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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치밀한 전략가'라고 상상해봤다

  • 정재형 금융증권부장
  • 입력 : 2017.08.11 06:00

    [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치밀한 전략가'라고 상상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3년내 1만원, 탈원전 등 정책을 숨가쁘게 몰아부쳤다. 북한이 계속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너무 많은 비판과 반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공약이니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해보지도 않고 실제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이론만 갖다대느냐” 등이 정부 입장인 듯하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는 한번도 좌파적 정책을 실행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복지나 환경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좌파적 정책을 실행했다. 그 결과는 199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제3의 길’이다. 각국의 정도는 다르지만 좌파, 우파 모두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여 입장차이를 좁혔다.

    우리나라가 지금 좌파적 정책을 실행해보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그런 주장이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1960~1970년대 미국이나 유럽처럼 고성장시대도 아니기 때문에 분명 부작용이 나올 것이며 그 부작용을 제대로 경험해 봐야 ‘집단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집단 기억으로 남아야 더이상 무리한 좌파적 정책을 실행해보자는 얘기가 안 나올 것이다. 이런 주장이다.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데, 우리 사회를 굳이 실험실에 몰아넣을 필요가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4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 41%의 국민들도 문 대통령의 공약을 전부 다 지지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대표적인 공약 몇 개를 제외하고는 뭐가 공약이었는지도 잘 몰랐다.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뽑은 것은 공약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 때문 아닐까. 아무리 공약이라고 해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듣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가격(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오르면 수요(고용)는 줄어드는 게 상식 아닌가. 아니면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율이 2016년 13.6%에서 더 높아지든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용이 경직적으로 변하면 신규 채용은 어려워지는 게 상식 아닌가. 아니면 인건비 예산이 대폭 늘어나든지.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앞으로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날텐데,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는 게 상식 아닌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 하락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데, 실제 발전단가가 그만큼 낮아졌을 때 탈원전을 추진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나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분석하고 고려하지 않은채, 무리하게 정책들을 밀어부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상상해 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정말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가라고 상상해봤다.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채, 임기 초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대의 초라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자들까지 완전히 등을 돌린 계기가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었다.

    그 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 일단 지지자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실행한다. 오히려 지지자들의 요구를 더 넘어설 정도의 과잉적 정책을 실행한다. ‘최저임금 3년내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5.7%를 올려야 한다. 지난달 결정된 인상률은 16.4%다. 탈원전도 과감하게 선언부터 하고 본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전면 실시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고 상대해주지 않는데도 대화하자고 조른다.

    재정 문제가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을 대거 축소하고 기초연금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폭 확대 등도 추진한다.

    당연히 많은 부작용이 속출한다. 부작용은 가급적이면 빨리 발생해야 한다. 그러면 “지지자들이 하자는 대로 다 했더니,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더라”고 선언한다. 이후 정책을 좀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한다.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는 이유는 만에 하나 미국이 선제타격할 때를 대비해 ‘우리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됐다. 우리는 할만큼 했다’고 해명하기 위해서다. 사드 배치도 처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건 북한이 ICBM의 개발을 완료하고 위협이 현실화됐을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지금은 추가 4기의 연내 배치까지 발표했다.

    이렇게 지지자들을 붙들어 놓고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정책들을 추진해 나간다.

    물론 상상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이나 분위기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1%도 안되는 것 같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봤다.

    제발 이 상상이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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