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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현장답사] 모트렉스, 오퍼상으로 돈벌어 차 전자부품 개발

  • 연지연 기자
  • 입력 : 2017.08.04 06:00

    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모트렉스의 이형환 대표는 현대차 구매팀 직원에서 오퍼상(Offer商, 무역중개상)으로, 오퍼상에서 자동차 전자부품회사 대표로 두 번이나 변신에 성공한 사나이다. 현대차에서 일하다가 나온 사람은 얽히고설킨 회사 인맥을 토대로 전통적인 차부품 사업을 한다는 편견도 깼다. 이 대표가 창업한 모트렉스는 네비게이션·오디오·DVD를 만들어 출고 직후 자동차에 장착하는 일을 주로 한다. 자동차 부품이긴 하지만 IT기술이 접목된 부품이다. 최근엔 변화에 발맞춰 네비게이션에 더 많은 기술을 버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상장을 앞둔 모트렉스 앞엔 거창한 ‘4차 산업혁명’이란 문구가 따라붙지만 처음부터 4차 산업혁명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맞보증과 언제든 회사에서 잘릴 수 있다는 IMF시대의 상황이 사업의 단초를 마련해줬다.

    “맞보증이라고 아시려나요? 그때는 맞보증이 많았어요. 그게 일종의 인간관계 척도였어요. 사람을 좋아해서 보증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었죠. 1998년 IMF가 몰아닥쳤을 때 우리팀 15명 중에 7명이 나갔어요. 다행히 나는 살아남았지만, 그때 처음으로 내가 보증섰던 금액을 쭉 계산을 해봤죠. 10년, 20년 회사에 있어도 답이 안 나오더라구요. 보증 섰던 것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사업을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죠.”

    적어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은 확실했다. 그래도 어떤 사람은 그저 그렇게 회사생활을 해나갔겠지만 이형환 대표는 달랐다.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준비했다. 사람들을 두루 만나며 사업할 때 어려운 점도 귀담아듣고, 현재 경쟁상황도 체크했다.

    이형호 모트렉스 대표이사/연지연 기자
    이형호 모트렉스 대표이사/연지연 기자
    “IMF 때 현대차를 나갔던 사람들 대부분이 오퍼상을 했어요. 비공식 집계로 했을 때 1000명 정도가 오퍼상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2~3년 지나니까 다들 업종변경하거나 경력을 살려서 다른 회사로 들어가거나 했더라구요. 남은 사람이 얼마 없었어요. 이제 나도 오퍼상을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모트렉스는 2001년 성수동의 작은 사무실로 출발했다. 시작은 500만원, 여직원 한명을 둔 채였다.

    ◆ “미스터 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싱가포르에서 만난 귀인

    자동차 공조부문의 AS(애프터서비스) 부품을 사업 첫 아이템을 잡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 대표가 ‘가장 잘 아는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986년 바로 현대차 구매팀에 취직했다. 10년 넘게 구매팀에 있으면서 공조 AS부품 구매를 주로 담당했다.

    잘 아는 분야였지만 사업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서였다. 이 대표는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물품 찾아서 선적해서 바로 보내고 정신없었어요. 돈 받고 돈 보내주고 빠듯하게 움직였죠. 그게 잘못됐으면 사기꾼이 됐을 거예요. 운이 좋았죠”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잔뼈 굵은 화교 상인도 그에게 도움이 됐다. 그는 싱가포르 상인을 인생 일대의 귀인이라고 칭했다.

    “그 사람이 공장을 보여줬는데, 1층부터 4층까지 공조 부품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어요. 눈이 휘둥그레졌죠. 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제품인데, 나도 당신에게 공급할 수 있겠느냐고. 그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더라구요. ‘미스터 리(Mr. Lee)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 채울수도 있지’.”

    실제로 이 대표는 3년 안에 그 공장을 다 채울 정도로 납품을 했다. 좌충우돌을 오히려 좋게 봐준 바이어들, 그가 일찌감치 직장생활을 한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10년 정도 연배가 높았던 회사 동료들 모두가 그를 도와준 데다 이 대표가 사실상 1인 기업으로 밤낮없이 뛴 결과였다. 이 대표는 초심자(初心者)의 행운도 상당히 따라줬다고 했다.

    “한번은 주문사에서 엄청 급한 부품이라며 연락이 오더라구요. 사업 초창기였고, 무역은 처음이다 보니 신용장도 제대로 안 받고 물건을 보내버렸죠. 그쪽에서 오히려 묻더군요. 부랴부랴 신용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물건이 먼저왔다고. 엄청 고맙긴 했는데, 물건만 보내주고 돈 못받았으면 어쩔 뻔 했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런 어수룩함이 오히려 ‘키워볼 만하다(거래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게 한 것 같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일하다보니 2005년이 되어선 공조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곳은 다 넣는 수준으로 회사가 올라섰다. 그대로 멈춰설 수도 있었다. 회사 직원은 4명이었지만 매출이 2000만불씩 나왔다. 이 대표는 ‘발 뻗고 편히 사는 삶이나 살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 공조 부품업체 넘어서 차량인포테인먼트 업체로

    하지만 이 대표는 다른 선택을 했다. 유통으로는 이제 한계에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자본도 있으니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해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땐, 이 대표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뛰어들었지만 이번엔 기준이 달랐다. 후발주자가 뛰어들 수 있는 곳, 진입장벽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자동으로 신기술이 필요한 쪽을 찾게 됐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네비게이션이었다. 팅크웨어나 아이나비처럼 자동차에 달아서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대표는 부착식 네비게이션 대신 자동차에 장착되어 나오는 네비게이션 시장을 봤다. 남들이 안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차량 장착 네비게이션은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는 상황이었다. 아주 고급사양의 차에 고급 옵션에만 들어가는 네비게이션이라 시장 자체가 크진 않았다. 이 시장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고, 기술 자체도 좋지 못했던 이유다. 호환이 잘 안돼서 제품이 안 돌아가곤 했다. 이 대표는 상황을 바꿔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트렉스가 오디오와 네비게이션 등 차량인포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다.

    2005년부터 기술자를 불러모았고 모트렉스의 힘만으로는 벅차 LG전자와 공동개발에 나섰다. 기술은 만들었지만 한 가지 난관이 남아있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설계부터 배선라인을 좀 바꿔줘야 했다.

    만약 그 때 기술만 개발되고 자동차 회사의 수요가 없었다면 이 대표는 손실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때가 좋았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우리도 이제 고급차를 팔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었다. 중동을 포함한 신흥국 판매 대리점에 열을 올렸다. 고급차를 팔다보니 “현대기아차에도 네비게이션이 차에 장착되어야 한다. 다른 고급 브랜드인 벤츠 같은 차엔 다 있더라”는 소비자 목소리가 많아졌다. 딜러들은 “고급옵션이 없어서 현대기아차의 고급차가 안 팔린다”고 불평했다.

    판매논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할 때였다. 현대기아차도 움직여줬다. 현대기아차는 모트렉스의 기술개발 이야기를 듣더니 배선을 바꿔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대표는 “완성차와 이렇게 공조를 한 사례가 해외에도 많지 않을 겁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에 납품한 차의 인포테인먼트 기기작동이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모트렉스는 2007년 말부터 현대기아차에 PIO(Port Installed Option)방식을 통해 차량 네비게이션을 공급할 수 있었다. PIO방식은 완성차가 출고후 선적에 실리기 전 제품이 장착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과 서유럽,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로 나가는 현대기아차들의 네비게이션 옵션을 거의 모트렉스가 책임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다보니 덩치가 큰 현대기아차가 모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모트렉스는 약 70개국 112개 차종에 공급 중이다. 모트렉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52억 원과 212억원이었다.

    이형호 모트렉스 대표이사/연지연 기자
    이형호 모트렉스 대표이사/연지연 기자
    ◆ “커넥티드카에 네비게이션 진화 필수…상장은 4차산업혁명에 발 맞추기 위해”

    “매일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오늘은 또 무슨 새로운 일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이 대표는 자고나면 신기술이 개발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자고나면 모트렉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우수수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IT 회사들은 날이면 날마다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내고 있고, 자동차 회사도 변화에 발맞추려 움직이고 있다. 이 대표는 모트렉스가 그 틈새에서 역할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본다.

    “모든 정보는 결국 안테나를 통해서 들어옵니다. 계기판은 꽉 차서 더 정보를 표시하기 어려워졌고, 네비게이션 디스플레이로 모든 정보가 들어오죠. 일종의 중앙통제소가 된 겁니다.”

    네비게이션은 이제 단순 네비게이션에 한정되지 않는다. 커넥티드카 시대로 넘어가면서 네비게이션 스크린 자리로 모든 정보가 입력되고 운전자가 이를 참고한다. 현재 모트렉스는 차량과 유무선으로 연결돼 다른 기기들과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인 텔레메틱스를 개발하고 있다. 차량 운행과 경로에 대한 표시를 전면 유리에 투영하여 표시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첨단운전자 보조장치(ADAS)는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

    회사 상장도 이런 맥락에서 결정했다. 네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중앙통제소로 자리하고, IT기술이 점점 발달하는 상황에서 모트렉스의 기술개발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괜히 거액 연봉 주면서 기술자들 모셔가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 있는 인력들도 아주 좋지만, 회사가 커나가는 만큼 기존 인력들도 발맞춰 성장하고, 외부 실력있는 사람들도 들어오고 해야죠. 그러려면 상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상장 조달자금 대부분을 기술개발에 넣을 계획이다. 모트렉스는 상장으로 조달하는 580억원 중 430억원을 기술개발에 쓸 계획이다. 또 50억원은 천안 공장 확장에, 나머지 100억원 정도는 해외 조인트벤처 설립에 들어간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18억8900만원(2017년 1분기 기준)

    ▲주요주주(상장 후 기준): 최대주주 57.6%, 우리사주조합 5.2%, 일반공모 28.5%, IBK캐피털 등 전문투자자 4.8%, 기타 소액주주 3.3%, 상장주선인 의무인수(0.6%)

    ▲주관사(미래에셋대우)가 보는 투자 위험

    - 모트렉스의 제품은 자동차 구매자가 옵션 선택 후 자동차를 인도 받기 전에 자동차에 장착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신차 수요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음. 글로벌 자동차 판매대수는 중국의 성장세 등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신흥국의 경제 불확실성 지속 등의 이슈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모트렉스의 영업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

    - 모트렉스 제품을 글로벌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고 특히 신흥국 위주로 성장해왔음. 선진국 정책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신흥국 시장의 정치불안은 매해 이슈가 되는 부분이고,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신흥국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 발생하면 모트렉스의 영업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모트렉스가 하는 PIO 시장은 독점형태로 완성차업체와의 거래가 중요하고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임. 하지만 OEM 사업을 하며 관련 기술력을 가진 LG전자와 현대모비스의 시장 진입이 가능하고, 만약 공격적으로 진입에 나선다면 시장점유율과 수익이 하락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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