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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혼모노미타이!" 日 도쿄 이미 매트릭스 사회...VR 놀이기구·성인 VR방 가보니

  • 도쿄=이다비 기자
  • 입력 : 2017.08.07 06:00

    # “악~혼모노미타이(진짜 같아)!”
    7월 21일 오후 6시쯤.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반다이남코의 일본 최대 규모 가상현실(VR) 엔터테인먼트 시설 ‘VR 존 신주쿠(VR ZONE SHINJUKU)’에 들어서자 남녀노소의 즐거운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중간중간 “진짜 같았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는 대화 소리도 들렸다. 그야말로 ‘VR 놀이공원’이었다.

    # “404고데스. 데와, 오타노시미니~(404호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7월 22일 오후 12시.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성인용 VR방 ‘SOD VR’에 들어서자 5분도 안돼 일본인 남성 5명이 연달아 들어왔다. 이날 본 방문객 대다수는 ‘성인용 VR 1시간’을 주문했다. SOD VR 직원은 기자에게 “방 하나당 한 명이 들어가서 VR을 감상할 수 있다”며 한글로 된 이용설명서와 USB 잠금키, VR 금고 비밀번호, 남성용 자위기구, 물티슈를 건네줬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성인물을 기반으로 VR 대중화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다. VR 시장에서 게임과 비디오 콘텐츠가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일본 도쿄 한복판에 VR 놀이공원과 성인VR방이 속속 문을 열었다.

     VR 존 신주쿠 외관(위)과 SOD VR 외관(아래) / 도쿄=이다비 기자
    VR 존 신주쿠 외관(위)과 SOD VR 외관(아래) / 도쿄=이다비 기자
    ◆ 7월 개장한 ‘따끈한’ VR 존 신주쿠…"가상세계인 걸 잊고 ‘악’ 소리 지르기도"

    신주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약 1100평(약 3600m2) 규모로 지어진 VR 존 신주쿠의 회색 건물이 나온다. VR 존 신주쿠는 VR 게임 시설 15종 외에도 놀이기구와 해변을 재현한 가상 리조트, 식사 공간, 기념품 공간 등이 설치돼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 7월 21일 국내에서는 최초로 VR 존 신주쿠를 가봤다. VR 존 신주쿠는 7월 14일 개장한 ‘따끈한’ VR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개장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된 날이었지만, 입장 인원이 다 차서 입장이 마감된 시간대도 많았다. 또 인기 있는 VR 놀이기구를 타려면 15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입장은 정해진 시간별로 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입장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VR 존 신주쿠에서는 4400엔(약 4만4000원)인 ‘1데이4(1day4) 티켓’을 추천한다. 15개의 VR 게임에는 게임별로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존이 구분돼있는데, 이 티켓을 구입하면 색별로 하나씩 총 4개의 게임을 탈 수 있다.

     VR 존 신주쿠 앱 화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앱 메인화면, 1day4 티켓 화면, 빨강 존, 초록 존, 노랑 존, 파랑 존 화면. / 이다비 기자
    VR 존 신주쿠 앱 화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앱 메인화면, 1day4 티켓 화면, 빨강 존, 초록 존, 노랑 존, 파랑 존 화면. / 이다비 기자
    이날 직원에게 색깔별 인기 있는 VR 놀이기구를 추천받았다. 노랑 존에서는 ‘마리오 카트 아케이드 그랑프리 VR(ARCADE GP VR)’, 파랑 존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VR 더 쓰론 오브 소울(The Throne of Souls)', 빨강 존에서는 ‘하네챠리(Winged Bicycle)’, 초록 존에서는 ‘스키 로데오(Ski Rodeo)’를 타봤다. 직원은 “이 중 마리오 카트와 신세기 에반게리온 VR 게임이 제일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드래곤볼 VR 마스터 더 카메하메하(Master the Kamehameha)',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스텔스 하운드(Stealth Hounds)' 등이 있다.

    VR 존 신주쿠는 HTC의 바이브(VIVE)를 사용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화질과 음향 등은 만족스러웠다. 음향과 바람, 게임 시설 모양까지 게임에 최적화해 몰입감을 높였다. 가령 신세기 에반게리온 게임은 전투기 모양을 하고 있으며, 스키 게임은 스키와 스키 폴을 모두 재현했다.

    탑승했던 게임 중 마리오 카트 게임과 공중 자전거 하네챠리가 기억에 남는다. ‘다른 세상에 있다가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같이 온 친구들끼리도 나란히 앉아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많았다.

     마리오 카트를 즐기고 있는 이용자들(위)과 하네챠리를 타고 있는 이용자들(아래). / 도쿄=이다비 기자
    마리오 카트를 즐기고 있는 이용자들(위)과 하네챠리를 타고 있는 이용자들(아래). / 도쿄=이다비 기자
    마리오 카트 탑승자들은 이리 저리로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젓는데, 아이템 때문이다. 마리오 카트는 손에 컨트롤러를 착용해 달리는 도중에 바나나나 거북이, 뿅망치 등을 손으로 직접 잡아 상대방 주행을 방해할 수 있다. VR 게임기 앞에 바람이 나오는 곳도 있어, 정말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달리는 기분이 든다. 카트가 충돌하거나 석문(石門)에 부딪힐 때면 VR 게임인 것도 잊고 눈을 질끈 감고 ‘악’ 소리를 내뱉게 된다. 탑승시간은 5분이다.

    하네챠리는 폭포와 절벽을 공중 자전거로 요리조리 피하며 경치를 구경하는 VR 게임이다. 같이 게임을 한 일본인이 “높아서 무섭다” “거짓말!”이라고 소리 지를 정도로 ‘공중’이란 것이 실감 났다. 호러 게임을 제외하고 일반 VR 게임에서 ‘악’ 소리가 많이 나온 게임이 아닐까 싶다. 중간중간 바람이 거세서 공중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구간이 나오는데, 실제 게임기 앞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도 세져 이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서 진땀을 뺐다. 탑승이 끝나자 다리랑 팔이 뻐근할 정도였지만, VR 세상 속 아름다운 폭포 경치에 머리까지 시원해졌다.

    VR 존 신주쿠 관계자는 “입소문을 타고 하루에 700~800명 정도 온다”며 “앞으로 (방문자 수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VR 존 신주쿠에서 만난 가와시마 미사키(여·20)씨는 “VR 존 신주쿠는 일본 20대, 30대 젊은이들에게 매우 유명하다”며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도 많고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 성인용 VR방 ‘SOD VR’, 장점도 몰입감 단점도 몰입감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 역에서 도보로 3분 가량 떨어진 ‘SOD VR’이라는 곳도 다녀왔다. 이 곳은 한국에서 ‘우동’이라고 불리는 ‘VR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는 곳으로 알려진 곳으로 역시 올 1월 문을 신흥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빨간색과 하얀색, 검은색이 섞인 간판 우측 하단에는 ‘당신이 겪어보지 못한 영상 체험’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보통 2~4시간 줄을 선다고 들었지만 기자가 방문한 7월 22일 점심에는 줄을 서지 않고도 들어갔다. SOD VR에서 여자를 처음 봤는지, 기자를 보고 당황한 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남성 고객도 있었다.

     SOD VR 개인방 내부 / 도쿄=이다비 기자
    SOD VR 개인방 내부 / 도쿄=이다비 기자
    SOD VR에서는 VR영상 외에 SOD가 만든 DVD 영상도 골라 감상할 수 있지만 단연 인기는 VR 영상이다. 가격은 ‘60분+남성용 자위기구 제공’에 1500엔, ‘90분+남성용 자위기구 제공 안 함’에 2000엔, ‘2시간+남성용 자위기구 제공’에 2500엔이다.
    외국인은 생년월일과 여권 확인과 손바닥 스캔 과정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다. SOD VR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총 40여개 방이 있으며, 4층에는 샤워실과 세탁실도 있다. 4층까지 올라가는 중 퇴실하는 몇몇 손님과 마주쳤다. 둘 다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SOD VR은 1인용 DVD방이다. 아늑하고 쾌적한 편이었다. 침대식 소파에 누워 한 손을 뻗으면 VR과 컴퓨터, 각 티슈, 리모컨 등을 잡을 수 있었다. USB 키로 컴퓨터 잠금을 풀고, 비밀번호를 금고에 맞추면 VR 헤드셋을 꺼낼 수 있다. 이후 컴퓨터에 접속해 ‘SOD VR’(2D)과 ‘SOD 3D VR’을 선택해 볼 수 있다.

     VR 영상 재생 화면 / 도쿄=이다비 기자
    VR 영상 재생 화면 / 도쿄=이다비 기자
    일본에서 소위 ‘노모(모자이크가 없는 동영상을 이르는 말)’는 불법이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동영상은 모자이크가 표시된 채로 제공된다. 간호사, 학생 컨셉의 동영상이 많다. VR 영상은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1인칭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남자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거나 앉아서 여자를 본다.

    VR 영상인 만큼 일반 PC 성인용 동영상보다 몰입감이 강했다. 우선 VR 헤드셋을 착용함으로써 1인용 크기인 VR방 공간에 ‘나와 그녀’ 둘(또는 셋, 넷인 영상도 있다)뿐만인 기분이 든다.

    영상 여자 배우들은 남자(고객)에게 “기분이 좋다” “여기가 좋냐” 등의 말을 걸어온다. 정말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 귓속말을 하는 영상도 있다. 여자 두명이 등장하는 동영상에서 서로 자기를 택해달라고 귓속말을 쉴새 없이 하는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여자인 기자가 ‘누굴 골라야 하나’ 싶을 정도로 서로 투닥거라고 귓속말을 해댔다.

    그러나 ‘가상 애인’ 정도의 몰입감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이 클 가능성이 높다. 결정적으로 VR 화질이 안 좋았다. 비치된 VR 헤드셋은 중국 파이맥스에서 개발한 'PIMAX 4K VR'이다. 분명히 VR 헤드셋에 4K(UHD) 해상도를 지원한다고 써 있는데, 믿기지 않는다.

     중국 파이맥스의 4K 지원 VR 헤드셋 ‘PIMAX 4K VR’. 뒤로 보이는 건 VR 금고. / 도쿄=이다비 기자
    중국 파이맥스의 4K 지원 VR 헤드셋 ‘PIMAX 4K VR’. 뒤로 보이는 건 VR 금고. / 도쿄=이다비 기자
    3D VR 영상에서는 3D가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아 초점이 흐려진다. 여자 배우가 귓속말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대면 순간 여자 배우의 얼굴이 2개로 갈라진다. 또 성인용 동영상 특성상 원하는 부분만 넘겨보는 이용자가 많은데, VR 헤드셋을 쓰니 헤드셋을 벗고 PC로 가서 동영상을 넘기고 다시 써야 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몰입을 방해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인용 VR 콘텐츠에 관한 윤리적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의 VR 성인물 제작사 ‘VR 뱅어스’가 만든 광고 ‘가상현실로 당신의 아내와 바람 피우기(Cheating On Your Wife In VR)’가 논란이 됐다.

    이 광고에서는 “평생 같은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들에게 법 테두리 안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방법을 소개한다”며 자사의 제품을 홍보했다. 이에 뉴욕포스트는 “VR이 당신의 결혼 생활을 도와줄지, 이혼의 근거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로라 베르만(Laura Berman) 성 심리치료학자이자 노스웨스턴 의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VR 기술로 사람들은 더욱 안전하고 적극적인 성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성중독이 증가하거나 파트너와의 감정적인 연결이 줄어들 안 좋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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