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서비스 · 유통

도서관을 품은 호텔들

  • 이혜운 기자

  • 입력 : 2017.07.25 03:00

    호텔 힐튼부산 들어선 리조트엔 2만여권 진열된 대형서점 있어
    롤링힐스호텔선 책 대여 서비스, 해비치호텔제주선 어린이 도서관
    제주신라호텔선 전자도서관 운영… 라운지·객실을 서재로 꾸미기도

    "엄마는 무슨 책 읽는 거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급 리조트 단지 아난티코브 중심부에 있는 서점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영원한 여행)'에 들어서자 리조트에 놀러 온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송다현(34)씨는 "리조트 안에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서점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오고 가며 책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난티 타운은 카페·레스토랑·꽃집 등 다양한 상업 시설이 모여 있는 아난티 코브의 상업시설지구이다. 아난티 타운 한가운데에는 1855㎡(약 562평) 규모의 서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이사는 "서점이 죽어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책이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서점 간판에 '영혼 치료소(soul clinic)'라고 적었다"며 "주변에서는 '돈 안 되는' 시설이라며 반대가 컸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아 하루 400여만원의 책이 팔린다"고 말했다.

    (사진 위)부산 기장에 있는 고급 리조트 단지 ‘아난티코브’ 한가운데에 있는 서점 ‘이터널 저니’에서 고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가운데)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1층 바앤라운지는 최근 공사를 통해 한쪽 벽을 책으로 채워 도서관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사진 아래)경기도 화성에 있는 롤링힐스호텔 1층 로비에 비치된 대여용 책들.
    (사진 위)부산 기장에 있는 고급 리조트 단지 ‘아난티코브’ 한가운데에 있는 서점 ‘이터널 저니’에서 고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가운데)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1층 바앤라운지는 최근 공사를 통해 한쪽 벽을 책으로 채워 도서관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사진 아래)경기도 화성에 있는 롤링힐스호텔 1층 로비에 비치된 대여용 책들. /김종호 기자·웨스틴조선호텔·롤링힐스호텔
    약 2만여권의 책이 있는 '이터널 저니'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다. 이 서점에는 베스트셀러와 신간 서적 코너, 도서 검색대가 없다. 대신 윤동주, 제인 오스틴, 마르셀 뒤샹 등 작가별 코너와 고독, 페미니즘, 어른 그림책 등의 주제로 나뉜 추천 도서가 진열돼 있다.

    아난티코브에 있는 호텔 힐튼부산아난티오너스클럽 등의 시설을 구성하는 핵심 인테리어 소품도 5500여권의 '책'이다. 보통 호텔 객실 안에는 성경책과 잡지 정도만 있는데 이곳 객실에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 20여권이 놓여 있다. 김민경(38)씨는 "요즘에는 아이들도 책을 보기 힘든데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지고 펼쳐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리조트와 다른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책 빌려주는 호텔

    도서관을 품은 호텔 정리 표
    최근 호텔·리조트 등이 책 대여 서비스를 도입하고, 공간을 책으로 꾸미면서 '도서관'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롤링힐스호텔은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책 대여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호텔 1층 로비 라운지에 닥터지바고, 그림 동화, 이방인 등 휴가철에 읽기 좋은 소설책과 한국외대 지식출판원에서 출판한 인문학 도서를 비치해뒀다. 호텔 투숙객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도서를 대여할 수 있으며, 체크아웃 전에만 반납하면 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제주는 리조트 1층에 약 100평 규모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의 전문가가 고른 어린이 도서 3000여권이 진열돼 있으며 13세 이하의 어린이를 동반한 숙박 고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도서도 준비돼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올여름부터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손잡고 도서 500여권을 담은 전자책을 숙박 고객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것이다. 문석준 제주신라호텔 과장은 "호텔 '라운지S'와 아이들 놀이 공간인 '키즈아일랜드', 캠핑장인 '글램핑장', 수영장인 '어덜트풀 카바나' 고객은 모두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호텔 내 도서관 인테리어

    최근 개보수 공사를 끝낸 호텔들이 라운지나 객실을 서재로 꾸미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재공사 후 문을 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1층의 '바앤라운지'는 한쪽 벽을 책으로 채워 도서관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바앤라운지는 대한제국시대 제단인 환구단 옆에 있어 103년 된 조선호텔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박상훈 지배인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내년 8월까지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신관도 회원 전용 공간인 '클럽라운지'를 책을 이용해 유럽 도서관이나 대저택의 서재 같은 분위기로 꾸밀 계획이다. 김정환 롯데호텔 대표이사는 "이 같은 인테리어 작업을 포시즌스 카사블랑카·월도프아스토리아암스테르담 등을 디자인한 영국의 더G.A그룹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