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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넷플릭스 러에코 창업자 회장직 사퇴 3가지 이유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7.07 16:50 | 수정 : 2017.07.08 12:32

    자웨팅 러에코 모든 직위에서 사퇴 발표...러에코자동차 회장 취임
    상장사 지배주주 지위는 유지...자웨팅 시대 고별 vs 실패 논하긴 일러


    중국 신징바오는 자웨팅 러에코 창업자가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7일 보도하면서 러에코가 자웨팅 시대와 고별했다고 전했다. /신징바오
    중국 신징바오는 자웨팅 러에코 창업자가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7일 보도하면서 러에코가 자웨팅 시대와 고별했다고 전했다. /신징바오
    “러에코 자웨팅 시대와 고별”

    ‘중국판 넷플릭스’ ‘중국의 테슬라 킬러’등으로 불리며 급성장해온 러에코(LeEco⋅러스왕⋅樂視網)의 창업자 자웨팅(賈躍亭)이 6일 저녁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다음날 일간지 신징바오(新京報)가 뽑은 제목이다. 지난 5월21일 러에코 최고경영자(CEO)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한지 한달여만에 회장직도 내놓은 것이다.

    2004년 창업한 러에코를 2010년 중국판 코스닥인 창업판에 상장시킨 자웨팅이 상장사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6일 오전 성명을 통해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가 지고 있는 부채를 갚아나겠다”고 밝힌 지 반나절만에 나온 소식이다.

    자웨팅이 투자한 미국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퓨처(FF)가 납품대금을 주지 못해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온 작년 10월부터 불거진 자금난은 한 달뒤 11월 자웨팅이 사업확장을 중단하고 연봉 1위안(약 169원)만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자웨팅의 장강(長江)상학원 동문들과 부동산 개발업체 룽촹(融创)중국 등이 돈을 대는 등 ‘백기사’로 나섰지만 3일 자웨팅 부부와 러에코 계열 3사가 보유한 12억 3700만위안(약 2090억원)의 자산이 법원에 압류되고, 4일엔 자웨팅과 그가 사실상 소유한 러에코지주회사가 보유한 러에코 주식 5억 1900만주 역시 동결되는 등 자금난이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자웨팅은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는 유지하지만 러에코에 대한 영향력은 예전만큼 못될 것으로 관측된다.

    2015년 중국 증시 A주 주식 부자 1위에 올랐던 자웨팅은 검은 티에 청바지를 입어 중국의 (스티브)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2015년 스마트폰 제품 발표회에서 “애플을 해치우겠다”고 호언하는 등 거침없는 야심을 숨기지 않아왔다. 자웨팅은 러에코 회장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날 러에코 계열 자동차회사 회장으로 취임하는 등 자동차사업에 올인하기로 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 창업자 류창둥(劉强東)회장은 “러에코를 실패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 전문가인 량스(梁适) 는 7일 신징바오 기고문에서 “러에코는 중국 상업 역사에서 중요한 케이스가 될 것”이라며 “창업자가 웅대한 꿈을 꾸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재무리스크를 중시하고 맹목적 확장을 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기업부채 증가의 피해자가 된 러에코의 쇠퇴 배경으로 생태계로 포장된 문어발 경영 오너 고집이 키운 리스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너무 돈을 많이 태운 것 등이 꼽힌다.

    ◆실패 1: 생태계 전략으로 포장된 문어발 경영인가...재무능력 벗어나

    중국판 넷플릭스 러에코 창업자 회장직 사퇴 3가지 이유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시작한 러에코는 스포츠중계 영화 금융 차량호출 등 서비스는 물론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다원화의 길을 걸어왔다. 러에코는 이를 생태계 전략으로 묘사했다. 무관한 영역 진출이 아니기 때문에 문어발 경영은 아니다는 게 러에코의 설명이었다.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내로라 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내세우는 생태계 전략을 떠오르게 한다. 문제는 문어발 경영이든 생태계 전략이든 재무능력 범위내에서 추진하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실패의 쓴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에코는 2016년 6월 스마트폰업체 쿨패드를 인수하고 7월엔 미국의 2위 TV업체 비지오를 2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할만큼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쿨패드는 작년말 채용한 예비 신입사원 260명에 대해 올 5월부터 보상금을 주면서까지 채용계약 해지에 나서 논란을 빚었다.

    한 때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3위까지 올랐던 쿨패드는 1분기 점유율 11위에 머물렀다. 차오상(招商)은행이 러에코에 대출한 쿨패드 인수 자금에 대해 이자를 받지 못하자 상하이법원에 자산동결을 요청했고, 법원이 최근 이를 받아들였다. 러에코는 앞서 4월 비지오 인수를 스스로 취하했다.

    러에코는 지난해 스마트폰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대금 결제가 연체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금난설을 부추겼다.

    ◆실패 2: 오너 고집 리스크...버리지 못한 자동차의 꿈

    중국판 넷플릭스 러에코 창업자 회장직 사퇴 3가지 이유
    러에코 자금난의 또 다른 원천은 자동차 사업이다. 전기자동차 사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많은데 결실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자웨팅이 투자한 미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FF의 공장 건설이 멈춘 네바다주 의 댄 슈와르츠 재정국장이 “러에코는 폰지사기(Ponzi scheme)”라고 폄하할 정도였다.

    자웨팅은 스마트폰이 주도해온 인터넷 플랫폼의 자리를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전기차가 주도할 것으로 보고 승부를 걸어왔다. 전기자동차 생산 판매는 물론 애프터서비스(AS) 충전과 차량호출 보험 등 관련서비스까지 염두해두고 있다.

    문제는 러에코의 자동차 사업을 자웨팅 개인의 고집으로 밀어부쳤다는데 있다. 자웨팅은 전기차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처음 꺼냈던 2013년 임직원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연구개발에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300억~400억위안(약 5조700억~6조 7600억원)이 자금조달이 문제였다. 러에코의 시총은 612억위안(약 10조 3428억원)에 달한다.

    자 회장은 2014년 들어 해외에서 절반을 보낼만큼 자리를 비웠다. 미국에 주로 머문 그는 현지조사를 통해 자동차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2015년 4월 케이맨군도에 패러데이퓨처(FF)글로벌을 등록하고 글로벌 본부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우는 것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사에서 직접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기가 여의치 않자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다.

    FF글로벌은 2016년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전기차 콘셉트카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FF는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서는 한켠 올초 CES에 양산형 전기차를 출품했다. 자웨팅은 또 러에코자동차를 통해 중국에서도 전기차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4월 전기차 러시(LeSee) 컨셉트 모델을 공개한데 이어 12월엔 저장성에서 전기차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2018년까지 연간 40만대 규모의 전기차 양산을 위해 120억위안(약 2조 280억원)을 투입하기로했지만 관계사인 FF의 미국 공장 건설 중단처럼 자금난으로 진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끊이지 않아왔다.

    창업자의 고집스런 의사결정은 성공하면 혜안이 되지만 실패하면 독단이 된다. 자웨팅은 러에코의 모든 직위를 내려놓으면서도 FF 전기차 양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자동차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러에코는 이미 ‘007 본드카’로 유명한 아스톤마틴을 비롯헤 베이징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과 제휴관계도 맺었다.

    하지만 자웨팅은 “창업은 게임이 아니다. 자기 혼자 즐거우면 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게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다”(신징바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실패 3: 재무리스크 관리 실패...시장 선점 위해 돈을 너무 태웠다

    중국판 넷플릭스 러에코 창업자 회장직 사퇴 3가지 이유
    자웨팅은 작년 11월 자금난을 인정한 내부 메일에서 “자금을 태워 성장하는 생태계 전략과 고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리한 자금 투입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러에코는 2010년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에 상장한 이후 자금조달 규모를 크게 늘려왔다. 신징바오가 인용한 윈드 통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러에코가 조달한 자금은 300억위안(약 5조 700억원)으로 이 가운데 31%가 증자 등 직접금융이고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이 69%에 달했다.

    은행 대출 자금의 경우 2010년 2억350만위안(약 397억원)에서 2014년 26억 6000만위안(약 4495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5년 90억 4700만위안(약 1조 5289억원)으로 급증했다. 2015년은 러에코와 자웨팅이 쿨패드 지분투자를 시작하고 차량호출업체 이다오용처(易到用車)를 7억달러에 인수하고, 미국의 FF를 설립한 시기다.

    자웨팅은 6월28일 러에코 주총에서 “비상장 계열사들의 자금난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인정했다. 러에코의 상장 자산은 동영상스트리밍 사업에 집중돼있다. 러에코의 자금난 소식이 중국 언론을 통해 증폭되면서 은행들이 자금회수에 나선 것도 자금난을 심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1월말 기준 러에코의 비상장 계열 부문에서 스마트폰 협력업체들에 연체한 대금만 해도 100억~130억위안(약 1조 6900억~2조 1970억원)으로 추정됐다.

    러에코는 계열사 자금 유용설까지 휘말렸다. 러에코가 인수한 뒤 이다오로 이름을 바꾼 이다오용처의 창업자 저우항(周航)은 올 4월 “러에코가 이다오의 자금 13억위안(약 2197억원)을 유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러에코 위기의 이면에는 재무리스크 관리의 실패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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