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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 대상에서 블루오션으로…200조원 희귀의약품 시장을 잡아라

  • 강인효 기자
  • 입력 : 2017.07.16 13:29 | 수정 : 2017.07.16 17:29

    척추뼈 변형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는 ‘헌터증후군’은 국내 환자 70명, 미국도 500명 정도에 불과한 희귀 유전병이다.

     녹십자 제공
    녹십자 제공
    녹십자(006280)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사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헌터라제는 2012년 국내 허가를 받아 출시됐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헌터라제는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3㎖ 약병 하나가 200만원(약 228만원)이 넘는다. 헌터라제는 정부가 건강보험으로 높은 약값을 감당해주는 덕분에 국내 환자가 70여명에 불과하지만 벌써 연 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또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국내 희귀의약품 생산실적 1위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시장에 출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미국 샤이어의 ‘엘라프라제’ 하나뿐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4월 헌터라제의 임상 2상시험을 위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헌터라제를 정맥주사가 아닌 뇌에 직접 투여하는 약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을 전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는 임상을 마치면 수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계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규모는 현재 6000억원이며 곧 1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고아 약(orphan drug)’으로 불리며 개발 기피 대상이었던 희귀의약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희귀의약품 생산규모는 476억원으로 2015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500억원대 육박하며 시장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국내 희귀의약품 생산규모는 2012년 105억원, 2013년 217억원, 2014년 314억원, 2015년 491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FDA의 신약 허가 건수 중 희귀의약품의 비중은 2005년 25%에서 2013년 46%까지 증가했다. 또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도 2005년 17건에서 2013년 32건으로 급증했다. 유럽과 일본의 누적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도 연간 약 10%씩 증가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용인 녹십자 R&D 센터에서 연구원이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들고 있다.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약병이지만 세상에 두 종밖에 없는 희귀의약품이라 200만원이 넘는다. / 조선 DB
    경기도 용인 녹십자 R&D 센터에서 연구원이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들고 있다.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약병이지만 세상에 두 종밖에 없는 희귀의약품이라 200만원이 넘는다. / 조선 DB
    희귀의약품의 치료 대상인 희귀질환은 대부분이 발병기전이 불명확한 데다 환자수도 적어 임상시험 진행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분자적·유전자적 분석을 통해 희귀질환을 세분화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희귀의약품 개발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질병 메커니즘이 파악된 희귀질환은 1999년 1000개 미만이었지만, 20여년 만에 5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봉용 대웅제약 부사장은 “지난 1983년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약 230개 이상의 희귀의약품이 승인을 받았다”며 “세계 10대 치료제 중 7개가 희귀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다퉈 희귀의약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부호들이 희귀병 치료를 위한 재단도 만들어 치료약 개발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환자 수가 적어 경제성이 없다고 외면받았던 희귀의약품이 국내외 제약업계의 ‘블루오션(Blue Ocean·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 및 전체 처방의약품에서 차지하는 비중(2000~20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출처: 이밸류에이트파마)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 및 전체 처방의약품에서 차지하는 비중(2000~20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출처: 이밸류에이트파마)
    ◆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연 평균 10.5% 성장…2020년 비중 20% 육박

    미국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14년 970억달러(약 111조원) 규모였던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연 평균 10.5%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오는 2020년에는 1760억달러(약 20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이 5.3%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이다. 2014년 전체 전문의약품(처방약) 중 14.3%의 비중을 차지했던 희귀의약품은 2020년 그 비중이 19.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희귀질환은 유전질환이 80%를 차지하며,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인 쇠약을 동반하는 중증질환인 경우가 많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이 지난 2014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각각의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지만 희귀질환의 종류는 6000여개에 이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에 약 1억명에 이르는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희귀의약품은 대체 치료제가 없고 극히 적은 수의 위중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가격으로 판매돼 제약사에게는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희귀의약품의 경우 특허가 만료 이후에도 대체 치료제 개발이 미흡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희귀의약품은 높은 판매 단가를 받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개발비도 적게 들어 수익성이 일반 신약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신약 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이 투여되는 임상 3상을 기준으로 보면 희귀의약품의 임상 비용은 평균 990만달러로 일반 신약(1억9000만달러)의 5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희귀의약품 개발 비용이 일반 신약의 절반에 불과한 주된 이유는 임상 3상 환자의 대상 수가 적기 때문”이라며 “희귀의약품의 경우 임상 3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는 평균 538명이고, 일반 신약은 평균 1491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연간 환자당 평균 약가 지출 비용의 경우 희귀의약품이 일반 신약보다 6.6배나 높았다”면서 “제약사들이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 종근당은 헌팅턴병, 대웅제약은 소뇌위축증, SK케미칼은 혈우병, 부광은 파킨슨병 공략중

    종근당(185750)은 올해 유전성 뇌질환인 헌팅턴병 치료제 ‘CKD-504’의 미국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헌팅턴병은 인구 10만명당 3~10명에게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근육 조정 능력을 상실시키고 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

    CKD-504는 신경섬유 내의 물질 수송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신경세포의 기능과 생존을 증진시켜 이를 통해 운동능력은 물론 인지능력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지능력까지 개선하는 헌팅턴병 치료제는 현재까지 없다.

     대웅제약은 줄기세포 치료제 및 재생의료 분야에 특화된 연구개발을 위해 2016년 10월 27일 경기 용인시에 ‘대웅바이오센터’를 열고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웅바이오센터 전경 /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은 줄기세포 치료제 및 재생의료 분야에 특화된 연구개발을 위해 2016년 10월 27일 경기 용인시에 ‘대웅바이오센터’를 열고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웅바이오센터 전경 /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069620)은 줄기세포와 피부재생물질인 EGF(상피세포 성장인자)를 중심으로 희귀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EGF는 인체 내 땀, 침, 혈액 등에도 존재하는 단백질로 손상된 피부를 재생시키고 콜라겐 합성을 돕는 성분이다.

    대웅제약은 국내 바이오 벤처 강스템바이오텍(217730)과 협력해 소뇌위축증, 수포성 표피 박리증, 급성중증 췌장염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줄기세포 치료제(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연구자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세 가지 줄기세포 치료제는 오는 2023년 발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5년 1월 강스템바이오텍과 줄기세포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단계에서 바이오 벤처와 제약사간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JW중외제약(001060)의 경우 ‘혁신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하고 있는 표적 항암제 ‘CWP291’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마쳤고, 재발 또는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006120)이 자체 개발해 호주 제약사 CSL에 기술수출한 A형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사진)’는 지난해 미국 시판 허가에 이어 올해 1월 유럽에서도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 A형 혈우병은 혈액응고 제8인자의 결함 혹은 결핍으로 발병되는 선천적 출혈성 장애 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남성이다. A형 혈우병 환자들은 주로 근육, 관절, 내부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지속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관리센터(CDC)에 따르면 남성 약 6000명 중 1명이 선천적으로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광약품(003000)은 덴마크 소재 자회사인 콘테라 파마에서 개발한 LID를 치료하는 약물인 ‘JM-010’의 유럽에서 1상을 마쳤고, 올해 안에 미국에서 2b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ID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치료제인 ‘레보도파’를 장기간 투여했을 때 환자의 약 60~70%에서 발생하는 운동장애다. 이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이수앱지스·SK바이오팜, 희귀의약품 전문 개발사로 발돋움

    이수그룹 계열의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인 이수앱지스(086890)는 자체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한 희귀의약품 세 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항혈전 항체 바이오의약품 ‘클로티냅(10㎎ 약 38만원)’, 유전성 희귀질환인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인 ‘애브서틴(200IU 약 94만원)’, ‘파바갈(35㎎ 약 399만원)’ 등이다. 고셔병은 클로크세레브로시다아제라는 효소가 부족해 빈혈이나 간·비장이 비대해 지는 질환이고, 파브리병은 당지질 대사에 필요한 효소 부족으로 조직과 기관 기능 손상되는 질환이다. 국내 환자수는 각각 10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수앱지스의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과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 이수앱지스 제공
    이수앱지스의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과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 이수앱지스 제공
    특히 클로티냅, 애브서틴, 파바갈 모두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제약사와 경쟁 중인 상황이다. 이수앱지스에 따르면 클로티냅은 릴리의 ‘리오프로’를 점유율 측면에서 8대 2로 압도하고 있지만, 애브서틴과 파바갈은 각각 젠자임의 ‘세레자임’과 ‘파브라자임’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고셔병 치료제의 경우 애브서틴 36%, 세러자임 64%이며, 파브리병 치료제인 파바갈이 15%, 파브라자임이 85%로 추정된다.

    하지만 애브서틴의 경우 지난해 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희귀의약품으로는 헌터라제에 이어 국내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에 이름을 올리면서 향후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애브서틴의 지난해 생산규모는 47억원가량으로 2015년 9억원보다 무려 416%, 파바갈 역시 약 30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301% 급증했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수앱지스의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은 국내에서 매출이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고,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애브스틴은 2015년 멕시코 수출, 2016년 이란 수출에 이어 올해 4분기에는 터키 수출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K그룹의 글로벌 신약 개발 전문회사인 SK바이오팜도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4월 SK의 생활과학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세워졌다. 1993년 차세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을 시작한 SK그룹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20년 이상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왔다.

     경기도 판교의 SK바이오팜 본사에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용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조선 DB(SK 제공)
    경기도 판교의 SK바이오팜 본사에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용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조선 DB(SK 제공)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약들은 대부분 희귀의약품이다. 대낮에 갑자기 잠에 빠지는 기면증 치료제 ‘SKL-N05’와 뇌전증(간질) 치료제 ‘YKP3089’는 FDA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뇌전증 치료제는 최종 상용화에 성공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기면증 치료제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제약사 재즈(Jazz)에 2011년 기술 수출된 SKL-N05은 올해 말 FDA에 신약 승인신청(NDA)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SK바이오팜은 파킨슨병 치료제 ‘SKL-PD’와 인지행동장애를 동반하는 조현병 치료제 ‘SKL-A4R’도 미국 임상 1상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약효는 증진되고 부작용은 최소화시킨 차세대 혁신 신약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정신질환 및 신경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뇌전증, 불안증, 우울증, 조현병, 통증, 파킨슨병, 과민성대장증후군 분야 신약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가장 기대감이 높은 YKP3089은 오는 4분기 FDA에 NDA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며 “임상 3상 결과 및 상업화 결과에 따라서 1조원대 파이프라인 가치로 평가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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