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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닥 시총 2위 '기대주'의 실망스러운 간담회

  • 전준범 금융증권부 증권팀 기자
  • 입력 : 2017.07.17 11:34 | 수정 : 2017.07.17 13:24

    [기자수첩] 코스닥 시총 2위 '기대주'의 실망스러운 간담회
    “아이고,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죄송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김만훈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가 리모컨으로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넘기려고 했으나 노트북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당황한 김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사과하며 눈빛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며 노트북을 교체하고 재부팅했다. 하지만 얼음처럼 굳은 PPT 첫 화면은 뒷장으로 넘어갈 생각을 안했다.

    이날 행사는 오는 28일 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 후의 전략을 대외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기기 오류로 시작부터 삐걱거린 간담회는 20여분간 지연되다가 결국 현장에서 배포된 인쇄물을 김 대표와 함께 보면서 발표를 듣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미숙함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김 대표의 발표가 끝난 후 회사 측은 자신들이 야기한 시간 지연을 이유로 질의응답 과정을 생략했다. 물론 각 테이블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가 동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긴 했으나, 어떤 테이블에는 고위 임원이 앉고 어떤 테이블에는 대리급 직원이 앉아 답변의 깊이와 방향이 달랐다.

    행사가 끝난 후 투자 유의사항을 묻기 위해 대표 주관사(미래에셋대우) 관계자를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다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떴다고 한다.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주관사 관계자가 먼저 사라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살다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괜한 트집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국내 IPO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이다. 시가총액만 4조~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과 동시에 코스닥 시총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쏠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은 ‘코스닥 시총 2위’라는 웅장한 수식어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였다. 행사 내내 이 회사가 강조한 ‘글로벌 헬스케어 일류기업(Top-Tier)’과도 어울리지 않는, 아마추어의 모습이었다.

    더욱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3월 100억원의 계약이행보증금 회계 처리 문제로 한국공인회계사회 정밀감리를 받은 사실이 있다. 감리 결과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자칫 상장이 지연되고 시장의 신뢰도 잃을 뻔했다. 이번 간담회가 이런 아찔한 역경을 딛고 성사된 자리였음을 감안하니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코스닥시장은 대표기업들이 자꾸만 유가증권 시장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마이너리그’, ‘2류 시장’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거는 코스닥 투자자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조만간 코스닥 간판기업 중 하나가 된다. 부디 한국 증시를 대표한다는 사명감과 부담감을 안고 코스닥시장의 도약을 위해 앞으로 더 성숙하고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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