점이 있다는 걸 인정할 정도니 얼마나 대책이 얼기설기 짜였는지 짐작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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