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정책 키맨에게 묻다]② 정무위 김종석 "최저임금 인상, 빈곤층 아닌 중산층 위한 정책"

  • 이현승 기자
  • 유병훈 기자
  • 입력 : 2017.08.06 09:46

    “기업들 내년부터 신규 채용 줄일 것”
    “상위 10% 정규직 보호장치 풀어야”
    “공정위, 내부거래조사 월권남용 심각”

    정부는 지난 2일 서울 전 지역과 세종시를 부동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내년 4월부터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초(超)고소득층과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세제 개편안도 내놨다.

    김종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전형적인 좌파의 시장 개입주의”라고 평가했다. / 이덕훈 기자
    김종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전형적인 좌파의 시장 개입주의”라고 평가했다. / 이덕훈 기자
    이날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형적인 좌파의 시장 개입주의"라고 딱 잘라 말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 교수는 "정부가 신경써야 할 것은 서민 주거복지다.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의 주거 문제에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산업 제1본부장을 맡아 경제 관련 공약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홍 후보는 '작은 정부·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 ▲기업 규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일자리 창출하거나 비정규직 줄이는 기업에 조세감면 확대 등을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고 묻자, 김 의원은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려서 경제가 살아난 적이 없다"면서 "고용절벽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과 국내 고용시장 특유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들은 향후 3~4년 간 신규 채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빈곤층이 아닌 중산층이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되고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최저임금 적용 대상의 근로자의 63%가 중산층 이상 계층으로, 이들은 주로 가구의 주소득원이 아니라 부업 개념의 2,3차 소득원으로 파악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은 빈곤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내 경제학 전공생의 입문서인 '맨큐의 경제학' 번역자이기도 하다. 지난 30여년 간 경제학자로서 대학교 강단에 서기도 했던 그는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다가 "칠판이 있었다면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 “일자리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 줘야…지금 상태론 고용절벽 온다”

    김종석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 이덕한 기자
    김종석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 이덕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걱정이 많다. 임금을 올리고 규제 강화하고 세금을 인상해서 경제가 살아난 적이 없다. 경제를 망치는 행동만 골라서 하고 있다. 가만 있어도 본전인데 일부러 일자리를 줄이고 성장률을 낮출 만한 일만 하고 있다. 생각 보다 빨리 고용절벽이 올 것 같다."

    ―정부는 소득 재분배 여건이 너무 안 좋으니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서 소비를 많이 할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인데, 방향이 틀렸다는 건가.
    "임금을 인상한다는 건 일자리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과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진다. 또 임금은 생산비용이어서 기업은 산출물 가격에 전가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소비 확대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넘어설 것이다. 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성장할 것이란 주장은 수학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

    자유한국당은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더 주자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도 많다. 굳이 임금을 올리지 않고 감독을 강화하는 것 만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나.
    "최저임금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올리면 마치 사람들이 법을 다 지킬 것으로 생각하는데, 한계선에 있는 기업은 망하거나 법을 어기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할 것이다. 최저임금 준수율이 많이 떨어지고 결국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KDI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63%가 중산층이었고 빈곤층은 3분의1 밖에 안 됐다. 주부나 학생 등 2,3차 소득원이 많은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중산층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결국 정부는 최저임금을 못 받는 320만명의 근로자 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어쨌든 소득 격차는 줄여야 하지 않나. 소득 재분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소득 재분배 지표가 악화되다가 이명박 정부 첫 해를 제외하고 박근혜 대통령 때까지 8년 간 계속 개선되고 있었다. 지니계수(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와 소득 5분위 배율(처분가능소득 기준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것) 모두 좋아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기초수당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극화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좌파는 격차를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해 부자에게 돈을 뺏어서 빈자에게 주자는 것이고, 우파는 빈곤 해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렇다면 빈곤 해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나.
    "맞춤형 복지가 답이다.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같은 절대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 회사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육아수당 30만원 주고 그러면 재정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약화 된다. 자유한국당이 보편복지를 거부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왜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까지 국가가 도와야 하나. 우선순위가 있다. 지난 8년 간 맞춤형 복지를 해왔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처럼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면 소득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빈곤층은 어려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경제에 부작용을 준다는 것인데, 어떤 경제지표에서 그런 신호가 가장 먼저 나타날까.
    "내년부터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확 줄일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앞으로 3~4년 간 아마 사람을 새로 뽑지 못할 것이다. 비정규직 입장에선 좋지만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잡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일자리 가진 사람에 대한 보호가 심해질 수록 고용시장은 경직된다."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해야 되나.
    "포장마차든 삼성전자든 일감이 늘어나면 사람을 더 쓰는게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감이 늘어도 이미 고용된 사람들의 근로시간만 늘어나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근로자들도 이제 야근, 주말근무 수당이 소득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소극적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첫 단추는 기업이 경기 순환에 따라 고용을 자유롭게 조정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게 바로 노동 유연성이다. 노동조합에선 싫어한다.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는데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니 황당하다."

    ―기업들이 고용, 투자를 적극 늘리려면 정부와 국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규제를 풀어야 한다.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핀테크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간다. 세계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인프라가 한국이 1위라고 하는데, ICT를 이용한 금융은 뒤진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부터 규제를 완화하려고 애썼는데 당시 야당에서 의료 민영화, 재벌 봐주기라고 하면서 막았다. 정무위 최대 현안이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다. 케이뱅크는 대출한도를 거의 소진했는데 증자를 못하고 있다. 얼마전 시작한 카카오뱅크도 같은 상황에 처해질 것이다."

    ◆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 때문에 기업들, 근로시간 늘리거나 외국인 채용”

    김종석 의원은 “상위 10%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호 장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덕한 기자
    김종석 의원은 “상위 10%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호 장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덕한 기자
    ―현재 노동시장의 비효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근로자 간 이중구조를 깨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상위 10%는 강성 대형 노조에 가입되어있고 나머지 90%는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한 중소기업 근로자다. 이들 간 격차가 너무 커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고소득을 받으며 각종 혜택을 누리는 상위 근로자에 대한 경직적 보호를 유연하게 해주면 기업들이 사람을 뽑을 것이다."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는 건가.
    "불편한 진실이다. 정치적 리더십으로 풀어야 한다.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양보해서 강력한 고용 보호 장치를 좀 풀면, 기업도 사람을 더 고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여건이 안되니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외국인을 쓴다."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비효율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한 적이 있다.
    "글로벌한 현상이고 학문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한국 공무원들의 처우가 다른 나라보다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대졸자가 어디로 취업하고 싶어하느냐를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초과 공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시족(族)이란 단어까지 생기지 않았나. 공무원이 신의 직장이 됐는데, 그게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건 세금이 그만큼 제값을 못하고 있다는 표현 아닌가."

    ―정부가 편성한 추경이 너무 연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박근혜 정부 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가뭄 등 자연재해 때문에 추경을 했는데 이번 추경은 뜬금 없었다. 공무원 고용이 추경을 할 만한 일인가 해서 예산을 많이 줄였다.

    정기국회 때 예산심의가 더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어마어마한 팽창 예산을 할 것이다. 재정지출 증가율이 보통 3.5%인데 7%까지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나.

    공공 부문에선 예산 집행 비효율이 상당히 많다. 정부 조직은 효율성에 관심이 없다. 어느나라든 공기업, 공단, 공사는 그 나라 경제의 장애 요인이다. 중국도 시장화 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한 게 국영기업 개혁이다. 우리나라도 공기업 부채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이번 정부는 안 그래도 비효율 덩어리인 공공기관을 더 편한 신의 직장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에서 소득세, 법인세율을 인상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정략적이다. 증세 해봐야 3조8000억원이 더 들어오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이 178조원이다. 어림도 없다. 이번 세법 개정안을 계기로 증세라는 판도라의 상자 열린 게 아닌가 싶다."

    ―근로소득자 47%가 세금을 안 내는데,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보나.
    "그게 맞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경제개혁연대에 있을 때 소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최소한 1만원은 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다."

    ―올해 정무위 국감 때는 어떤 질의를 주요 할 것인가.
    "공정위에서 하는 내부거래조사에 위법성이 있다고 본다. 연 매출이 조 단위인 회사한테 100만원 이상 모든 거래내역을 제출하라고 한다던가 2014년부터 거래를 시작한 회사한테 2002년 자료부터 내라고 한다던가 하는 갑질을 해왔다. 국세청은 자료요구나 현장조사 규정이 있는데 공정위는 없다."

    ―지금까지의 의정활동에 점수를 매긴다면.
    "4년 임기인 국회의원 활동이 꼭 대학생활 같다. 지난 1년 간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서 익숙해지고 배우는 기간이었다. A 학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신입생으로서의 실적은 아직 좀 아쉬워서 B 학점을 주고 싶다."

    ―앞으로 던지고 싶은 새로운 화두가 있나.
    "이제는 정당 간 정책대결을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지지율을 잃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더 미래지향적이라고 본다. 가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내 블로그에 '김종석이 지향하는 경제는 창의와 활력 넘치는 경제'라고 써 놨다. 민간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생업에 종사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국가가 책임진다'고 써 있었는데 충격을 받았다. 국가의 도움 없이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경제를 지향한다."

    ―정당에 상관없이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의원은 누군가.
    "작년 총선, 올해 대선 때 공개토론을 하면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과 정이 많이 들었다. 세 명 모두 정무위 소속이다. 채이배 의원은 같이 일할 만한 실력을 가졌고 생각이 깊고 대화도 잘 된다."

    ◆ 김종석 의원은…보수 진영 대표 경제학자 출신 자유한국당 정책통

    1955년생인 김종석 의원은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규제 완화에 관심이 커 1993년 경제기획원 경제행정규제완화 실무위원으로 일했고 2003년 서울시 규제개혁위원으로 근무했다. 지난 2004년 한국규제학회 2대 회장을 지냈다.

    이후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한국경제연구원장, 홍익대 경영대 학장 등을 거쳤고 2012년 18대 대선 당시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 멘토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부터 1년3개월 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재직했다.

    김 의원은 8~10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김세배 의원의 장남이다.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처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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