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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시장 '구세주' 외산...당국 수입규제 완화 조짐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7.06 18:40 | 수정 : 2017.07.06 19:19

    중국 상반기 박스오피스 토종 비중 40% 밑으로...외산 선전 못했다면 마이너스 성장
    스크린수 북미 추월했지만... PwC, 中 영화매출 미국 추월 시기 2021년 이후로 늦춰

    중국에서 올 상반기 영화매출 1,2위를 기록한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8(왼쪽)과 토종영화 쿵푸위자 /바이두
    중국에서 올 상반기 영화매출 1,2위를 기록한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8(왼쪽)과 토종영화 쿵푸위자 /바이두
    중국 영화시장에서 외산영화가 ‘구세주’로 떠올랐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가 한자릿수대로 둔화된 가운데 외산영화가 선전하면서 영화시장의 위축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당국이 수입 규제를 느슨하게 해 영화시장의 성장세를 유 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관 신설도 시장 위축을 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5일 첸장완바오(錢江晩報)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통계를 인용해 올 상반기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이 271억 75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9% 증가했다며 온라인 티켓구매 수수료를 빼면 실제로는 3.7% 성장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2016년 이전 5년간의 연평균 중국 영화시장 성장률 35%에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중국 영화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영화관 신설 덕이 큰 것으로 꼽혔다.

    첸장완바오는 2015년 이전에 설립된 영화관들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올 상반기 신설된 영화관이 460개에 달했다. 덕분에 2584개 스크린이 새로 생겨났다. 올들어 하루 평균 14개 스크린이 생긴 것이다. 중국 전역의 영화 스크린수는 4만5000개를 넘어 북미 지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규모가 됐다.


    중국 영화시장 '구세주' 외산...당국 수입규제 완화 조짐
    중국에서 올상반기 상영된 영화는 221편으로 이 가운데 수입영화는 52편으로 24%에 그쳤다.하지만 이들 수입영화의 매출은 167억 1500만위안으로 61%에 달했다.

    중국 영화시장에서 외산 비중은 최근 수년간 상승세를 보여왔다.2015년 38%에 그쳤던 외산비중은 2016년 42%로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 절반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박스오피스 매출 상위권 성적표에서도 외산의 독주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 10위권에 든 토종영화는 쿵푸위자(功夫瑜伽) 서유요복편(西游伏妖篇) 청펑보랑(乘風破浪)등 3편에 그쳤다. 쿵푸위자는 17억 5000만위안으로 2위에 올랐지만 1위 인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8’(Fast and Furious) 이 기록한 24억9000만위안과 7억 4000만위안의 격차를 보였다.

    ㅈ난 5월 중국에서 상영된 ‘분노의 질주8’의 박스오피스매출은 중국의 2분기 전체 영화 매출의 21%를 차지했다. 2분기 중국 영화매출 전년동기 대비 증가폭에 상당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인도의 스포츠 영화 ‘당갈’(Dangal・레슬링해요 아빠) 은 12억 9000만위안의 매출을 올려 중국에서 비(非)할리우드 영화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특히 춘제(春節,설) 이후 중국 토종영화 가운데 매출이 10억위안을 넘어선 영화는 한 편도 없다. 5월 이후에는 매출 1억위안을 넘은 토종영화가 ‘역습의 구조’(逆势营救) 한편에 불과했다.

    중국 영화시장 '구세주' 외산...당국 수입규제 완화 조짐

    외산 영화의 선전이 없었다면 2분기 중국 영화시장은 사실성 정체했거나 마이너스성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5년만해도 49% 성장한 중국 영화시장은 2016년 3.7%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된데 이어 올 1분기 7% 감소했지만 2분기에 20% 증가세로 돌아섰다.

    ‘캐리비안의 해적5 죽은 자는 말이 없다’(Pirates of the Caribbean:Dead Men Tell No Tales)는 5월말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상영돼 중국에서도 상반기 순위 10위권에 들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 할리우드영화가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 상영된 것은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당초 귀신이나 좀비영화를 규제해온 방침을 완화한 덕분이라며 영화 수입규제완화가 영화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영화 수입 쿼터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웨이잉(微影)데이터연구원의 우젠(武劍) 고급애널리스트는 증권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의 영화 수입 쿼터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개방이 확대된 이후 토종영화가 진통을 겪는 시기를 거치겠지만 길게 보면 토종 영화를 성숙시키기 위해 필요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의 원리를 통해 토종영화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호평한 인도 영화 당갈 포스터/더우반닷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호평한 인도 영화 당갈 포스터/더우반닷컴
    하지만 중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수입영화 쿼터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후젠룽 풀브라이트 펠로우이자 프리랜서 작가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월초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를 만났을 때 호평한 인도 영화 당갈로부터 중국은 민주주의가 소프트파워를 키울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젠룽은 당갈의 성공엔 개방과 용인의 토양에서 꽃필 수 있는 창조적인 직업 종사자들의 팀워크가 있었다며 개방과 자유를 보호하는 인도와 달리 중국은 언론 자유에 대한 적대감을 보여주는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으로 하여금 ‘중국판 당갈’을 만드는 능력을 깍아내릴 것이라는 게 후젠룽의 지적이다.

    후젠룽의 지적은 중국이 거대자본을 내세워 할리우드의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중국내 언론 통제 강화가 중국의 콘텐츠 창조능력을 억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맥이 닿는다.

    완다그룹은 작년 초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인수했고, 중국 최대 SNS업체인 텐센트는 할리우드의 대형 연옏기획사인 WME-IMG와 손잡고 세계적인 스타발굴에 나서고 있다.

    토종영화의 실적 부진이 길어질 수록 중국 영화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레이밍 베이징 ABD아이멍(愛夢)엔터테인먼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분기 영화매출이 20% 늘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는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고수했다.

    앞서 중국에서 2016년 국경절 연휴 영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절 연휴 영화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10년여만에 처음이다.

    중국 영화시장 '구세주' 외산...당국 수입규제 완화 조짐
    당초 중국 영화시장은 빠르면 올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돼왔다. 하지만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2021년 이전에는 중국의 영화시장이 미국을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PwC는 “영화 매출이 부진한 원인으로 관객을 유치하는 고품질의 토종영화가 부족한 데다 (온라인 구매 시 보조금 축소로) 할인 티켓이 줄고 박스오피스를 부풀려 보고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강화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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