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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검찰, 기획통이 형사부장되는 관행 깨야

  • 최순웅 산업부 법조팀장

  • 입력 : 2017.07.17 06:00

    [팀장칼럼] 검찰, 기획통이 형사부장되는 관행 깨야
    “우병우 라인 척결보다 기획만 하던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을 맡는 관행을 깨는 게 더 중요하다.”

    새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임명 직후 정치 검사 척결 등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예고되는 가운데 이른바 잘나가는 ‘기획통’이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에 앉는 관행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로 검찰 신뢰를 추락시키는 적폐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지만 형사통들이 인정받는 토양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국민 대다수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검사는 형사부 검사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대검찰청 등에서 기획 업무를 했던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대부분 자리를 차지해 온 것은 어느 정권의 문제라기보다 오랜 관행이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은 참모진으로 우수한 검찰 인재를 원했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검사들은 법무부·대검의 기획 부서로 발탁됐다. 겉으로는 검찰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능력은 새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준비할 때 발휘됐다.

    검사들은 수사가 아닌 참모 일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기획통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을 맡는 것은 보상처럼 받아들여졌다. 특수수사에서 활약한 검사는 특수통으로 분류돼 꽃길을 걸었고, 공안통 선배 눈에 든 검사는 공안통으로 불리며 선거·노동 사건을 도맡았다. 자연스럽게 전국 최대 지방검찰청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부장 자리가 기획통들의 몫이 됐고 형사통들은 밀려났다. 사실 검찰 내에선 형사통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형사 전문 검사(형사통)=잘 나가지 못하는 검사’라는 등식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8부 부장검사의 경력을 살펴본 결과, 10여년의 검사 생활 동안 대검, 법무부, 해외 파견 등 직접 수사하지 않는 부서에서 일한 경력이 40%를 넘는 부장검사들이 절반이다. 직전 근무지가 형사부였던 부장검사는 2명뿐이다. 수사가 아닌 기획 업무 등이 검사 생활의 60%를 차지한 부장검사도 있다.

    문제는 고소·고발 사건 등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예전보다 많은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살인·강도 등 강력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고, 수억원이 넘는 고소·고발 분쟁도 늘고 있다. 부장검사가 책상에 앉아 결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직접 수사도 하고 후배 검사의 오류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초임 검사든 형사부에서 잔뼈가 굵은 검사든 간에 형사부 부장검사로 온 기획통 선배에게 이런 기대를 별로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형사부 평검사들 사이에선 “부장검사가 형사사건을 다룬 경험이 거의 없어 사건을 모른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검찰청이 지난해 5월 최초로 선정한 공인전문검사 1급(블랙벨트) 3명 중 2명이 형사사건 베테랑이었다. 공인전문검사 1급은 최고의 전문검사를 의미한다.

    새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기획통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 주요 자리에 앉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문화를 깨야 한다. 정치 검찰을 솎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검사를 우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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