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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촉각…"기업 부담 수십조원"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7.08.09 14:05 | 수정 : 2017.08.10 07:56

    기아차 노조 승소 시 비슷한 소송 이어질 듯

    기아차(000270)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1심 판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고 과거 3년(임금채권의 소멸시효)치의 통상임금 연동 수당까지 근로자에 지급하게 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최대 20조~3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3년 12월에 나왔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명확한 인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통상임금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법원은 당초 기아차 노조의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과 관련해 오는 17일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2만7458명에 이르는 원고 명단에서 오류가 발견돼 재확인이 필요하다며 선고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2014년 8월 현대기아차 노조원들이 서울 양재동 본사 부근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시위하고 있다./조선일보 DB
    2014년 8월 현대기아차 노조원들이 서울 양재동 본사 부근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시위하고 있다./조선일보 DB
    ◆ 불명확한 신의칙 인정 기준…혼란스러운 재계

    통상임금에서 신의칙이란 소급분에 대해서는 노사가 했던 합의를 지키라는 것으로, 신의칙이 인정되면 소급 청구가 제한된다. 예를 들어 기아차 노조는 상여금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치에 해당하는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기아차는 매년 진행하는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합의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의칙에 따라 과거 수당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신의칙을 인정하면 기아차는 과거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판결에서 신의칙 적용 요건을 제시했다. ▲정기상여금에 관한 사건일 것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가 있을 것 ▲근로자의 소급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낳을 것 등이다. 이런 요건들에 해당하면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어서 소급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에서는 신의칙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아시아나항공(020560)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2심에서는 1998년 이후 10여년간 누적 순손실이 1조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신의칙을 적용했다.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과는 상관 없이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신의칙 적용 여부가 결정된 사례도 있다. 고용안정센터와 광주도시철도공사의 소송에서 재판부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공사”라는 이유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공기업인데도 부산교통공사의 소송에서는 “공사 손실이 확대되면 부산시 재정이 악화된다”며 신의칙이 적용됐다.

    신의칙 기준에 대해 논란이 일자 대법원은 2015년말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전원합의체를 구성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신의칙에 관한 논란이 길어질수록 산업 전반의 혼란은 더 커진다”며 “노사합의 존중과 기업의 경영위기 방지라는 신의칙 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정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 통상임금 관련 비용 수십조원 추정

    재계에서는 이번 기아차 소송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아 과거 수당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고 기업이 모두 패소한다고 가정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38조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2013년에 작성한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기상여금 등 노동계가 주장한 여러 수당이 다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이 최대 38조5509억원(노동자 수 1334만명 기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초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변동상여금과 같은 ‘통상임금 연동수당’과 퇴직금, 사회보험료, 임금채권보장 부담금 등 ‘간접노동비용’이 한 해 8조원 이상 들고, 여기에 3년치 소급분 24조8000억원, 퇴직급여 충당금 증가액 약 4조90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의칙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기업 부담이 최대 21조9461억원(노동자 수 1244만명 기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년간과 향후 1년간의 직접·간접 노동비용이 14조6000억원, 연차수당 등 기타 수당이 약 7조3000억원이라고 본 것이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높아지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기상 성신여대 교수는 작년 7월 ‘통상임금 갈등의 사회적 비용’ 토론회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임금 근로자 보수가 증가하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이 62.9%에서 64.2%로 상승할 것”이라며 “노동소득분배율이 50%를 초과한 이후에는 분배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하락해 분배율이 1.3%포인트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0.13%포인트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를 근거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총 32조6784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의 직·간접 비용에 사회적 갈등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통상임금 범위와 신의칙 적용 기준을 명확히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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