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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민간기업 뭉쳤다… '한국형 우주 발사체' 카운트다운

  • 창원=최인준 기자

  • 입력 : 2017.07.11 03:00

    [2019년 첫 발사 목표…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제2공장 르포]

    항공·기계분야 탄탄한 역량 바탕, 엔진·연료탱크·제어기술 등 분담
    엔진 조립 매뉴얼만 1만장 분량… 내년 10월 시험발사 공정률 70%
    적은 비용으로 최대 역량 발휘, 690兆 우주·항공시장 진입 발판

    지난 6일 경남 창원의 한화테크윈 제2공장. 입구의 에어 샤워 부스(고압 공기로 옷의 먼지를 털어내는 공간)를 지나 1900㎡ 넓이의 실내로 들어가자 3m 높이의 육중한 로켓엔진 2대가 서 있었다. 한화테크윈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공동으로 한국형 우주 발사체(KSLV-2)의 핵심 기관인 75t급 엔진을 만드는 현장이었다. 안전모를 쓴 직원 10여 명은 2m 높이의 엔진 조립용 구조물에 올라 스패너로 엔진 배관의 볼트를 조이고 있었다. 수시로 컴퓨터 모니터의 3D(입체) 엔진 조감도와 실제 엔진을 비교하며 조립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했다. 한화테크윈 여태민 부장은 "한국 첫 우주 발사체용 75t급 엔진이기 때문에 볼트를 어느 정도 조이는지를 포함해 1200개 엔진 부품의 조립 방법을 A4용지 1만장 분량의 매뉴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9년 첫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사업이 국내 민간 기업들의 참여로 탄력이 붙고 있다. 사업 추진 기관인 항우연이 전체 로켓 설계를 하면 기업들이 엔진·터보펌프 등 각 분야의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는 1.5t급 위성을 싣고 우주에 쏘아 올린다. 향후 한국 첫 달 탐사선도 이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가게 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내년 10월 시험 발사를 위한 공정을 70% 마친 상태"라며 "국내 기업들이 우주산업 경험은 적지만 항공·기계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갖고 있어 차질 없이 발사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34개 기업 참여하는 1조5000억원 프로젝트

    17개 분야 34개 민간 사업체가 뛰어든 우주 발사체 개발에는 2021년까지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각 기업의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300여 기업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민·관 합작 프로젝트다.

    지난 6일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제2공장에서 연구·개발 직원들이 한국형 우주 발사체에 실릴 75t급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2019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한화테크윈을 비롯해 총 34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제2공장에서 연구·개발 직원들이 한국형 우주 발사체에 실릴 75t급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2019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한화테크윈을 비롯해 총 34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참여 기업들은 각자 전문 기술을 살려 발사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GE·롤스로이스에 항공기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방산업체로, 현재 1~3단 로켓에 들어가는 6개의 엔진 조립을 책임지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가스터빈 엔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 시작 3년 만인 지난 2015년 순수 국내 기술로 우주 발사체 엔진 제작에 성공했다. 2014년엔 45억원을 투자해 발사체 엔진 공장도 건립했다. 방위산업체 두원중공업은 발사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 탱크를 맡고 있다. 두께가 수㎜로 얇으면서도 열·압력에 변형이 거의 없는 고강도 탱크 제작에 성공해 로켓 경량화에 기여했다. 무인기 전문 업체인 유콘시스템은 드론 제어 시스템 개발 기술력을 활용해 한국형 발사체의 발사 전체 과정을 지상에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해 우주로켓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냉전 당시 일부 기업만 우주사업에 참여했지만 이후 민간 기업 참여를 유도하며 시장을 키웠다. 일본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주도하에 미쓰비시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이 우주개발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진한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은 "우리의 우주개발 국가 예산은 미국의 60분의 1 수준"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우주로켓을 만들려면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협업(協業)이 필수"라고 말했다.

    690조원 우주항공 시장 진입 발판 마련

    기업 입장에서 보면 우주 발사체 개발 사업 참여는 6000억달러(약 690조원) 규모의 우주·항공 산업 시장에 뛰어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 혼자 우주항공 기술 개발은 위험 부담이 크지만 국책 사업에 참여하면 관련 기술력을 쌓으면서 향후 상용화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발사체의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999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국내 위성 개발에 참여했다. KAI는 항우연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덕분에 최근 500㎏, 1.5t급 위성 본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한국형 발사체의 전자 장비 개발을 맡고 있는 단암시스템즈는 2000년부터 과학로켓 개발에 참여하며 얻은 기술을 기존 항공기 전자 장비 사업에 활용해 2013년부터 연간 4~5%씩 매출 증대 효과를 내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은 "향후 민·관 협력이 잘 이어지면 국내에도 보잉·에어버스처럼 항공기와 발사체·위성을 모두 수출하는 항공우주 종합 기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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