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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톡톡] 다시 수세에 몰린 SK하이닉스, 日 여론전 타개할 비책 있나

  • 황민규 기자
  • 입력 : 2017.07.17 16:39 | 수정 : 2017.07.17 17:45

    도시바, 뒤늦게 하이닉스 지분 문제 부각시켜 ‘여론전’
    SK하이닉스를 ‘딜 브레이커'로 만들 우려까지
    “일본 정부와 빅딜, 혹은 협상 늦춰 도시바 운신의 폭 제한해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과 관련해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차 입찰 막판에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가 주도하는 미·일연합에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이 합류했고,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합니다. 하지만 막상 협상에 돌입하자 도시바와 일본 언론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협상장을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도시바 본사./ 블룸버그 제공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도시바 본사./ 블룸버그 제공
    SK하이닉스(000660)는 베인캐피탈에 융자하는 형태로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전면에 나설 경우 일본 여론의 반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융자금은 추후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입니다. 일본의 INCJ와 도시바는 이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사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인수와 의결권 확보 가능성을 전하며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16일 지지통신은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포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보도하며 SK하이닉스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도시바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 웨스턴디지털, 대만 홍하이 그룹과 교섭을 재개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일본 언론사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루머들은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가 '딜 브레이커(Deal-Breaker·협상결렬요인)'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일본 INCJ는 상황을 관망하며 SK하이닉스가 가급적이면 의결권을 양보해 주길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일본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INCJ 입장에서도 일본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자존심인 도시바 매각을 최대한 일본의 이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싶어합니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대로 5조원대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면서도 도시바의 지분과 의결권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다면 투자 대비 성과가 적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한국 기업의 경쟁자인 도시바 재건에 힘을 보태고 실질적으로 이득을 거두지 못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분 인수를 놓고) 계속 논의중"이라며 의결권 포기설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 제공
    일본 여론과 일본 전자업계는 한국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한때 일본이 자랑해온 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패권이 한국 기업에 넘어가자, 일본인들은 ‘한국 기업이 우리 기술을 베꼈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SK그룹 차원에서 일본 정부와 '빅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SK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일본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히거나,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작법인 설립 등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SK하이닉스가 막판 여론전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도시바로서는 내년 상반기 내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데, 중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현재 한·미·일 연합보다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할 기업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SK하이닉스를 대신해 5조원대의 투자금을 들고 한·미·일 연합에 합류할 기업은 홍하이그룹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며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도시바, INCJ에게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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