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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체 폐기물 수입금지…웃는 화학, 우는 제지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08.01 18:28

    ‘쓰레기 수입 대국’ 中 “환경문제 심각” 수입 중단
    화학제품은 수출 증가, 제지업계는 원가 오를 전망

    중국 정부가 폐플라스틱, 폐지 등 고체 폐기물 등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산업별로 희비가 갈리고 있다. 화학업계는 이번 조치로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제지업계는 중국의 혼합폐지 수입 금지가 공급 부족 상태인 폐신문지와 폐골판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올 연말부터 폐플라스틱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발송했다. 궈징(郭敬) 환경부 국제합작국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방침을 발표하고 “불법 업자들이 이윤을 위해 고체 폐기물을 불법 수입하거나 밀수해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강력하게 단속해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로 화학제품 수요 증가”

    중국은 ‘쓰레기 수입 대국’으로 불린다. 최근 10년간 중국이 수입한 고체 폐기물(폐지, 폐플라스틱, 폐금속 등) 총량은 5억톤 이상으로, 연간 수입량은 5000만톤에 달한다. 폐플라스틱의 경우 작년 한해만 세계 수입량의 56%를 차지하는 730만톤을 수입했다. 이는 37억달러(약 4조1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이 수입을 금지한 24종 폐기물 목록. /코트라 제공
    중국이 수입을 금지한 24종 폐기물 목록. /코트라 제공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롯데케미칼(011170), 대한유화(006650)등 화학 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활용된 제품의 수요가 일반 제품의 수요로 전환되면서 폐플라스틱 수입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 화학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현렬 삼성증권(016360)연구원은 “지난해 폐플라스틱 수입량 735만톤 중 PE가 253만톤, PET가 253만톤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며 “작년 중국의 PE수요가 2600만톤이고, 폐PE의 수입규모는 전체 수요의 1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절반만 치환돼도 중국의 수요는 5%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학 제품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됐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008560)연구원은 “중국이 수입하는 중고 PE와 폴리에스터의 규모는 연간 500만톤”이라며 “이 규모가 신규 수요로 전환되면 이들을 원료로 하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 등 폴리머 부문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WTO에 해당 문건을 보낸 지난달 18일 이후 25일까지 7일간 HDPE, 선형 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등 화학 제품의 가격은 각각 톤당 20달러씩 올랐다.

    ◆ 혼합폐지 수입 줄이면 국내 폐신문지·폐골판지 가격 오를 듯

    제지업계는 중국의 이번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폐지는 폐인쇄용지, 폐백판지, 폐신문지, 폐골판지 등 분류가 안된 ‘혼합폐지’다. 중국이 혼합폐지 수입을 줄이면 대체재인 폐신문지(ONP)와 폐골판지(OCC) 수입을 늘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현재도 공급 부족 상태인 국내 ONP와 OCC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종이의 약 80%는 ONP와 OCC로 만들어져 이들 가격이 오르면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OCC 가격은 지난해 8월 ㎏당 140원대에서 지난달 240원대까지 올랐다”며 “중국의 혼합폐지 수입 규제 말이 나오기 시작한 4~5월부터 현지 재활용 업체들은 한국산 OCC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OCC 시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동절기·설 등 계절적 요인 외 해외 수출 급증 등으로 수급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국내 제지업체들의 OCC 재고 유지 기간은 지난해 평균 7일 이상에서 현재 2일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환경 문제로 인한 중국의 대규모 공장 폐쇄로 국내 공급 물량이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는 현재 환경오염원 규제 조치로 ▲연산 5만톤 이하 목재펄프 생산설비 ▲연산 3만4000톤 이하 비목재펄프 생산설비 ▲연산 1만톤 이하 골판지원지 생산설비 ▲연산 5만톤 이하 신문용지 생산 설비 ▲지폭 1.76m 이하 인쇄용지 생산설비 ▲지폭 2m 또는 설계 속도 80m/분 이하 골판지원지 및 백판지 생산설비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수급은 추석까지 타이트할 전망”이라며 “지난해 국내 전체 종이 생산량 1160만여톤 중 78%가량이 폐지를 원료로 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이번 혼합폐지 수입 금지 조치가 앞으로 국내 업체들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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