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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를 '불순물 없는' 공업용수로… 화학필터가 1㎚ 미만도 걸러내

  • 곽래건 기자

  • 입력 : 2017.07.11 03:00

    [전국 4곳서 하수를 공업용수로 만드는 시설 가동… 4곳선 공사 한창]

    - 포항·오산·포천·아산서 가동 중
    포항 시설은 국내 최대 규모로 연간 보령댐 3개 분량 물 공급

    - 파주·구미·천안·보령선 건설 중
    LG 자회사, 파주서 내년 1월 가동… LCD산업단지에 공업용수 공급

    - 화학필터로 '깨끗한 물' 만든다
    UF필터로 30㎚ 이상 솎아내고 역삼투압 필터로 1㎚ 미만 걸러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와 산업화, 기후변화 등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해지면서, '물 재이용'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물 재이용 기술이란 빗물이나 하수 오·폐수 등 버려지는 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하천 유지수 등으로 다시 쓸 수 있게 정수(淨水)하는 걸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물 재이용 기술을 이용해 버려진 하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수 재활용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수 재활용 시설을 설치하면 댐 등 기존 공업용수 공급 시설과 경쟁하는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 부족 문제는 심화하는데 공업용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국 각지에 하수 재이용 시설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포스코 단지에 댐 3개 분량 용수 공급 시설

    국내엔 현재 경기도 오산과 포천, 충남 아산, 경북 포항 등에 하수를 공업용수로 바꿔주는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경기도 오산의 재처리 시설로 2009년 4월부터 매일 1만2000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2014년 8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경북 포항의 재처리 시설을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본다. 이곳에선 매일 10만t의 공업용수를 인근 포스코 국가산업단지와 동국제강 등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의 하수 재처리 시설 중에선 최대 규모다. 이 시설을 통해 연간 2920만t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데 이만큼 물을 얻으려면 충남 보령댐 크기 댐이 3개 가까이 필요하다. 일반 수도요금보다 재처리수의 공급 단가가 더 싸기 때문에 매달 아끼는 물값만 2억900만원 수준이다. 강에 흘려보내는 하수량이 줄면서 하천의 수질도 좋아진다.

    파주 물 재이용 시설 전체 계획도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경기도 파주, 경북 구미, 충남 천안·보령 등에서도 하수 재이용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 중 가장 먼저 가동에 들어가는 것은 LG전자 자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이 짓고 있는 경기도 파주의 재이용 시설이다. 파주 시민들의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하수 처리장에서 내보내는 물을 끌어와 다시 걸러낸 뒤 파주LCD 산업단지에 공급한다.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되면 매일 4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포항 시설에 이어 국내에선 두 번째 규모의 시설이 된다. 디스플레이 제품은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먼지 하나라도 들어가면 불량품이 되기 때문에 세척과 습도 조절에서 불순물이 없는 고급 산업용수가 필요하다.

    ◇이온 물질까지 걸러내는 화학 필터

    화학약품이나 미생물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정수 방식은 많은 양의 찌꺼기가 발생하거나 부유 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화학 필터를 사용하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포항과 파주 등 대규모 하수 재이용 시설들은 모두 화학 필터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파주 시설을 예로 들면, 인근 하수처리장에서 끌어온 물을 응집제를 첨가한 뒤 효성굿스프링스의 UF(UltraFiltration) 필터로 한 번 걸러낸다. UF 필터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어 물에서 30~50㎚보다 큰 입자를 걸러낼 수 있다.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이렇게 한 번 걸러낸 물을 다시 LG화학의 RO 필터(역삼투압 필터)로 다시 한 번 걸러낸다. LG히타치워터솔루션 이종일 차장은 "1차적으론 UF 필터에서 큰 입자들을 걸러내고, 2차적으로 RO 필터에서 작은 입자들을 걸러낸다"며 "RO 필터는 1㎚보다도 작은 이온 성분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한 구멍이 뚫린 얇은 막 양쪽에 깨끗한 물과 오염된 물을 놔두면 깨끗한 물이 오염된 물 쪽으로 이동한다. 농도가 낮은 용액이 농도가 높은 용액 쪽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삼투압' 현상이다. 그러나 오염된 물 쪽에 높은 압력을 가하면 반대로 오염된 물이 깨끗한 물 쪽으로 이동한다. '역삼투압'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은 얇은 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RO 필터는 이 역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물을 정화한다.

    이채은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화학 필터를 사용하면 오·폐수를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수준까지 걸러내는 것도 기술적으론 가능한 상태"라며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으로 하수 재이용 사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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