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정책 키맨에게 묻다]③ 국토위 김현아(上) "전월세상한제, 필요한 지역에만 도입돼야…무차별적인 적용엔 반대"

  • 이현승 기자
  • 유병훈 기자
  • 입력 : 2017.08.09 11:00

    “집값, 규제로 잡기 어려워…다양한 주거 선택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부동산으로 돈 벌면 지역사회에 환원토록 해야”
    “다양한 주거형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 추진해야”

    정부가 지난 2일 서울과 세종을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여기에 집을 살 땐 강화된 대출규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일부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데,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다주택자들이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책이 발표되자 집이 없는 3040세대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들은 직장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에 내집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대출금 마련이 빠듯해졌다. 여당과 정부에선 "무주택자에 대해선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를 데로 오른 서울 시내 집값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버거운 상황이다.

    김현아 의원은 “정부의 시장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김현아 의원은 “정부의 시장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덕훈 기자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요즘 전화가 쏟아진다고 했다. 화제의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중 유일한 주택 정책 전문가다.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 행보 때문이다. 김 의원은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이지만, 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후 바른정당 창당 움직임에 동조했지만, 비례대표 신분 때문에 여전히 한국당 당적을 갖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한국당으로부터 출당 또는 제명 조치를 받아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김 의원에게 ‘당적은 유지하되 당원권은 행사하지 못하게 한 징계’로 족쇄를 채우고, 전공분야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배제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같은 자유한국당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투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위한 표결에 참석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실제로 의정 활동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전혀 위축돼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주택 정책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져 정책 전문성을 발휘할 좋은 기회를 잡은 듯 했다.

    약 1시간30분 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숫자를 근거로 주택 시장을 평가, 전망 할 때는 차분한 연구원의 모습이었고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청년층의 열악한 주거 상황을 설명할 때는 여느 초선 국회의원처럼 의욕이 넘쳤다.

    김 의원은 8·2 대책 후속 조치로 거론되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 ‘균형잡힌 접근법’을 주문했다. 그는 “전월세 상한제는 특정지역에 국한할 경우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전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모든 주택 유형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주택 시장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국토교통부가 다 통제할 수 없다"면서 "주택 정책은 지방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2 대책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여전히 지금이 고도성장기이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집값을 규제로 잡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으로)돈을 번 사람들이 예측가능한 세금을 내도록 하고,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 “특정지역에 집 사지 말라는 정책 바람직하지 않아”

    김현아 의원은 “정부가 집값을 규제로 잡는 건 어렵다”고 했다. / 이덕훈 기자
    김현아 의원은 “정부가 집값을 규제로 잡는 건 어렵다”고 했다. / 이덕훈 기자
    ―8·2 대책이 발표된 이후 3040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정부가 집을 사라, 사지 말라 방향을 주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외국에서도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는 자가 소유 촉진 정책을 쓴다. 자기 주택을 가지면 지역사회에 대한 마인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성장기엔 의미가 있었고 우리나라도 과거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부는 우리가 아직도 고도성장기이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제일 바람직한 방향은 사람들이 집을 사야 되냐 여부에 집착하기 보단 내 수준에 맞게 다양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양질의 집을 내가 원하는 곳에서 쉽게 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집을 못 가지면 열악하다, 부족한 사람이다 라는 인식이 아직도 굉장히 많다. 특정지역에 집을 사지 말라는 정책 방향도 바람직하진 않다."

    ―이번 대책으로 주택시장 구조에 왜곡이 생기는 것 아닌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상당수 집을 가지고 있다. 운이 좋으면 도쿄 도심 안에 가졌다. 이 사람들이 은퇴를 할 시기가 왔는데 주택이 잘 안팔렸다. 이때 공적기구가 세입자를 중개하고 임대료를 징수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를 통해 도시에 사는 연령대가 5060에서 3040대로 젊어졌다. 단카이 세대가 가진 집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패밀리형 하우스가 많았다. 당시 대부분의 아이 가진 부부들은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앞으로 떨어질까봐 집을 살 수 없었는데 빌려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강남도 고령화 됐다. 지금 정부 정책은 집을 사지 말고 임대로 살라는 것이다. 이 정책의 부작용은 상속이나 증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만 주택 소유자가 되고 나머지는 전세, 월세 세입자가 된다. 정부 정책은 아무리 정교하게 짜도, 자본의 흐름은 영악하고 교활 하기 때문에 빠져나갈 건 다 빠져나간다. 정부가 끝까지 잡겠다는 건 답이 없다."

    ―전월세 세입자를 위한 보호 장치도 필요하지 않나.
    "특정 지역에 한해선 전월세 상한제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특정 주택에 한해 적용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나 전월세 상한제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이건 반대한다. 이런 나라가 없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고 집주인이 값을 계속 올리는 지역에는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적용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과도하게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주택 정책은 지방화 해야 한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국토부가 전부 통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아직도 집값 안정(가격)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맞다. 뉴욕이나 런던 도심의 주상복합에 비해 우리나라 강남을 보면 비싼 집값에 비해 문화시설이 너무 빈약하다. 집값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정도 집값을 낼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다.

    주거지는 선택의 문제다. 강남이든 외곽이든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뉴욕, 런던, 홍콩 도심에 비해 강남이나 경복궁 근처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살 만큼 일자리를 얻을 기회,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있는가를 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집값이 해외에 비해 제값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집값을 규제로 잡는 건 어렵다. 부동산은 자본을 굴리는 시장이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마음은 이기적이고 교활하다. 시장 이기는 정부는 없다."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역은 도시재생사업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도시재생사업 위축으로 이어 지진 않을까.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에선 황당할 것이다. 정책을 너무 세밀하게 짜면 이런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도시재생을 준비해온 지자체 에선 안타까울 수 있다. 서울 전역의 부동산 값이 오른다지만 안 오른 지역도 있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자산 축적 수단으로서 주식 보단 부동산이 수익률도 높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크지 않나.
    "금리가 낮고 유동성은 많은 상황이다.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테크 수단이 부동산이다. 그게 또 주로 강남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올인하는 것이다. 브랜드 효과도 있다. 맞선을 볼 때도 상대방이 강남에 산다고 하면 좋게 본다고 한다. 사회적 경험이 축적된 건데, 강남을 누른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부동산에서 비롯된 부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나.
    "정부가 부동산에서 돈을 벌지 말라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돈을 번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세금을 내게 하면 된다. 돈 버는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환원을 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재개발 하면 도로를 확보하는 게 급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업승인 과정에서 공원 확보를 요구했다. 이제는 강남 재건축을 하되, 만인이 쓸 수 있는 공원이나 문화시설을 내놓게 하면 된다. 단지 내에 있는 사람 뿐 아니라 바깥 사람들도 누리게 해야 한다.

    외국 도시재생 사례를 보면 부촌과 빈촌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경우가 있다. 런던의 밀레니엄 브릿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 다리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역 불균형 해소에 소홀했다. 지역에 고층 개발을 하는 순간 땅 가진 사람만 이익을 얻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에 투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집을 사고, 지역사회의 가치를 올리도록 하는 도시재생 경험이 축적되는 게 성숙한 사회로 가는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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