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84) 공정위 대리한 소형로펌 봄, 오픈마켓 가격제한 과징금 소송서 태평양에 연승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8.09 06:10

    변호사 10명 규모의 소형로펌인 법무법인 봄이 국내 2위권 로펌 태평양을 상대로 인터넷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온라인 장터)에서 대리점들의 판매가격을 제한한 필립스코리아에 대한 경쟁당국의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태평양은 대리점들이 오픈마켓에서 소비자가격의 절반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가격 제한’을 강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15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필립스코리아를 대리했으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연거푸 패소했다. 공정거래 사건은 전속고발권을 갖는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역할을 해 법원 재판은 2심제로 운용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6월 19일 필립스코리아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도 필립스코리아가 오픈마켓 거래가격을 일정수준 이상(권장소비자가격의 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강제하거나 특정 품목 판매를 제한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금지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제공
    필립스코리아는 2011년 5월부터 1년간 특별할인가로 공급한 물품을 오픈마켓에서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이상 할인해 판매하면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대리점에 통보했다. 또 전기면도기, 커피제조기 등 총 5개 제품에 대해선 오픈마켓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하거나 가격 인상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12년 8월 필립스코리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억5600만원을 부과했고, 필립스코리아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최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를 대리한 법무법인 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란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상품을 재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거래단계별로 가격을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명시)를 말한다.

    대법원도 “필립스코리아가 50% 이상 할인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대리점들에 대해서는 가격정책을 강제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소비자후생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과징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조 업&다운](84) 공정위 대리한 소형로펌 봄, 오픈마켓 가격제한 과징금 소송서 태평양에 연승
    태평양 “특별할인 공급 제품의 부당 유통 방지 목적일 뿐, 경쟁제한 아니다” 주장했지만 패

    필립스코리아를 대리한 태평양은 2심에서 윤성운(48٠사법연수원 28기), 김보연(34٠38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1999년 태평양에서 변호사를 시작한 윤 변호사는 공정위 사건을 주로 담당한 공정거래팀 파트너변호사다.

    태평양은 2심에서 필립스코리아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한 ‘경쟁제한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규제 대상 제품은 5개 제품군, 29개 제품으로 전체 제품군 대비 16%, 제품 수 대비 6% 수준으로 한정적이어서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태평양은 특히 정상 공급 제품 및 오프라인 유통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할인행사용으로 공급받아 오픈마켓에 공급한 계약 위반 대리점에 대한 제재 조치일 뿐, 정상가격에 공급받아 판매하는 대리점들의 가격 경쟁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위쪽 좌측부터 윤성운٠강일٠김보연 변호사, 아래쪽 좌측부터 박성진٠상지영٠정재용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홈페이지 캡쳐
    위쪽 좌측부터 윤성운٠강일٠김보연 변호사, 아래쪽 좌측부터 박성진٠상지영٠정재용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오픈마켓에서 가격 경쟁은 다른 유통채널과도 가격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오픈마켓 가격 통제는 곧 전체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픈마켓 판매를 금지한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브랜드 내 경쟁을 제한할 경우 전체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 패소한 태평양은 3심에서 공정거래팀 변호사를 대거 투입했지만 뒤집기에 실패했다. 강일(40٠32기), 박성진(35٠39기), 상지영(29٠변호사시험 4회), 정재용(33٠42기) 변호사가 추가됐다.

    태평양은 3심에서 2심에서 강조한 부분 외에도 다른 브랜드와 경쟁 등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정당한 가격 제재 행위이며, 특별할인 공급계약 위반행위를 방지하는 행위가 오히려 정상 공급가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들을 보호하고 가격외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의 각 행위가 대리점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제한하고 오픈마켓에서 상표 내 경쟁을 차단, 제한한다는 점 등을 비춰보면 오픈마켓 가격경쟁으로 인한 제품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데 목적과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며 태평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 업&다운](84) 공정위 대리한 소형로펌 봄, 오픈마켓 가격제한 과징금 소송서 태평양에 연승
    ◆ 법무법인 봄, 공정위 처분 적법성 강조해 연승

    법무법인 봄에서는 김민우(42·34기) 변호사가 변호에 나섰다. 봄은 세종 출신의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만든 10명 규모의 소형 로펌으로, 송영곤(51·30기)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봄은 공정위 처분의 적법성을 입증해 연승했다. 봄은 필립스코리아측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결국 회사의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는 가격비교를 통해 보다 저렴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하는데, 이를 차단하는 필립스코리아의 행위는 소비자 편익을 크게 제한한 것으로서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봄의 김민우 변호사./법률신문 법조인대관
    법무법인 봄의 김민우 변호사./법률신문 법조인대관
    봄은 필립스코리아가 오픈마켓과 같은 온라인 유통채널인 종합온라인쇼핑몰에서는 별다른 물품 공급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장의 근거로 활용했다. 봄은 오픈마켓 거래의 가장 큰 특징이 가격할인 경쟁이라는 점을 필립스코리아가 인지하고 있었고, 전체 수익 감소를 우려해 가격할인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오픈마켓에서만 판매가격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봄은 또한 필립스코리아가 온라인 마켓에서의 판매가격인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온라인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재판매가격 유지정책’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부분을 근거로 내세웠다. 필립스코리아 TF팀은 소비자가전사업부 책임자(전무급)가 참석한 가운데 49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미만의 제품을 대상으로 출고가격을 인상하고, 온라인 시장에서 기준 이하로 할인 판매되는 문제의 제품을 출고 정지시킨 바 있다.

    태평양은 필립스코리아 등기이사가 아님에도 고위 임원이 TF팀 회의에 직접 관여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가중한 것은 공정위가 재량권을 남용했을 뿐 아니라 객관적 합리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봄은 개정된 공정위 시행령 등을 근거로 공정위가 내린 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규모 결정 등 부과처분은 정당한 재량행위라고 맞섰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7년 공정위 고시 개정으로 추가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2호에는 ‘(등기부 등재 여부를 불문하고) 위반사업자 고위임원 등이 위반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 100분의 10 이내 범위에서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심은 봄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 가중 사유로 ‘이사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 임원의 직접 관여’ 부분과 관련해 등기 이사로 한정하고 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며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법령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의 가중, 감면 사유에 대한 재량준칙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지에 관해 공정위의 재량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한 2심의 결론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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