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ㆍ통상

탈원전의 숨은 비용... "미리 사둔 우라늄 어쩌나"

  • 세종=김문관 기자
  • 입력 : 2017.07.16 08:01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의 이달 초 모습. 오른쪽은 신고리 3·4호기다./조선일보 DB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의 이달 초 모습. 오른쪽은 신고리 3·4호기다./조선일보 DB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지난 14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탈원전의 비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리 사둔 우라늄 비용’도 문제가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운영을 축소하면 핵연료봉의 원료인 우라늄 수입도 줄여야 하지만, 우라늄이 20~30년 단위 장기계약으로 수입되기 때문에 당장 줄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3월 말 현재 독일, 미국, 프랑스 등 7개국 기업과 오는 2028년까지 우라늄 정광(광석) 장기 구매계약을 맺고, 연간 4500억원(5000톤) 규모의 우라늄 광석을 구매해 원전 발전연료로 가공하고 있다.

    한수원은 또 캐나다 CAMICO, 미국 CONVERDYN 등 7개사와는 2011~2030년 중 우라늄 변환역무 계약을, 중국의 CNEIC 등 3개사와는 1997~2029년 중 우라늄 농축역무 계약을 맺었다. 국제법상 우라늄 광석을 핵연료로 만드는 작업은 일부 국가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수원은 지난 한 해 동안 해외서 5000톤의 우라늄 광석을 사고 가공된 600톤의 농축우라늄을 수입하는데 1조원을 썼다. 이어 한국원자력연료에 농축우라늄을 넘겨 핵연료봉으로 가공(성형)하는데 2000억원을 더 썼다. 상업용 우라늄은 100% 수입에 의존한다.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문제는 만약 탈(脫)원전이 진행될 경우 우라늄이 남아돌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이외에도 2023년 준공할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의 설계용역도 중단됐다. 2027년 준공할 예정이던 천지 1,2호기는 환경영향평가가 중단됐다. 신규원전 건설이 ‘올스톱’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을 조기에 폐쇄(계속운영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내 원전 24기 중 11기가 2020년대에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당초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따라 원전 총 발전량은 현재의 22.5기가와트(GW)에서 오는 2027년 29.5GW로 31.1% 증가할 전망이었다. 여기에 노후 원전 계속운전시 2.5GW가 더 늘어 32GW로 42.2% 증가할 전망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노후원전 계속운전이 멈추면 2027년 원전 발전량은 20GW로 줄어든다. 결국 탈원전이 현실화되면 원전 발전량은 당초 예상보다 37.5% 감소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원전 운영 계획이 대폭 축소될 경우 우라늄 수입량도 줄여야 하지만, 대부분 계약이 장기계약인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한수원은 신규 원전에서 쓸 우라늄을 이미 50%나 계약해둔 상태다. 우라늄은 원전 연료 외에는 쓸 곳이 없다.

    한수원은 우라늄 구매량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수원은 매년 수요량의 90%가량의 우라늄을 장기계약을 맺은 해외업체에서 구매한다. 10%가량은 해외 스팟시장을 통해 사온다. 이를 통해 수입량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원전의 운영 축소 폭이 커질 경우 우라늄이 남아돌 가능성이 크다. 오영석 한수원 연료수급팀장은 “10년 단위로 매년 구매량을 조정하고 있으며, 향후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돼도 과잉공급이 되지 않도록 전체적인 비축량을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탈원전이 본격화되면서 일감이 줄어들 회사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핵연료봉을 성형하는 한국원자력원료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로 인력 1000여명 규모다. 우라늄 수입이 줄어들면 직격탄을 맞는다. 원자로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2200명 직원이 연매출 5100억원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의 경우 탈원전이 진행돼도 원전해체 작업 등에 여전히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들 회사들의 사정은 다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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