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출의 늪]① 영화같은 현실...'작업대출'의 어두운 유혹

  • 김형민 기자
  • 입력 : 2017.07.17 07:22 | 수정 : 2017.07.17 09:02

    작업대출은 서류조작·위장취업 등을 통해 금융사에서 불법으로 대출을 받는 행위를 일컫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거나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작업대출 유혹에 빠진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99건의 작업대출을 적발했지만, 업계에선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불법대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작업대출 전문 브로커와 브로커를 찾는 금융 취약계층을 만나보고 이들을 통해 작업대출 유형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던 김상민(41·가명)씨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 본인 명의 대출 한도가 다 찬 김씨는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수십 명의 명의를 빌려 한꺼번에 금융권 대출을 받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김씨가 선택한 대출은 중고차 구매를 이용한 일명 작업대출이었다.

    작업대출은 간단했다. 김씨는 중고차를 산다면서 지인 명의로 캐피탈사에서 대출을 받았다. 캐피탈사로부터 나온 중고차 구매 대출금은 광주 지역 중고차 딜러인 작업대출 브로커에게 갔다. 브로커는 대출금 중 절반을 김씨에게 주고 본인은 수수료 50%를 떼갔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는 약 5억원의 대출을 일으켰고 지인 명의인 중고차는 그대로 브로커가 소유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딜러가 대출에 활용한 지인 명의의 중고차를 대포차로 둔갑시켜 시장에 유통한 것이다. 해당 중고차 딜러는 현재 경찰에 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시장에 유통한 대포차를 다시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시 명의를 빌려준 심기욱(38·가명) 씨는 "때가 되면 날아오는 각종 자동차 관련 세금과 과태료에 수십만원이 깨지고 있다"며 "내지 않자니, 독촉장도 날아오고 신용도도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 유령회사에 통장내역까지 위조…정교해진 작업대출

    영화 원라인의 한 장면 / 홈페이지 갈무리
    영화 원라인의 한 장면 / 홈페이지 갈무리
    영화 ‘원라인’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주인공이 작업대출 세계에서 큰 손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업대출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서류조작, 위장취업, 명의도용, 중고차 작업대출 등은 작업대출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작업대출에는 통상 중간 브로커가 있어 대출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불법행위를 대행한다. 이들은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을 모집했던 것에서 벗어나 각종 SNS을 통해 고객을 모집한다. 그 방법도 다양하고 정교해지고 있어 경찰 및 금융감독원의 통제망에서 쉽게 벗어난다.

    작업대출은 6개월 걸리는 장기작업부터 당일 대출을 집행하는 단기작업 등으로 나뉜다. 장기작업의 경우 브로커는 유령회사를 차리고 대출인의 통장에 매월 월급이 찍힌 자금을 입금한다. 재직증명서, 4대보험 등 대출에 필요한 각종 서류도 허위로 만든다. 재직을 확인하는 금융권의 확인전화 역시 불법대출 사무실 전화번호를 활용해 확인시켜준다.

    인천 등지에서 최근까지 작업대출을 알선했던 고기범(39·가명) 씨는 "대출인이 연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작업대출을 금융사가 미리 파악해 차단할 수 없다"며 "금융사가 작업대출임을 파악하더라도 대출인은 통상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해 금융사가 손해를 온전히 뒤집어쓴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처럼 중고차를 활용한 작업대출도 한 방법이다. 통상 중고차를 구매하기 위해 캐피탈사에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은 대출인이 아닌 중고차 딜러에게 곧바로 전달된다. 중고차 딜러는 작업대출 수수료 40~50%를 받고 나머지 대출금을 전달한다. 중고차 딜러는 수수료 절반가량과 차량을 그대로 소유하게 된다. 해당 차량 명의는 대출인이기 때문에 매매할 수 없다. 따라서 딜러는 해당 중고차를 대포차로 둔갑시켜 시장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출자의 몫이다.

    이들 대출 브로커들은 지역 단위로 통상 활동하고 점조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씨에 따르면 작업대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활동하는 이들 역시 서로 누군지 절대 알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규모가 큰 브로커 집단은 금융사 내부에 동업자를 하나씩 포섭해 두고 있다고 말한다. 동업자를 통해 대출을 쉽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수고비를 주는 식이다. 고 씨는 “작업대출이 실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규모가 큰 브로커 집단의 경우 그 작업이 치밀하고 정교해서 금융사는 물론 경찰조차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은행권 막힌 작업대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으로 번져

    SNS에 올라온 작업대출 홍보글 / SNS 갈무리
    SNS에 올라온 작업대출 홍보글 / SNS 갈무리
    금융당국의 작업대출 단속이 심해지고 은행권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최근 작업대출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대부업 등으로 번지고 있다. 2금융권과 대부업 등은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심사를 덜 까다롭게 하고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낮아도 신용대출 등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대출 중개인은 통상 SNS 등을 통해 대출인을 모집한다. 통상 "신용도와 관계없이 대출가능", "맞춤 신용대출" 등의 문구를 이용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작업대출 적발건수는 299건이다. 전년대비 121건(28.8%) 감소했다. 하지만 작업대출 적발은 대출인이 연체를 한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작업대출 건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작업대출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아 연체가 발생하면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다. 금융사는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소비자에게 추심이나 작업대출 관련 조사 등을 추진하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 같은 서민대상 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작업대출 건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서민대상 금융 상품까지 작업대출 표적이 되고 있어, 작업대출 건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작업대출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통상 사기죄와 공문서 위조 등에 해당된다. 벌금형은 물론 실형까지 당할 수 있다. 특히 대출금액에 대한 전액 상환 의무까지 있어 한 사람의 인생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업대출은 상당한 유혹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작업대출에 손을 들이는 순간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내놓은 각종 서민금융 상품이 있고 우선 해당 상품을 알아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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