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길어지는 사드 보복, 美·유럽으로 눈 돌리는 LG화학·삼성SDI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7.07.11 15:37 | 수정 : 2017.07.11 16:57

    中 정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이번달도 한국산 업체 제외

    이달 6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번 달에도 삼성SDI(006400), LG화학(051910)등 한국 업체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간신히 일정부분 끌어올리고 있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에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하나도 없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전기 승용차 한 대당 2만~4만4000위안(약 337만~74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버스나 트럭은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명단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제외했다.

     삼성SDI의 중국 시안 배터리 공장./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중국 시안 배터리 공장./삼성SDI 제공
    ◆ 중국 막히자 미국·유럽에서 활로 모색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 유럽 등으로 눈을 돌려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두 회사의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연초에 10~20%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삼성SDI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가동률을 최근 30~40% 수준으로 올렸다. 삼성SDI는 올해 2월 세계 1위 ESS 기업인 미국의 ‘AES Energy Storage’가 진행하는 전력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40만개의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했다. 이 중 일부는 중국 시안 배터리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생산된 제품이었다.

    LG화학도 중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다른 지역에 수출하거나 ESS용으로 돌리면서 공장 가동률을 70%까지 끌어올렸다. LG화학의 중국 배터리 공장(Nanjing LG Chem New Energy Battery)은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순손실 175억6200만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 매출 495억원, 순이익 55억38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지 부문에서 소형(전지)과 ESS에서 돈을 벌고, 자동차 전지는 까먹는 구조”라며 “1분기 손익 수준은 바닥이다”고 말한 바 있다.

    ◆ 중국 내수 시장 못 뚫으면 정상화 시간 걸릴 듯

    삼성SDI와 LG화학의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를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 삼성SDI의 경우 당초 중국 시안 공장에 2020년까지 6억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현재 2GWh 정도인 생산량을 약 두 배로 늘릴 예정이었으나 중국 내수 판매가 막히면서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또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 유럽으로 수출하려면 현지 생산보다 운송 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에 6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 비해 적자 폭이 줄긴 하지만 증권업계는 올해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2340억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2020년 이후의 중국 시장을 겨냥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해 그 이후엔 경쟁력이 앞선 한국산 배터리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을 신설하고 올해 연구개발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30%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시장을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국 업체를 키우겠다는 생각인데, 그때 가서도 자국 업체 경쟁력이 낮으면 다른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다른 지역으로 돌려서 큰 문제는 없지만,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 빨리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