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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대프리카 핫플레이스' 급부상 신세계 대구점…골머리 앓는 토착백화점들

  • 안재만 기자
  • 입력 : 2017.08.09 06:15

    지난 5일 찾은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인산인해였다. 여름철은 대표적인 백화점 비수기지만, 대구 신세계백화점 만큼은 예외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6, 7월 매출이 목표치를 20% 이상 웃돌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점한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9층에 아쿠아리움, 영화관 메가박스, 옥상공원 주라지 테마파크, 미술 갤러리, 스포츠 테마파크를 설치하는 등 대구지역 토착 백화점인 대구백화점, 동아백화점(이랜드가 2010년 인수)에 비해 몰링(쇼핑몰에서 여가활동을 하는 것) 요소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 특수는 이 때문으로 판단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는 신세계 개점 이전엔 아쿠아리움이 없었을 정도로 즐길 요소가 부족했던 시장”이라며 “폭염으로 유명한 대구 지역이다 보니 실내에서 놀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는 신세계로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8층 루앙스트리트(식당가) 풍경. 루앙스트리트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 옛 골목을 재현하고 전 세계 20여 개 맛집을 유치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재만 기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8층 루앙스트리트(식당가) 풍경. 루앙스트리트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 옛 골목을 재현하고 전 세계 20여 개 맛집을 유치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재만 기자
    반면 대구백화점(006370), 동아백화점 등 토착백화점은 줄어드는 고객으로 인해 울상이다. 두 회사는 중저가 상품 비중을 높이고 아울렛을 여는 등 사업 모델을 바꿔나가고 있다.

    ◆ 신세계 흥행 성공에…대형사는 리뉴얼, 토착백화점은 아울렛으로 맞불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영업면적 10만3000㎡(3만1200여평) 규모로 지난해 12월 개점했다.

    신세계(004170)는 대구점의 올해 매출이 서울 명동에 있는 본점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매출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남점, 부산 센텀점에 이어 매출 순위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대구 신세계의 올해 매출 목표는 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본점 매출은 6935억원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승연(23·경북대 3학년) 씨는 “대구의 대표 상권은 대구백화점 본점이 있는 동성로 지역인데, 신세계로 인해 동대구 상권이 개발되고 있다고 느낄 정도”라며 “특히 대프리카(대구 + 아프리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무더위가 심한 대구라 여름철임에도 데이트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공습으로 기존 백화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구는 신세계 외에 토착 백화점인 대구백화점(2개점)과 동아백화점이 있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069960)이 각각 2개 점포, 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는 신세계에 대응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옆에 7만7049㎡(부지면적 기준) 규모로 복합쇼핑몰을 지을 계획이다. 추가 개점 계획이 없는 현대백화점은 대구 신세계를 의식하고 최근 7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리뉴얼(재단장)을 진행했다.

    지난 5일 방문한 대구백화점 본점 2층 풍경.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안재만 기자
    지난 5일 방문한 대구백화점 본점 2층 풍경.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안재만 기자
    토착백화점들은 사실상 중저가 중심의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바로 옆 현대백화점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으려 하고 있고, 대구백화점은 아울렛을 개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대구백화점의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1373억원으로 지난해(1582억원)보다 13.3% 감소했고 8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이후 첫 적자였다.

    대구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대구백화점 등도 수시로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프리미엄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자금력 등에 한계가 있어 쉽지 않은 게임”이라고 했다.

    ◆ 40년 만의 재도전…법인 설립해 지역 민심 붙잡아

    지난 1973년 신세계는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에스컬레이터를 적용한 대구점을 열었다. 그러나 오일 쇼크 등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3년 만에 대구점을 닫았다. 지난해 말 대구 신세계 개점은 40년 만의 재도전이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지난해 12월 개점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가 삼성그룹의 뿌리인 대구에 돌아왔다”면서 “대구 경북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체험 공간을 꾸민 만큼 자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DB
    조선DB
    신세계는 2010년 10월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자 입찰에 참여해 백화점 사업권을 따냈다. 이곳은 바로 옆에 KTX 역은 물론 시내외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역까지 있어 경북권 핵심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는 대구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해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백화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대구시로만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는 의도다.

    신세계 관계자는 “놀거리가 부족한 대구의 특성을 감안해 몰링을 강화하고, 법인 설립으로 지역 민심을 잡은 것 등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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