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건강보험 적용 NGS 유전자 검사, 가뭄에 콩 나듯 이용..."연말 되면 분위기 달라질 듯"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7.07.28 12:09

    암 환자 아버지를 둔 A씨는 각종 치료법을 찾아보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의 유전자 패널 검사를 알게 됐다. 올해부터 정부가 NGS 유전자 검사에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대병원 측에 검사를 문의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정부로부터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공식 기관 중 하나이지만 아직 NGS 유전자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아직도 준비 상황이며 조만간 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밀의학 시대의 총아(寵兒)로 꼽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에 대한 건강보험이 3월부터 적용됐지만, 각종 규제와 홍보 및 준비 부족으로 활용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건강보험 적용 이후 3월에서 5월까지 NGS기반 유전자 패널검사를 이용한 암 진단 진료비 청구 건수는 총 51건에 불과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3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해서 기관들이 바로 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청구 건수는 올해 연말 쯤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진료비 청구 및 심사 기간이 최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확한 통계가 잡히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 조선DB
    ◆ 정부, 3월부터 암·희귀질환자에게 NGS 건보 적용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는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고속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면 질병에 대한 세부 진단을 내릴 수 있고 맞춤형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어 환자 개인별 맞춤 의료, 즉 정밀의학 실현의 핵심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암 환자와 희귀질환자의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 질환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포함된 질환은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난소암, 흑색종을 비롯한 고형암 10종, 혈액암 6종, 유전질환 3종 등을 포함한 기타 유전질환이다.

    원래 NGS 유전자 패널 검사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마다 제각각 달랐으며 검사비용은 약 70만~90만원으로 모두 본인부담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환자의 개인 부담은 약 45만~66만원 선이다.

    보건복지부는 NGS 검사 장비와 인력을 갖춘 22개 기관을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기관’ 으로 승인하고, 신고된 항목에 대한 검사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고형암·혈액암·유전질환 등 3가지 검사를 모두 할 수 있는 기관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8개 대학병원과 진단·검사 전문기관인 랩지노믹스진단검사의학과의원, 서울의과학연구소부설 용인의원, 이원의료재단 이원의원 등 3곳 등 11곳이다.

    또 1~2가지 검사만을 신청해 승인받은 기관은 고대 구로·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길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녹십자의료재단 녹십자의원, 국립암센터·분당차병원·삼광의료재단 삼광의원 등 11곳이다.

    ◆ 아직 이용 환자 적은 이유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랩지노믹스진단검사의학과의원 등 유전자 패널 검사 기관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 이후 NGS 유전자 패널 검사 사례가 늘고 있으나 활성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서류 문제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요양기관별로 갖춰야 하는 요건이 있어서 일부 서류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NGS 유전자 패널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조만간 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행 NGS 검사 기관 승인 제도는 검사 기관이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하고, 검사 수탁도 승인을 받은 기관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대형병원에 비해 장비와 인력 구비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중소병원의 경우 검사를 시행하거나 수탁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중소병원 소속 김 모 실장은 “현행 규정대로라면 검사를 하기 위해서 장비를 사야하고 인력도 늘려야하는데 사실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쉽지가 않다”면서 “일선 병원들도 정밀의료의 한 축인 유전자 패널 검사를 보다 쉽게 수탁기관에 의뢰하거나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비수도권 소재 대학병원들의 경우 정부가 시행 공고한 후 일선 기관들이 충분히 논의할 만큼의 시간을 주지 않고 성급하게 시행하는 바람에 수도권 소재 병원 위주로 승인이 났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암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T세포들(노란색). 최근 암세포에만 있는 항원을 찾도록 T세포에 유전자를 추가해 ‘살아있는 약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Gettyimages 이매진스
    ◆ 정부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건보 적용 빠른 편"

    정부는 “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 뿐”이라며 “한국은 선별급여를 통해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제도권 내에 빠르게 진입시킨 편"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공보험에서 비용 효과성이 높은 일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 공보험(CMS)에서도 5~100개 정도의 유전자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건강보험은 어느 정도 의학적 근거가 확보된 항목들 위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맞춤형 항암제 선택에 필요성이 입증돼 FDA 허가를 받은 유전자 검사도 32종에 불과해 수백 종의 유전자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비급여 항목인 로봇수술만해도 병원에서 처음부터 이용율이 높았던 게 아니다”라면서 “2~3년 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 업체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건보 적용 전보다는 이용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건보 적용 초기에는 잠잠했지만 6월 들어서는 NGS 유전자패널 검사 시행 건수가 50건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NGS 건보 적용이 좀더 알려진 하반기부터는 전반적으로 검사 건수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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